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비치는 형광등 불빛의 하양이 회색빛 하늘 위에 구름 되어간다.
소음 속에서 글을 쓰고 있자면 내 글이 과연 이 소음에 전혀 연관 없는 무음의 글인지 궁금해진다.
내가 글 쓰는 순간 샤프심이 종이에 갈리며 나는 그 작은 소리가 이 왁자지껄하고 소음이 가득 찬 곳에서 또 하나의 소리의 음계 속 선율의 음표로 어울려 갈지도 모르겠다.
나의 글은 무음일까 소리가 없을까? 마음속 생각과 말도 소리가 있을까?
무엇이 소리를 정의할까?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소리가 듣고 싶다.
각자의 생각과 심상과 감정과 욕심 등으로 가득 차 빼곡히 빽빽이 채워져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오늘도 내일도 그 무엇인가를 어김없이 채우고, 태우고, 버리고, 얼리고, 부수고, 깨버린다.
나의 창문이 깨지고 그 파편이 조각조각 뿌려져 바닥에 흩어질 때면 그 조각조각 마다의 한편의 ‘편린’을 결정 삼아 고이 보관해 두고 싶다.
온전할 때는 싫은 불편한 그것들이 부서지고, 깨지고, 조각날 때면 하나 둘쯤 유독 색다르고 뭉툭한 그것이 보일 테지
날선 조각에 손 베이기 싫으니 두려우니 가까이 가지 않고 장갑 두껍게 끼고 한 조각 집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