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게 짝꿍

in kr •  7 years ago  (edited)

19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나에게는 지금까지 잊지못할
첫 짝꿍 남자 아이가 있다
2학년 되고나서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지만 이름도 기억하고 있다
권 대영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입학식 첫날
부모님은 나를 학교에 데려가지 않으셨고 이튼날 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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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멋진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하는것이 아니라 보자기에 책을 싸서 여자 아이들은 허리춤에 두르고 남자 아이들은 등짝에 둘러메고 다시던 시절이였다 워낙 시골이다 보니 그랬을까?

보통 여자아이와 남자 아이들이 짝꿍이 되었는데 그 당시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게 참으로 짖궂게 굴었던 기억이 난다

대영이는 그닥 말수도 없는 조용한 아이였고 짖궂지도 않았다
오리려 내가 책상에 금을 긎고 각자의 영역을 지키게 했고 금을 넘어오게 되면
화를 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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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엔 아이들이 노란색 벤또에 점심을 싸가는 것이 점심을 해결하는 방법이였는데
대영이와 나는 1학기초에 한동안은
도시락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둘이서 고픈배를
쥐어안고 뒤로 홀짝 돌아 앉아서
뒷줄에 앉아 있는 동무들이 도시락을
까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눈만 껌벅 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배고팠던지 지금도 기억이 선하다

엄마가 어느날은 시장에 가시면서 벤또를 꼭 사오마 약속을 하시고 가셨다
드디어 나도 낼부터 도시락을 싸갈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하며 장에서 돌아오실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장에서 돌아오신 엄마와
작은 고모, 다섯살때부터 엄마가 키우신 고모도 그날 장엘 따라서 갔다왔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런데 엄마의 장보따리에선 벤또가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즉 도시락을 버스에 놓고 내리셨단다

아 ... 그때의 실망감이란
작은 고모까지 원망스러웠다

대영이에게 자랑하면서 도시락을
까먹을 생각에 젖어 있던 나
어떻게 벤또를 버스에 놓고 내릴수
있단 말인가..? !!

그 다음날도 대영이와 나는 뒤돌아 앉아
뒷줄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는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다 봐줘야 했다

그때 그 아이들은 대영이와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한숟가락도 안주고 .... 맛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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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5일장에 다시 나가신 엄마손에는 벤또가 들려져 있었고
다음날은 벤또를 들고 신나게 학교를
향했다

대영이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그날 점심시간에 대영이도 노란벤또에
점심을 싸왔다
뭐야... 둘은 말도없이 벤또를 맛있게 먹었다 그날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대영이는 늘 매일같이 수업시간에 오줌을 싸기로 유명했다
수업을 하다보면 다리를 막 떨어댄다
신호다

그렇게 선생님에게 화장실 가고싶다는
말도 못하고 다리를 떨다가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만다

늘 오줌은 바지를 적시고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선생님 대영이 오줌쌌어요"
나는 그렇게 소리쳐야 했고 선생님께서
대영이를 데리고 나가셨던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왜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안가고
바지에 지릴때까지 참고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영이는 2학년이 되면서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다
말수도 없고 늘 오줌만 싸던 짝꿍이라
사이좋게 지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잊을수 없는 내생애 첫 짝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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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학할 당시 53명의
반아이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바글 거렸던 기억이 난다
매년 시골을 떠나 어디론가 떠나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졸업할 당시에는 38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사람들이 골짜기마다 집을짓고 사는데 옛날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나의 모교는 전교생이 12명이란다 그것도 많은 수의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온다

대영아 너도 기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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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한주의 시작 월욜입니다
화이팅~~~!!

사진마을-한겨레에서 가져온 이미지 사진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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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미국에 살아서 그런지 주변에서 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뵈니 정말 반갑고 제가 이미 팔로 하고 있는 분이라 더 반갑네요.

그 콩나물처럼 바글바글하던 교실 그리고 겨울이면 온갖 연기를 맡으며 쓰던 조개탄 등 정말 추억이 많네요. ^^

그럼 비슷한 년배쯤 되겠습니다
저는 시골이라 장작을 태우곤 했답니다
저도 지금 팔로우 했습니다 ㅎㅎ

저도 도청소재지이긴 하지만 시골이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추억이 참 많습니다. 그 시절 친구들과 제가 미국에 떨어져 살면서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고 한국에 가면 그 친구들이 어마어마하게 환영을 해주는게 삶의 낙이네요.

아.. 그 붙어있는 책상..
짝꿍이 지우개질을 하면 나까지 덜컹거려서
글씨 삐뚤삐뚤해진다고 막 화내고^^;;
선 넘어오면 다 가진다고 으름장도 놓고...
추억이네요^^

다들 비슷한 추억이 있나 봅니다
참 그땐 왜그랬는지 ㅎㅎ

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니셨으면... 누나시군요^^ ㅎㅎ
국민학교 기억은 잘 안나지만... 항상 여자 아이들이 책상에 줄긋고 못넘어 오게 했었는데....ㅋ 아~ 아련한 추억에 빠져봅니다!

노아님은 언니시고 @jsj1215님은 누나시라니 어떻게 된 건가요! ㅎㅎㅎ 스팀잇에서 독거노인님 처음 보았을 때, 닉네임보고 정말 노인이신 줄 알았는데.. (실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실망이라뇨? 그냥 닉네임이 독거노인이지... 실제는 아닙니다!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ㅎㅎ

ㅋㅋㅋㅋㅋ

아...다크뉴욕님
이제야 진실이 밝혀지는 거군요
전 어르신인줄 ㅋ
다큐뉴욕이라면 저보다 20년 어리신 느낌입니다~~~^^ ㅎㅎ

ㅋㅋㅋㅋ 진실까지야! 뭐 서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것 뿐이죠^^
저보다 확실히 누님~ ㅎㅎ

아... 왠지 진거 가터요ㅠㅠ
누님.... ㅋ

  ·  7 years ago (edited)

다크뉴욕도 잘 어울리시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그쵸 ㅎㅎ

  ·  7 years ago (edited)

저보다 많은 시간 이전에 학교 생활을 하셨었네요...^^
사진이나 벤또라는 도시락이 낯설기만 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다 보면, 아련히 학창시절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
덕분에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갑니다.
좋을 글 잘 보고 가요 !!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ㅎㅎ 제가 확실히 쉰세대이긴 한가 봅니다
까마득히 옛일 같기도 하고 어제일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jsj1215 님의 추억 속에 역사가 있네요. 아직 젊기는 해도.. 나이가 들면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참 정감있고 소중하고.. 그립더라구요. 친구들 도시락 먹을 때 배고픔을 함께 해준 짝꿍이라 고맙게 느껴지네요. 권대영님의 프라이버시는 이렇게 지켜지지 못하고 블록체인에...ㅎㅎㅎ

ㅋㅋㅋ
오줌싸게 대영이도 이해해 줄거예요
대영이가 보고싶네요

헉...
지금 모교가 전체 12명?.
페교 되겠내요?....얼릉 그리 이사 가요...^^*

ㅎㅎ이사가도 울 막내가 졸업반이라
소용이 없어요

어머 언뜻 초등학교때 추억이 생각나네요 :)
책상 가운데에 줄 긋고 넘어오지말라고 으름장 대던건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추억인가봐요 ^^
청소시간 책상 밀고 마룻바닥으로 된 복도를 왁스로 닦아대던 기억이 나네요 ^^

그러게요
그때만이 가질수 있는 추억이지요^^

국민학교 참 아득한 이름이지요.
그래도 아름답고 정겨운 추억이 깃든 곳
지금도 가고 싶은 곳

네 전 국민학교라고 불렀던 세대라
지금도 그케 부르는게 편하네요^^

전 초등을 7,80년대에 걸쳐서 다녔는데 저보다 연식이 조금....더.... 그 당시 53명이면 적은편이네요... 저는 70여명이었고 그것도 오전, 오후반이 따로 있었죠... 생각난당....예뻤던 내 짝꿍은 잘 사나......

ㅎㅎ70 명은 너무 심했네요
친구들 이름 기억하기도 힘들었을것 같아요ㅎㅎ

헐... 기억력이...
엄청나시네요..;;
저도 입학할때 한 반 밖에 없었는데 50명 이었어요ㅋㅋㅋ 전 그런 학교들이 좋더군요. 서로서로 지금도 얼굴보고 다 친해요 ㅎ

특별한 기억라 잊을수가 없나봅니다 ㅎㅎ

저도 '초등' 학교 다닐 때 책상위 금 넘어오는거에 아주 민감했습니다 ㅎㅎ

ㅎㅎ 그래서 책상은 늘 칼로 그어놓은 금이 있었죠
게다가 많은 낙서를 새기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추억돋는 포스팅 잘 봤습니다!
보팅하고 가요~~^^

노땅의 추억이네요 ㅎㅎ

우와....정말 추억 소환이네요...

이나이쯤 되니 추억은 참 아련하고 그립고 그렇습니다

좋은글 보팅업합니다!
팔로우도 같이할께용 ><

감사합니다^^

아.. 주관적 판단하에
정말 이런글들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 )
어릴적 추억도 회상할 수 있고
잔잔하게 풀어놓은 따뜻한 글
저도 어릴때 딱53명이 한반이었는데 신기하네요

ㅎㅎ 진심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저 숨쉬는 이야기밖에 못하는 사람이지만 많은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고마울 뿐입니다
신기한데요 53 ㅎㅎ

여담인데 저는 한 42등쯤 한 것 같아요
어릴때부터 뺀질거렸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뒤에 11명이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예요
잘하셨어요 ㅋ

그분도 지금쯤 기억하고있다면 이불킥 뻥뻥하실듯 ㅎㅎ

ㅋㅋㅋ 소수문 하면 만날수도 있을거 같아요
알고보니 다른 친구의 친척이였다고 하니

저도 옛날에 짝꿍하고 싸우고 또 웃고 떠들고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 버스에 밴또를 두고 내린 부모님의 마음은 오죽했겠냐만 어릴때는 어쩜 참 엄마맘을 못알아줬던거 같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엄마가 더 상심이 크셨을거예요
전 그때 제 감정만 남아있었네요 ㅎㅎ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소중한 추억은 참 사소한 듯해도 오래갑니다.
오른 쪽 가슴에 달았던 손수건, 저는 분홍색이 들러진 손수건이었는데...
참 코 많이 흘리고 다녔죠. 왜 그렇게 다들 코 흘리개였는지....추억에 빠져봅니다. 감사해요.

어떤 기억들은 수십년이 지나도 바래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 있는것들이 있지요
이 기억들 처럼요

점점 학급당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 같네요.
어릴적 추억이 깃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네 요즘 시골이 그래요
저출산에 시골에 남으려는 젊은이들이 없으니까요

옛날 생각을 또렷이 하고 있네요 .
나는 10리나 걸어서 학교에 다녔고
보자기에 책을 싸서 허리에 메고 다닌게 비슷하네요.
사진을 보니 반가워요.

  ·  7 years ago (edited)

ㅎㅎ 그러셨군요
저도 저학년때까지 그렇게 학교를 다녔지요
비가오면 개울이 넘쳐 빙빙 돌아서 다녀야 했고요^^
어린시절 남아 있는기억들은 그리운 추억입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하신걸 보면 좋은(?) 추억이셨나봐요!ㅎㅎ
짝꿍 한번쯤 보고싶으시겠어요~ 저도 그런 기억에 남는 짝꿍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없네요ㅎㅎ

그렇죠
만나보고 싶어요
나를 기억 못해도 오줌 쌌던건 기억 할거라고 생각해요 ㅎㅎ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스톤님 왜요?^^

아마도 첫사랑이 아니었을까요?
지나친 비약이라믄 어쩔수 없지만...ㅋ
사실 저도 그시절에 잊지 못하는 짝궁이 있었는데 사춘기에 여학생을 사귀기 전까지는 맘 속으로 첫사랑이라고 두근두근했던 기억이.....ㅋ

켁 너무해요
오줌싸게를 ㅋㅋㅋ

저도국민학교출신자로서..ㅎㅎ
추억이..와.

국민학교가 입에 붙긴 했지요 ㅎ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는군요. 저 역시 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추억이 있거든요.

앗 저도 열심히 블로그 읽고 있었는데 ㅎㅎㅎ
제 블로그에 오시다니..ㅎㅎㅎ 이거슨 운명?

저 국어책 저 다닐 때, 모습은 아니지만
왠지 어릴시절이 떠올라 즐거운 글이에요
제가 어릴 때는 아빠의 전라도 광주 발령으로 지방에 내려가 지냈는데
참 재밌었거든요 ㅎㅎㅎ

모교가 전교생 12명 밖에 없다니
추억속에 자리 잡은 모습은 온데 간데 없네요 ㅠ

책보, 오래간만에 들어봅니다.
어려서 책을 싸가지고 도시락 다먹고 집에 올때면
그 소리가 요란합니다.

nice pictures in here... thank you... 😊 @peekbit
( 여기 멋진 그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밌기도 하면서 슬픈 시절이네요 ㅠㅠ 한창 자랄나이인데 얼마나 배고팠을까요?? ㅠㅠ 제가다 속상하네요 ..

보자기에 도시락이라니 정말 시골이셨나보네요. 대영이가 이 글보면 울겠어요 ^^

멋진 추억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오줌싸게 짝꿍을 50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시다니 영화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