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다듬은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창밖을 보았다.
어느덧 봄이 왔는지 밖은 분홍이다.
가로수길을 걸을 때마다 벚꽃잎들이 살랑살랑 내려온다.
나의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여자 향수 냄새에 왠지 내 마음도 달콤해져만 가는 거 같다.
마치 벚꽃의 옅은 분홍빛을 달콤한 차로 우려낸 것만 같은 향기가 내 속에서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아 이런 봄이 올 때마다 뭔가 달달한 기분이 느껴지고 귀여워지는 연인과 함께 손을 마주 잡고 싶다.
벚꽃의 향기를 마음에 채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그 여운이 여간 심한 것이 아니다.
언제쯤 봄이 올까?
자꾸 혼잣말을 되뇌듯 궁금증이 올라온다.
아닌 듯 괜찮은 듯 행동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나조차도 이것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행동이라고 느껴지게 되어 신경이 쓰인다.
물론 혼자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저 봄이라는 계절과 주변에서 보이는 모습들이 문제일 뿐이다.
고독하다.
한때는 이 고독이라는 단어의 멋에 취해 나 또한 고독을 즐겨보리라 했지만 그것은 그저 한때뿐이었다.
고독은 그다지 취할만한 술이 아니었다.
그저 혼자 마시는 혼술일뿐이다.
어느새 도착한 곳은 한적한 칵테일 바였다.
그래 고독을 일삼는 외로운 늑대들의 모임 장소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 같은 외로운 늑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고독을 즐기러 오는 늑대였고 나와 같이 고독을 겪고 있는 늑대는 아니었다.
칵테일 바에 들어서자 나와 칵테일 바의 주인 그리고 여인 한 명이라는 단출한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여인? 여인! '
이곳은 좀 전에 말했듯이 외로운 늑대들이 오는 곳이지 저런 여인이 올만한 곳이 못되었다.
물론 못 올 곳도 아니지만 그렇게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인이었다.
하지만 옷만은 아니었다.
츄리닝을 입은 미인이었다.
그것도 칵테일 바에서 하하하 누가 보면 웃을 일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풋 하고 웃어버렸다.
그러자 여인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렀다.
나는 봄이라곤 하지만 나름 적당히 차려입은 젠틀맨이었다.
고독한 늑대라 부르기 충분할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뭐랄까 그저 잠깐 늑대들의 집 앞에 앉은 까치 같았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뭐 어떠랴 이러한 봄의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는 분위기에서는 뭐든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 이곳에서는 자유로워야 했다.
하지만 그 여인의 눈동자에서 나는 뭔가 억압된 존재를 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나 또한 자유롭게 오던 이곳에서 주변을 의식하며 이렇듯 차려입고 오지 않았던가.
후... 나는 자조하며 주인에게 칵테일을 시켰다.
물론 바텐더는 나의 말 "늘 먹던 걸로 한잔 주세요"라는 말에 "무슨 칵테일로?"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주문을 마치 고서는 옆에 두 의자를 사이에 둔 여인을 힐끔하고 쳐다보았다.
그녀는 턱을 괜 채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칵테일을 섞고 있었다.
나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아까 머물렀던 시선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뒤로하곤 내가 늘 마시던 달달한 칵테일을 마셨다.
이 칵테일의 이름은 옐로 스위트 레몬 말 그대로 노랗고 달콤한 레몬맛 칵테일이었다.
이 칵테일은 청량음료에서는 못 느끼는 어떤 특유의 시원함과 달콤함 그리고 은은함까지 가지고 있는 완벽 그 자체의 칵테일이었다.
말이 칵테일이었지 알코올도 별로 없어 그냥 내 전용 음료수라고 보면 되었다.
말 그대로 내 전용이다.
처음 왔을 때 뭣도 모르고 있어 보이는 칵테일을 시켰다가 된통 당하고 나서 바텐더의 추천과 나의 취향을 섞은 칵테일이었다.
바텐더이자 이 가게 주인은 팔기를 원했지만 내가 강력히 나만의 음료로 남기고 싶다고 주장하자 굳이 메뉴에 올리지는 않았다.
나도 알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이없고 바보 같은 짓인지는 하지만 나는 뭔가 그런 나만의 특별한 이 맛과 느낌을 충분히 즐기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고독한 늑대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칵테일를 알아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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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그냥 칵테일 이름 지어낸건데.. 제 글에서 칵테일을 알아가시다니... 대단하시네요 ㅎㅎ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전에 쓴 시나 글들도 한번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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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정성글은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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