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란 무엇일까? 창조는 흔히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거라고들 한다. 누구나 한번쯤을 들어보았을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어느정도 맞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물론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만약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말에서 무엇인가 엄청나게 크고 중요한 것'을 만들어 내야만 창조라고 말할 수 있다고 유츄한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작은 것을 만들던, 큰 것을 만들던 중요하지 않다. 완성물의 크기나 스케일이 아니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과정'이다.
창조적인 과정이란 모험과 비슷한다. 즉 정해진 길을 따라 안전하게 가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그 길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모험의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불확실성에 자신을 맡기고 그저 길을 걸어가는 것은 창조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저 '무작정 걷기'만 하면 다라는 말은 아니다. 창조적인 과정은 '목적'이 필요하다. '나는 왜 이 길을 걷길 선택했나, 나는 왜 이 길을 가고 있는가? 나는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는가?' 이러한 목적 의식 없이는 '창조적 과정'이 아니라 그저 '방황(방랑)'일 지도 모른다. 물론 창조적 과정 속에서도 우린 방황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창조적 과정 속에 있는 일시적인 방황과, 아무 목적없이 그저 계속 방황하는 것은 다르다. 어디로 갈 것인지도 모르면 아무데도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과정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킨다. 즉 우리가 과거에 있던 곳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게 이끈다. 근데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곳에서 나아가서,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그것은 그저 지속되는 방황일 뿐이다.
그렇다면 모든 목적은 다 창조적인 과정을 유발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그 목적의 동기가 중요하다. 그 동기가 정말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위한 것이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사회적인 기준에 나 자신을 맞추기 위한 것인가?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한 동기라면,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은 창조적일 수 밖에 없다. '정말로 나의 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무수한 실패, 성찰, 극복 등을 겪으면서 '자기 자신만의 길'을 '그려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미 그려놓은 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길을 그리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 창조적이다. 혹여 이미 존재하는 길을 따라르기로 시작했더라도, 그 길을 걷다가 중간에 자기 자신의 길을 그려나가야겠다는 내면의 부름을 받을 수도 있고, 이미 존재하는 길을 참고만 하되, 새로운 나 자신만의 길을 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목적은 너무 단순해 보이고, 그 곳으로 가는 길이 이미 너무 명백히 보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이미 누군가가 성취해 놓은 것, 그대로 그 결과까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창조적인 과정은 그 과정에서 창조적인 자기 탐구가 있어야지, 창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나 스스로 연구하면서 나아가야한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밥 숟가락에 밥을 떠먹여 줘서 내가 입을 벌리고 삼킨다고 해서, 내가 창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스스로 그 음식을 만들고,나 혼자 먹든, 누군가에게 주든, 같이 먹든지 해야 창조적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미 해 놓은 것을 그저 내가 취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창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이뤄 놓은 것을, 그 것을 이루는 방법 마저도 똑같이 따라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타인의 성취는 나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의 성취를 내 정체성에 맞게 응용할 때 비로소 창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적인 과정은 우리의 머리로는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미래에 기꺼이 마음을 여는 일이다. 때로는 위험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하거나 새로운 발명품을 만드는 일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꼭 스케일이 큰 일만 창조적인 과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낙서를 하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도 창조적으로 할 수가 있다. 어떤 과정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누군가가 이미 해 놓은 것을 똑같이 따라하지 않고, 동기부여가 되는 타인의 작품(혹은 결과물)을 참고하되 나의 정체성대로 응용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즐겁게 탐구하듯이 한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히 창조적일 수 있다.
나는 창조적으로 사는 것이 그 어떤 삶의 기술보다도 필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창조적으로 살면, 외로움, 고독, 불안, 무기력 등을 완화시키고, 보다 자기 삶에 만족하면서, 삶을 즐기면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내게 관심이 생기는 분야, 활동을 찾아서 스스로 시도하면서 해나간다면, 즉 자신의 길을 그려나간다면, 그 모험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우리의 삶을 더욱 생기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적인 삶의 과정은 우리를 살아있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