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산 시집은
심지어 한국 시인의 시집도 아니고,
일본 시인의 시집이었다.
이바라키 노리코, '기대지 않고'
당시 내가 처한 상황이나, 정신 상태에
딱 맞아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홀린듯이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손에 들었었다.
'내 나라가 전쟁에서 졌을때'라는
시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기억은 선명하지 않은데,
두 권 정도를 구입했었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일본에서 살 때,
집이 이사하면서 사라진 것 같다.
그래도 적어도 싯귀 두개는
마음에 보관할 수 있었으니 되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형언 할 수 없는 무엇으로
뒤죽박죽으로 만든 시는 따로 있다.
잠들지 않는 귀- 김 행숙 시인.
보통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은
4절로 이루어진 시의 마지막 4절 부분이다.
그 부분이 백미이긴 하다.
모든 시를 다 읽고 난 뒤에는
한참동안이나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음에 담은 것이 아니라
등뼈에 칼이 꽂힌 듯이 흔적이 되었다.
아마도 나는 평생
이 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