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vuons : NLP 에세이 8일차] "긍정"과 "부정" : 바닥까지 걸어가는 누군가를 위하여

in kr •  7 years ago  (edited)

@lekang 님께서 달아주신 댓글을 읽고서 오늘 글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lekang 님 감사합니다.

오늘 암호화폐 시장은 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입니다. 모든 암호화폐가 일제히 파란불을 켜며 어제 가격 대비 하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래소 신규 가입자 등록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앞으로 며칠간 이와 같은 하락세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나와 안타깝습니다. 폭락의 원인마저 정확히 모르고 여러 가능성을 추정하는 정도에 그쳐 더욱 안타깝습니다. 저와 같은 초보자는 그냥 바닥을 기다릴 뿐입니다. (마이너스 35% 찍으니 멘탈이 흔들리긴 하네요)

그런데 암호화폐 투자만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외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문의 사회만을 보더라도 충북 제천의 화재로 인하여 가족을 잃어버린 수많은 분들이 나옵니다. 악천후 추돌사고로 인한 사상자, 자연재해로 인하여 삶의 터전을 상실한 이재민, 사업 부도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파산한 가정 등 헤아릴 수 없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겪고 있을 좌절과 절망의 바닥은 어디가 끝일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에 정호승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를 전합니다.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굳세게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호승 시인은 말합니다, "바닥은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저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바닥은 그냥 딛고 일어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바닥을 뚫고 그대로 추락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좌절과 절망을 지나고 우울을 거쳐, 극단적으로는 생명 저 너머로 말입니다. 생명 저 너머로 가지 않더라도 한동안, 아니 정말 오랫동안 우울을 붙잡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바닥을 찍으셨던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어떠셨는지. 바닥은 진정, "그냥"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일까요.

오히려 정호승 시인의 다음 시를 저는 선호합니다.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먹먹해졌습니다.

'왜 나에게 산산조각이 일어났지? 산산조각이 일어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지? 살기 싫다.'
'나에게 산산조각이 일어났구나.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NLP에서는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긍정"이라 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부정"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산산조각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과거에서 원인을 찾고 미래의 가능성을 비관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만큼 좌절이 크기 때문에 도저히 산산조각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죠. 이런 분들에게 긍정을 강요하는 것은 공감력 없는 고문에 가깝습니다. 몰라서 못 하겠습니까.

부정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긍정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상대방의 "부정"에 매칭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무엇 때문에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 과거의 원인을 찾고 있는지, 미래의 가능성을 비관하는지, 근본적으로 상대방의 정서 상태가 어떠한지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느끼는 바닥의 깊이를 먼저 공감하는 것이죠.

"부정"에 매칭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우울한 정서 상태는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산산조각난 경험을 공유한다면요? 물론 자신의 경험을 상기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크나 큰 아픔이지만 상대방과 강력한 라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는 태도까지 열어 보일 수 있다면 상대방은 크나 큰 위로와 용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은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먼저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닥까지 걸어가는 누군가를 위하여
당신은 어디까지 맞추고, 어디까지 열어 보이시겠습니까?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깊은 생각 나눔 잘 보고 느끼고 갑니다.
/ 다니의 뉴비 지원 프로젝트(1월 2주)

감사합니다 d^_^b

여유를 가지고 투자하시면 될거같아요 팔로우합니다!

저도 팔로우합니다! jejuin님~ 여유조차도 가질 수 없는 상태인 분들도 계시죠. 그 분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먼저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벼운 위로가 될 것 같아 댓글을 달기가 힘드네요.
힘내세요!

꾸준히 블로그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힘내세요! 딱 그정도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위로의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디겠습니까

좀 힘든 시기이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내일을 기다려 봅니다~.
화이팅여^^

화이팅입니다!!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저도 오늘 손해 봤는데 다행히 저는 재산이 많지 않아서 조금만 투자했었어요. 소심한 성격이 하락장에서는 도움이 되네요.
오늘 주무시고 일어나시면 내일은 확 수익 나있을거예요.^^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오늘 잘 수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살아 있음이 가장 큰 긍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읽고갑니다^^


@smartcome 님 포스팅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가...... 마음을 울리면서도 시를 넣으신 부준에서 해학이 느껴지네요!! 존버를 믿습니다!!!

시가 마음을 울리죠 정말..

저두 멘탈이 잠시 흔들리긴 하네요~
하지만 버티고 기다리고 결심했어요~
곧 빨간불이 될거라는 믿음으로

믿음으로 버티는 것, 희망을 갖고 계시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