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물만 베기
며칠 전 사소한 일로 남편과 실랑이했다. 처음 시작은 그야말로 미약하였으나 끝이 보이기 전에 이미 창대해 졌다. 같은 공간에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저녁 식탁에서도 뜨는 척만 하고 일어났지만 두 모자는 여느 날처럼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 그냥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 날이 되어 오히려 일이 커지고 말았다. 내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한 남편은 아침을 거르더니 점심부터는 나를 이기는 방법을 동원했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해서 속을 뻔히 알면서도 번번이 먼저 사과를 하고 화를 풀어주었다. 단식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 할머니께서는 며느리들이 볼 부은 얼굴을 하고 있을라치면 하시는 말씀이 “소를 힘으로 끌려 하면 안 되고 슬슬 달래고 추슬러 주어야 말을 잘 듣는 법이다. 남자는 소하고 똑같다고 생각해라.”고 하시다 좀 길게 말씀하시는 날에는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기도 해야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말 안 듣고 고약한 아들이라 아무도 못 주고 내가 데리고 산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하시며 며느리들을 위로하는척 하시며 속으로 아들 역성을 들어주셨다. 그런 말씀을 수시로 들으며 자란 나는 웬만하면 내가 지는 쪽으로 지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맘을 독하게 먹기로 작정을 하고 굶거나 말거나 본 척도 안 했다. 일부러 남편 좋아하는 반찬도 해서 보란 듯이 맛있게 먹으며 과일에 커피도 한 잔 하고 피로회복제까지 빠뜨리지 않고 먹었다.
그동안 어머니 믿고 마누라를 이겼으니 어디 한 번 당해 봐라 하는 심사가 발동을 했다. 사실 언제나 내가 먼저 사과를 하고 져주고 살아 온 까닭은 내가 속이 넓어서 라기 보다 시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단순한 성격이라 드러내고 당신 아들 편을 들어주시는 어머니와 싸울 작정도 아니고 그냥 물러나 주고 속으로 화를 삭이면서 나도 모르게 앙금을 쌓고 있었다. 마침 어머니도 안 계시니 하늘이 주신 좋은 기회를 그냥 놓쳐 버리면 가슴을 치고 후회할 일이 아니겠는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왔으니 안방 사또 버릇을 고치고 말겠다고 다짐을 했다.
밖에 나가면 남들은 입을 모아 남편이 어쩜 그렇게 좋으냐며 칭찬이 줄을 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웃어넘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하지만 속 모르는 소리 말라는 말이 쏟아질 까봐 일부러 빨리 자리를 뜬 적도 몇 번인지도 모른다. 평소에 비싸다고 망설이던 거울처럼 반짝이는 비늘에 얼굴이 비칠 것 같은 갈치도 한 마리 사고 과일도 사고 평소 보아 둔 물건도 사고 제과점에 들러 팥빙수도 포장해 달래서 낑낑 거리고 차에 실었다. 돌아와서 대충 정리를 하고 우아하게 팥빙수를 한 스푼 입에 넣고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온 몸으로 번지는 상상을 하는 순간 문이 열리고 눈에 익은 옷차림이 들어선다.
“차가 줄을 서서 오도 가도 못하는 바람에 배가 등에 달라붙는 줄 알았다. 어서 밥부터 먹자.”
이제 수호천사가 오셨으니 그 못 된 아들이 안방 사또가 아니라 정승 노릇 하겠다고 할 텐데, 그래도 모자가 식사를 하고 있으니 다행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하시고 재밌어요
"달래가며..." 는 결혼하며 여르신들께 가장 많이 들은 말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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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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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속에 바늘같은 지헤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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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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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믿는 야기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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