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세기 후반, Globalization(세계화)가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이념을 토대로 생긴 시장자유주의는 개인과 개인, 큰 관점에서는 국가와 국가간의 시장에서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을 유발했습니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에서 우리는 주체간의 상호작용을 증명해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제 3자인 (미들맨)의 역할은 막중했습니다.
미들맨이란
미들맨이란 A와 B를 이어주는 중개인의 역할을 하며 경제활동에서는 투자자, 전문경영인, 법률 세무 전문가 등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미들맨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양합니다. 우리가 해외에 송금 할때의 ‘은행’, 집을 계약 할 때의 ‘부동산’, 심지어 배달 음식 시켜먹을 때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미들맨으로 분류 될 수 있고, 우리는 미들맨의 역할이 필수적인 경제 시스템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Decentralized(탈중앙화)를 실현하려는 블록체인 시스템내에서 미들맨의 역할을 짚어보며 그 방향성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블록체인은 미들맨을 없을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탈중앙화된 가치를 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고착된 중앙화 권력을 분산화 하는게 중요한데 '사회 깊숙이 스며든 미들맨들이 종식될까' 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들맨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 흔히 은행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가령 현재 국제 송금 서비스는 여전히 1970년대에 개발한 SWIFT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망을 사용하는 대신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해야함과 동시에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평균 2일의 송금 완료 시간이 걸리는 등 적지않은 불편함을 겪습니다. A가 B에게 돈을 주려면 우리는 은행이라는 제 3자기관인 미들맨을 이용해야 하며 국가간의 통화를 교환 할 때 우리는 은행에 수수료를 지불함과 동시에 장기간의 트랜잭션 처리기간을 기다려야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과정을 단축 시킬 수는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흔히 분산원장기술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데이터가 은행과 중앙화된 곳에 몰려 있는게 아니라 거래 장부를 대중에게 줌으로써 비유되는 말입니다. 대중에게 공개된 거래내역은 작업증명(Proof of work) 등으로 증명하여 거래를 성사시켜 거래를 더욱 투명하고 정확성 높게 우리는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미들맨들은 첫 암호화폐라 불리우는 비트코인의 송금방식에서 제한된 블록형성으로 인한 시간 지연, 높은 전력량 소모 등을 비판하며 현 산업을 위협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방어적 자세를 취했지만, 대표적인 알트코인 이더리움은 POW 작업을 개선하여 시간 지연 문제 극복, 범용성을 극대화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상용화에 앞장 서고 있고, 많은 종류의 알트코인들 또한 지분증명(Proof of Stake), 탱글(Tangle) 방식 등으로 현행 기술보다 효율적인 기술을 도입해 현 산업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들맨의 종식은 없다
중앙화된 조직에 반하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미들맨과 중앙화된 권력이 종식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미들맨의 시대’ 저자이자 실리콘밸리에서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마리나 크라코프스키(Marina Krakovsky)는 미들맨의 역할을 6가지[교량자(Bridge), 인증자(Certifier), 집행자(Enforcer), 위험감수자(Risk Bearer), 안내자(Concierge), 보호자(Insulator)]로 분류합니다. 저자는 미들맨은 모두가 연결되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연결고리의 힘을 아는 미들맨의 역할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고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저자는 연결된 중앙화 고리의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미들맨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는 있지만 완전한 종식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에서 완벽한 탈중앙화는 기술적 한계와 제도적 미숙으로 인해 아직까지 실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종종 현 블록체인 산업을 90년대 인터넷이 나오던 초기와 비슷하다고 이야기 하시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인터넷을 유망 산업이라고 인식하고 너도나도 모두 투자를 했지만, 인터넷에 관한 구체적 제도화가 없던 당시에는 작고 큰 혼란들이 많았습니다. 현재 블록체인도 인터넷 초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자본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화된 미들맨들은 인터넷이 과도기인 시점 일 때, 미래 먹거리를 개척을 위한 빠른 태세전환으로 인터넷 플랫폼 내에서 또 다른 미들맨으로 활동 할 수 있었고, 블록체인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블록체인계 미들맨은 누구인가
(1) 이더리움 재단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대항하는 알트코인으로서 블록체인 분야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 다양한 Dapp(Decentraliuzed Appllication)이 구동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을 이끌었습니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이더리움 재단이 플랫폼을 누구나 사용 할 수 있게 오픈소스화 하였더라도 이 플랫폼을 개발한 이더리움 재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2016년 6월 The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 해킹되면서 600억가량의 자금이 해커에 탈취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해커는 개발자가 공포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에 취약점을 발견하여 해킹에 성공 할 수 있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탈릭 부테린은 하드포크를 진행하게 됩니다. The DAO는 Split 이후 일정 시간 동안 출금 제한을 걸어 놓았기 때문에 이더리움 개발진들의 이더리움 하드 포크의 대응으로 피해자들은 해킹당한 금액을 돌려받고 사태가 일단락 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중앙화된 권력에 회의감이 있던 비탈릭은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어떠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할지 사용자들에게 의견을 물어 대중의 의견을 반영한 투표 결과가 이더리움 하드포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저는 비탈릭 부테린의 역할을 미들맨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부테린이 추진한 하드포크는 미들맨의 위의 6가지 역할을 모두 만족 시킬 뿐만 아니라, 탈중앙화를 우선 가치를 두는 블록체인 시스템에 결론적으로 중앙화된 시스템이 강하게 개입되었습니다. 평소 탈중앙화를 전적 지지와 블록체인 생태계 형성에 앞장서는 부테린의 하드포크는 불가피했다는 의견이 많지만, 만약 부테린이 ‘미들맨’의 역할로서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탈중앙화에 반하는 시나리오가 발생할 것이라고 봅니다.
(2) EOS 시스템
블록체인 3세대라고 불리우는 이오스에서도 중간 관리자들의 역할을 막중합니다. 이오스는 21명의 대표자를 투표로 뽑고 이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방식의 플랫폼입니다. 21명의 대표자들은 대표자로 선출되기 위해서 일정한 수준의 컴퓨터 성능을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그들은 대표자로서 매년 발행되는 EOS코인을 받고 플랫폼 구성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오스는 21명에게 권력을 분산하여 강력한 미들맨이 생기는 플랫폼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21명의 대표자들이 해킹이 되면 플랫폼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만약 플랫폼을 이끌 대표자(미들맨)들이 기존 자금능력을 갖춘 미들맨에 의해 선출되었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더리움 재단은 ‘21명의 대표자들이 해킹이 되면 블록체인은 멈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고, EOS를 개발한 Block.One 팀은 돈에 의해 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을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투표자들이 돈을 받고 투표했는지에 여부를 알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미들맨이 대표자 자리에 많아진다면 완벽한 탈중앙화를 이루는 데에 제동이 걸릴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야할 점
많은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블록체인 트릴레마(blockchain trilemma)의 요소인 확장성(Scability), 보안(Security), 분산화(Decentralized)를 해결하기위해 노력 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두되는 문제는 확장성인데, 이더리움재단 또한 샤딩, 플라즈마를 이용하여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고 차후에 나오는 이오스와 같은 플랫폼들은 기존 플랫폼보다 개선된 확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은 부분의 중앙화된 권력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이더리움 같은경우 이더리움을 관리하는 재단이 플랫폼 내에서 행할 수 있는 권력이라 볼 수 있고, EOS같은 경우 21명의 대표자가 그러할 것입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방향은 무조건적인 탈중앙화 방식보다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Hybrid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미들맨들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이런 미들맨이 있다면
우리는 미들맨에 대한 인식과 역할의 중요성에 다함께 공감하고, 지속적인 블록체인 생태계 형성을 위한 생산적 고민을 한다면 확장성, 보안, 그리고 분산화를 모두 이룰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확장성 문제가 자유로워질 차기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탈중앙화와 중앙화의 균형점을 맞춘 플랫폼들을 대체한 기술이 개발되어 점점 탈중앙화의 색이 입혀질 것이며 미들맨의 역할은 줄어들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의 색이 강한 미들맨이 나온다면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더뎌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들맨의 역할은 블록체인 산업육성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손해도 두려워 하지 않는 파트너로서의 책임감이 강해야 합니다.
부정적 외부효과
: 어떤 주체의 행위가 다른 주체에게 기대되지 않던 이익이나 손해를 주지만 그에 맞는 보상이 없는 것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리우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CEO이자 기업가(entrepreneurs)인 일론 머스크는 2006년 테슬라의 첫 전기차 모델인 로드스터가 나왔을떄 ‘근래에 전 세계 도로에서 전기차를 수년 내에 상용화 시킬 것’ 이라고 단언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과연 전기차가 현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을까’ 등의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지만 테슬라의 주가는 시장초기와 비교했을 때 크게 상승하였고 현재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미들맨들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교량자 역할을 하며 때로는 위험을 감수 할 줄 아는 용기가 있는 생산적인 미들맨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중심축이 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치열한 고민과 인사이트 공유를 통해 건설적인 블록체인 생태계가 갖추어지길 소망합니다.
Reference
- [https://medium.com/@LloydMarino/blockchain-the-end-of-the-middleman-37d97a67d7f)
- [https://blog.naver.com/ridi61?Redirect=Log&logNo=220756350581
- [http://www.bbc.com/news/business-42788384
- [https://www.huffingtonpost.kr/jaesoo-kim/story_b_9825846.html
- [https://www.wired.com/2016/06/50-million-hack-just-showed-dao-human/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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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블리에 관심 가져주셔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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