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 끝나갈 새벽 12시 무렵 그들의 눈빛이 우연히 마주친다.
3명, 모두 중동이나 어디 아세안 나라 출신으로 보이는 미인들.
근데 이거 뭐지?
외국인 관광객 중심인 명동거리 입구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그들은 택시를 못잡고 헤매고 있다.
헐. 이미 몇번이나 잡으려 했나 본데. 택시 하나가 속도를 늦추며 태워줄 듯 한데 마지막 순간에 (왠지) 승객의 낯선 외모에 엔진을 심하게 밟아 빨리 도망가버린다.
승객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휴 답답하다. 이러니 그들은 얼마나 더 답답할까.
다음에 더 용기(?) 있는 택시가 다가서더니 한국말로 어디까지 가느냐라고 기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녀들 (국빈이라고 하자) 에게는 아무 말도 없이 무시하고 지나가는것이나 다름 없는 말이지 않는가.
양쪽은 잠잠히 침묵하며 서로가 서로를 그냥 쳐다보고 있었다. 이 순간에 내가 나섰다.
그들이 가려는 목적지를 파악하고 기사한테 우리말로(한국말로) 당당하지만 실망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여기서 유턴해서 남산 1호 터널으로 가시고 한남대교 건너시면 신사사거리에서 우회전하시고 한 300미터 이후 오른쪽에 ㅇㅇㅇ관광객호텔에서 세워 주십시오. 아저씨, 잠시 교류 중인 저희 나라 국빈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 아~예 알겠습니다라는 말이 당황한 기사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난 앞으로 우리 나라를 방문한 국빈을 더 잘 챙겨달라는 의미를 실어 내가 뒷문을 세게 닫았다.
몇분 뒤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버스를 타고 이 나라를 영원히 떠났다.
인색한 사회가 아쉬울 따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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