steem poem - 회향(廻向)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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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향(廻向) @jjy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본시 귀가 없이 태어난 항아리에게
사제의 경문은 들리지 않는다

서로가 상종도 않던 물과 불의
혹독한 단련이 지나고
불룩한 배를 반양식으로 채우고
몇 해를 잘 살았다 싶었는데

어루만지던 손길이 끊어지자
땅속까지 찾아온 바람이
불기운부터 거두고 물기를 빨아내는 틈틈이
반드시 뱉어야 하는 몸에 밴 허영

짓밟히는 일이
구차하지만은 않음을 깨달을 즈음
새로이 드러난 길을 향해
서툰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작노트

회자정리라는 말이 지닌 깊은 의미를 새겨보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말은 사람에게만 국한 되지 않음을 발견한다.
모든 물질은 어느 기회에 서로 융합하는 듯 보여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주인이 묻히고 몇 해를 땅에 묻힌 김장독
가르치지 않아도
흙으로 돌아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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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내주신 @tata1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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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감탄하며 읽습니다. 같은 걸 보아도 생각이 깊으시고, 그 생각이 유려한 문체로 다시 태어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브리님의 독후감에 매료되는 한 사람입니다.
저자보다 더 저자의 마음을 알아주시는 분

구름을 한번 쳐다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마음이 담긴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네오쥬님
오늘도 좋은 일만 마음에 담으세요.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상병님의 '귀천'을 가장 좋아하며 저를 시에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어준 시인데 그 글만큼이나 제 마음에 와 닿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천상병시인과 비교를 해 주시니
아직 갈 길 먼 사람입니다.
감사드려요.
평안한 밤 이루세요.

You've got the Midas touch.

관세음 보살 나무아미 타불

항아리를 위해서도 염불해주시나요?
뭐 일단 좋은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감사합니다.

You're a wizard at this!

시는 잘 모르지만 정말 좋네요.
시가 다른 분야의 글보다 짧지만 읽고 사색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만큼 더 긴 여운을 주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미약하지만 좋은시에 대한 답례로 풀봇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해피워킹맘님의 열정이 녹아있는 포스팅을 보면서
지난 날을 돌아보기도합니다.
그 때의 내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느낍니다.
억지도 참던 하늘이 결국 빗방울을 떨굽니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주말 지내세요.

This is next-level stuff.

와.. 정말 정말 가슴이 요동칩니다. 글을 공부하는 작가지망생입니다. 앞으로 자주들러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도 좋은 글을 쓰고 계신 분이십니다.
스팀안에서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