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들을 위한 자금 조달 및 관련된 회계.세무.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케블리 1기 활동에 이어서 2기에서도 업무 상 제가 겪고 있는 일들을 각색해서 풀어나가보려 합니다.
2기 첫 글로는 새로운 토큰 경제(Token Economy) 시대의 흐름에 맞는 토큰 회계(Token Accounting)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이미 수 많은 거래소와 ICO 기업 그리고 일부 크립토 펀드에서 암호화폐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회계 상 장부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 때, 암호화폐 회계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어떤 부분을 주의해서 봐야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 중에서도 암호화폐를 회계 상 자산 항목으로 분류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적어봤습니다.
얼마 전 한 ICO프로젝트의 회계팀을 만나 회계처리와 관련된 미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7년에 200억에 가까운 자금조달을 한 팀에서 처음 준비하는 장부 마감이라 아직 지출은 많지 않고 대부분의 자금은 현금과 암호화폐로 보유 중에 있었습니다.
ICO를 진행한 프로젝트 팀에 있어서 자신들이 받은 경제적 가치는 부채로 인식되어야 할 것 입니다. 즉, 돈은 받았으나 아직 돈 받은만큼 해준 것은 없기 때문에 완전히 내 돈은 아닌 것입니다. 플랫폼이 개발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부채(선수수익, 즉 미리 받은 수익) 가 수익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동시에 ICO를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ICO 프로젝트 팀으로부터 받은 토큰은 자산에 해당될 것입니다. ‘과거 ICO 참여의 결과’로 ‘현재 내가 보유’ 하고 있고 ‘미래 경제적 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계 상 자산(Asset)이란,
- 과거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 현재 기업이 보유 또는 통제하고 있고
-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
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부채가 언제 수익으로 인식될 지 알아보기 위해 회계팀에 대략적인 플랫폼 오픈 날짜를 물어봤습니다. 이미 1년 전에 진행된 ICO이고 자금조달액도 크기 때문에 플랫폼 오픈 날짜를 대충은 알고 있어야 미리 그 200억 원에 대한수익 인식 시기를 조율을 하고 세금 관련 문제도 미리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답은 충격적이게도 ‘모른다’ 였습니다. 개발팀은 다른 나라에 있다고 CEO에게 들었는데 따로 진행상황을 들어본적도 물어본적도 없고 기존의 계획은 틀어진지 오래고 언제 어떤식으로 서비스를 런칭할지는 모르겠다 였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회계 상 분류나 회계 상 평가 이익/손실을 아무리 열심히 고민해서 평가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은 당연히 ‘경제적 효익’을 믿고 투자를 하고 장부 상 자산으로도 반영할텐데 실제 ICO 프로젝트 팀에서는 발행된 토큰이 회계 상 경제적 가치 ‘0’으로 판단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앞으로 많이 발생될 것 입니다.
기존의 자산들과 다르게 암호화폐라는 것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이 되어버리는 순간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 처럼 보이게 되고 그에 따라 장부에 숫자로 반영하는 것 쯤은 어렵지 않아보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그 자체가 가치를 지닌 경제적 도구로 쓰이기 까지는 백서 상 로드맵으로도 족히 3년은 걸릴 것입니다.
토큰 회계(Token Accounting)를 통해서 기존 회계 상 자산 항목들과의 암호화폐 자산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어떻게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회계(Accounting)란 무엇인가?
우선 회계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를 알아야 토큰 회계학에서 이슈가 되는 부분이 더욱 명확해 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계 원리 책에 회계(Accounting)란,
a. 기업이 다양한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경제적 거래와 사건들을
b. 체계적으로 인식, 기록, 정리 및 보고 함으로써
c. 회계정보를 이용하여 자원배분에 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자 하는 회계정보 이용자들에게 경제적 실체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
을 말합니다.
키워드로 본다면 ‘경제적 거래’ ‘체계적 인식’ ‘유용한 정보 제공’ 정도가 될 것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경제적 거래라는 것은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커피 한 잔과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제적 거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견이 없을만큼 체계적인 인식과 유용한 정보제공이 가능합니다.
암호화폐 시대에서의 경제적 거래라는 것은 첨부파일이 든 이메일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즉, 누군가가 보내준 이메일 안의 첨부파일이 실제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첨부파일이 든 이메일을 정말 나만 받은 것이 맞는지 등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쉽게 확인되었거나 간과했던 부분들이 핵심이 될 것 입니다.
토큰 회계학에서는 특정 시점의 암호화폐의 가치보다는 장부에 반영해야 할 암호화폐가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과 그 경제적 효익여부 – 보유한 암호화폐가 경제적 도구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 – 그리고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소유의 확인이 그 어떠한 자산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토큰 경제(Token Economy)시대 안에 발생하는 ‘경제적 사건’들에 대해서 ‘체계적인 인식’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의 작성 – 자산 항목
전통적인 경제적 거래의 예로 건물 구입을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회사가 현금 100억 원을 주고 건물을 구입했을 때,
(차) 건 물 100억 / (대 ) 현 금 100억
이라는 분개를 통해서 회사 장부의 자산항목에 현금이 사라지고 건물 100억이 생겨날 것 입니다. 현금 100억이 어디서 왔는지는 예전 거래내역을 보면 알 수 있고 건물이 A 회사 소유인지는 계약서, 등기부등본 등으로 쉽게 확인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현실에서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100억 원 가치의 건물이 사실 A회사의 소유가 아니라고 했을 때 일어날 파장은 상당히 클 것입니다.
토큰 경제 하에서 거래의 예로 공유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토큰 구입을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회사가 현금 100억을 주고 케블리라는 공유 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토큰을 구입했을 때,
(차) 케블리 토큰 100억 / (대) 현금 100억
이라는 분개를 통해서 회사 장부의 자산 항목에 현금이 사라지고 케블리 토큰 100억이 생겨날 것입니다.
근데 건물 구입은 당연히 장부에 반영되어야 할 것 같은데 공유 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이 상품권이나 쿠폰같은 토큰을 자산으로 반영하는 게 맞는건지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1 토큰의 분류: 자산 항목
앞서도 언급했듯이
회계 상 자산(Asset)이란,
- 과거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 현재 기업이 보유 또는 통제하고 있고
-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
을 의미합니다.
키워드로 본다면 ‘과거 거래의 결과’ ‘현재 보유 또는 통제’ ‘미래 경제적 효익’ 이 될 것입니다. 앞서 건물거래의 예를 보면 ‘건물 양도 계약’의 결과로 ‘현재 기업 소유가 등본 상 확인’ 되고 ‘앞으로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혹은 임대 수익의 기대’가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케블리 토큰의 경우는 ‘ICO 참여의 결과’로 ‘현재 회사가 보유 및 통제’하고 있는 토큰이며 ‘앞으로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판단이 되면 자산항목으로 반영이 가능할 것 입니다.
만약, 자산으로 판단이 되면 현금, 유가증권,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 어떤 계정으로 분류를 할 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현재 여러가지 논의들이 있지만 보유한 암호화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만 우선 논의를 단순화 시켰습니다.)
무형자산으로 분류된 토큰들은 취득원가로 산정하여 가치 손상 분에 대해서만 반영하거나 혹은 회사의 선택에 따라 재평가 하여 평가 손익을 산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유시 평가된 토큰들은 처분 시 실현손익으로 당기순이익에 반영이 되어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암호화폐가 자산 항목 중 무형자산으로 분류되어 평가손익을 계산하는 그 과정에만 촛점을 맞추면 암호화폐라는 것도 기타 다른 자산과 크게 다를 것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토큰 경제 시대의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보기 위해서는 꼭 살펴볼 것들이 있습니다.
3. 토큰의 ‘현재 보유 및 통제’와 ‘미래 경제적 효익’
앞서 자산인지 판단 함에 있어서 ‘과거 거래의 결과’ ‘현재 보유 또는 통제’ ‘미래 경제적 효익’이라는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암호화폐의 보유가 이 조건들에 맞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토큰 회계학 하에서는 ‘보유 및 통제’와 ‘미래 경제적 효익’ 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인, 토큰 등으로 불리우는 암호화폐를 다시 첨부파일이 든 이메일로 비유해보겠습니다.
커피 쿠폰이 든 이메일 [email protected] 이메일이 현재 시장에서 1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메일이 누구의 것인지는 보통 회원가입 시 정보 등이나 메일 안의 내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비밀번호를 가졌다고 해서 친구의 이메일 주소가 내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 사람이 100개의 이메일 계정을 가졌다고 해도 회원가입 시의 정보로 어떻게든 매칭을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암호화폐의 지갑 주소는 이메일과 같이 한 사람이 백개든 천개든 만들 수 있지만 그 암호화폐 지갑주소가 내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 위한 회원정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그 지갑의 비밀번호(Private Key)를 가진 사람만이 주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들어, A 기업 회계 상 장부에 비트코인 100,000개가 반영되어 있다면 그 비트코인이 A 기업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또한, Private Key가 있다는 것만으로 A기업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만약 A기업이 투자자나 회계감사인에게 비트코인 100,00개가 든USB 모양의 콜드웰렛(Cold Wallet) 보여준 후 B기업에 넘겨주고 B기업도 똑같이 한다면 우리가 알아챌 수 있을까요?
미래의 경제적 효익도 마찬가지 입니다. 서두에게 언급했던 사례처럼 ICO 당시 멋지게 발표했던 로드맵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ICO 프로젝트 팀에서 확인해줄 의무도 이유도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인 내가 경제적 효익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4. 토큰 회계학: 미래 경제적 효익 그리고 보유 및 통제의 판단
1)미래 경제적 효익의 판단
토큰 보유에 따른 미래 경제적 효익의 판단을 투자자가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어떠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플랫폼이 언제 어떻게 대중적으로 상용화될지 그 누구도 명확하게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프로젝트 팀이 백서(Whitepaper)에 구체적인 로드맵과 더불어 미래의 경제적효익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주어야 합니다. 당연히 현재에는 프로젝트 팀에서 그렇게 할 의무도 이유도 없습니다. 보통의 백서에 있는 로드맵은 앞으로 약 3년간의 개발과정이 추상적으로 담겨있을 뿐 입니다.
다만, 앞으로 장부 상 자산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 팀의 의견이 주기적으로 반영된 서류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면 치열해지는 자금 조달 시장에서 더 많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건강한 ICO 프로젝트 팀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굳이 의무로 할 필요도 없을 것 입니다.
플랫폼 런칭까지 예상 소요 기간, 현재 투입 인력의 수 및 시간 그리고 투입 자금 등을 분기마다 업데이트되는 백서(Whitepape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은 그에 맞게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2)보유 및 통제의 증명
날로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로 봤을 때 암호화폐의 보유 및 통제를 증명하기 쉬운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암호화폐가 존재하는 동안은 계속 논의하고 보완해야 하는 문제 입니다.
가능한 방법 중에 하나는 암호화폐 보유 및 통제를 전문화된 제 3자가 확인해주는 방법입니다. 즉, 지금의 회계법인에서 기업의 회계장부 작성에 대해 독립된 하나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회계 감사를 수행하듯이 독립되고 전문화된 집단이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이 실제 프라이빗 키(Private Key)를 보유하고 있는 지를 확인해주는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법률적 절차를 가중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 3의 중개기관을 없애기 위한 블록체인 위에서 다른 형태의 중개기관이 생겨나는 모양새입니다.
현재의 제도 하에서 그리고 추가적인 중개기관 없이 확인하는 방법은 일정금액 이상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지갑주소를 공개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email protected] 이메일 계정을 생성 함과 동시에 이 이메일 계정이 본인 것이라는 것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즉, 회계법인에 의해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나 크립토 펀드 등이 보유한 암호화폐 지갑주소는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한다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회계 감사인들은 다시 한 번 주의를 기울일 것입니다.
5. 토큰 회계학의 중요성
넷플릭스(Netflix)에 새로운 콘텐츠 하나가 추가되었다고 해서 그 콘텐츠 하나하나의 장르와 특성에 따라 기업의 주가나 경제적 가치가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전체가 모여서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기업의 수익이 개선되면서 주가에 반영되어 갈 것 입니다.
암호화폐 시대에서는 새로운 암호화폐 하나하나가 직접 경제적 가치를 주장합니다. 그 개별적으로 주장하는 바에 맞게 우리는 적절히 장부에 반영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회계학 관점에서 장부 작성 시나 회계 감사 중 간과했던 부분이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제를 통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분류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과 보완할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혼자서 머리로 고민해봤자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로써는 앞으로 암호화폐가 존재하는 동안 계속 보완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만이 명확한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서 필수적인 부분인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관련하여 깊이 있는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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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암호화폐의 일반화 또는 제도권 편입을 위해서는 회계처리 논의는 꼭 필요한 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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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관련 startup을 준비하고 있는데, 도움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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