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유혹, 스탠리파크 속 이야기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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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파크 앞에서 서서 들어서는 사람을 맞이하는 동상이 있다. 18세기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즈(Robert Burns)의 동상이다. 그는 지역적으로 밴쿠버와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밴쿠버에서 그의 시를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1928년 동상을 세웠다. 번즈를 몰라도 그의 작품 올드랭사인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스코틀랜드 사투리로 시를 쓴 번즈를 사랑한 사람은 밴쿠버에 사는 스코틀랜드계였다. 동상 삼면에는 번즈의 시 3편을 형상화한 그림이 있다. 밴쿠버 시내에 세워진 최초의 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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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스탠리파크에 이름을 준 로드 스탠리 동상은 번즈의 뒤편에 있어,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스탠리는 캐나다 6대 연방총독(Governor General)으로 1888년부터 1893년부터 활동한 영국 출신 정치인이다. 그의 이름은 다른 곳에서도 유명하다. 내셔널하키리그(NHL) 팀과 팬들이 염원하는 우승컵 스탠리컵도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스탠리 총독 동상은 1960년에 세워졌다. 정치인보다 시인을 앞세운 밴쿠버 최대의 공원. 참 마음에 드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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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파크의 매력은 도시와 자연이 만나 어우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탠리파크 면적은 4.049㎢다. 종종 한국 여의도 면적(8.40㎢)처럼 지역 언론에 면적을 비교하는 기사에 종종 쓰인다. 스탠리 파크는 여의도 면적의 반이 안 되고, 한국 국회면적의 2배 정도 된다. 종종 이 스탠리파크를 걷다가 이민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근처에 살지 않는 한, 막상 이민 와서 바쁜 일상이 시작되면, 대부분은 자주 가지 못하고, 어쩌다 한 번씩 찾아와 마음속에 풍경을 바꿔 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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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폴은 스탠리파크의 대표적인 관광 사진 촬영 자리다. 그러나 이런 배치는 밀려난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준다. 각자 장승 마냥 마을이나 회당 앞에 당당히 서서 위엄을 자랑해야 할 상징이 한 자리에 모여 서있다는 건, 그걸 모을만한 권력에 굴복했거나, 원래 가졌던 의미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각 토템에 짐승은 조상신이다. 그렇게 모인 조상신은 하나의 부족과 그들의 힘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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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탠리파크 토템들은 과거의 토템이 아니라 모두 20세기 들어 원주민 예술가들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만들어낸 '작품'의 의미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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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내용은 JoyVancouver.com에도 개제된 기사 입니다. 조이밴쿠버는 캐나다 서부 지역 전문 한글 뉴스 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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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자전거 타고 돌다가.. 아 이런 곳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다가.. 공원에 숨어서 누런 종이봉다리에 든 맥주 마시는 사람들 보며.. 아니다.. 했다는..

얼마나 맛있는데요. 농담입니다. 요즘은 많이 풀려서, 스탠리파크에도 내년 쯤에는 맥주 시음장이 생깁니다. 가끔 야외 행사장에서 맥주 드실 수 있습니다.

날씨 좋은 여름에 한바퀴 돌면 참 좋은 곳이죠

날씨가 좋아지면 제 마음은 스탠리파크를 맴돌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