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史
안녕하세요! KEEP!T입니다.
오늘부터 매 수요일 격주로 블록체인史 연재를 시작합니다. 블록체인史에서는 블록체인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비트코인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블록체인에 열광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려 합니다. 이는 필자인 저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또한 2016년 5월,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해 처음 깨닫게 되었을 때 느꼈던 설렘과 그 뒤에 찾아온 "비트코인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 2017년 대상승장을 지나 2018년 대하락장이 지속중인 현재도 이 물음은 저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아마 이 힘겨운 시기를 지나는 많은 분들도 저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비트코인은 이전까지 없었던 기술이기에 , 그리고 주류 경제계의 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 암호화폐이기에 흔들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그동안 미뤄왔던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를 함으로써 이 기술이 정말 미래에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만한 기술인지를 판단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먼저 비트코인 탄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인 2008년 금융위기, 사상적 배경인 사이퍼펑크 운동, 암호학적 배경인 비트코인 이전의 디지털 화폐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의 경제학적 배경에 대해서는 경제사상사 시리즈에서 연재가 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부디 지치지 마시고 저와 함께 블록체인의 역사를 같이 공부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KEEP!T History:거시경제의 이단아, 케인즈의 심장에 비수를 꽂다.
1. 진정한 오큐파이 월스트리트는 비트코인이다
Image from https://twitter.com/JulianAssange/status/941600368588476416
"Bitcoin is the real Occupy Wall Street". 2017년 12월 15일 비트코인이 연일 고점을 갱신하며 한창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올린 트윗입니다. 전직 해커이며, 사이퍼펑크 운동
의 선구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비트코인이 진정한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라며 추켜세웠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을 통해 여전히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린 상징적 메세지였습니다.
사이퍼펑크 운동
: 국가의 감시와 검열로부터 자유로울 개인의 권리를 추구하는 운동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은 2011년 9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주코티 공원을 거점으로 73일간 전개된 월가 점령 시위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촉발한 장본인인 월가 금융인들이 구제 금융 받은 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이자, 그들의 탐욕과 부도덕함에 분노한 시위대가 월가를 점령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사건입니다. 이에 호응해 전세계적으로 탐욕스런 금융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우리나라에선 오큐파이 여의도란 이름으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99%다"라고 외치는 시위자. '우리는 99%다'는 상위 1% 금융 부자들이 전체 소득의 24%를 차지하는 현실에 저항하는 의미로 쓰인 슬로건입니다.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에서 주요한 슬로건으로 쓰인 메세지죠.
Image from https://en.wikipedia.org/wiki/Occupy_Wall_Street#Zuccotti_Park_encampment
2. 월가가 일으킨 경제 파탄과 그 나비효과
시위대가 분노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1700억 달러(약 241조 원)에 구제 금융을 받은 AIG가 직원 418명에게 1억6500만 달러(약 2345억 원)를 지급하는 '보너스 잔치'를 벌였고, 메릴린치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되기 전 임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미국 전역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이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벌인 돈잔치라니요? 이들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와 그와 연동된 CDO
등의 파생상품을 남발해 사상 최대의 부동산 거품, 금융 거품을 일으켰고, 이는 곧 대량의 실직과 주택 가압류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5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900만 명이 주택을 잃게 된 것이죠. 또한 미국 GDP 중 6500억 달러와, 부동산과 증권 등 자산 가치 10조 달러 이상이 증발하기도 했습니다[1].
서브 프라임 모기지
: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2008년 당시 미국의 대출 등급은 1. 프라임, 2. 알트-A, 3. 서브 프라임 등급으로 나뉘는데, 이 중 대출 상환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자에게 이율이 가장 높은 서브 프라임 등급을 적용했다.
CDO
: 부채 담보부 증권. 여러 사람의 주택 담보 대출을 묶어서 만든 증권으로, 은행은 채무자의 저당권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한다.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으면 그 이자가 투자자에게 가는 구조이다.
美의회 “세금으로 벌인 AIG 돈잔치, 세금으로 100% 뺏겠다”
정신나간 메릴린치, 톱 4명 보너스만 1.2억弗
월 스트리트 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미국 경제의 거품만 꺼트린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경제는 사실상 전 세계의 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미국의 경제가 휘청거리자 그 여파로 세계 경제도 휘청거리게 됩니다. 미국 경제의 나비효과로 중국에서는 농민공 1천만 명이 실직하고, 유럽은 유로존 위기를 겪습니다. 전세계 경제에 거품이 꺼지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번엔 미국 경제가 감기에 걸렸으니, 세계 경제는 거의 몸져누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대안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국방비 삭감과 미군 철수로 인해 생긴 중동의 진공 상태가 IS(이슬람 국가)의 창궐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미국이 싼 똥을 전 세계가 나서서 치워주게 된 꼴입니다.
3.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경제 파탄
2011년 월가를 향한 미국인들의 분노는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으로 나타났지만, 그 분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에 참여했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젝의 말처럼 축제는 즐기기 쉽지만,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서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죠.
우린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긴 쉽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서가 더 중요합니다. 그때 어떠한 변화라도 있을까요? 나는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들을 "우린 젊었고 그날은 아름다웠지." 하는 식으로는 기억하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의 근본적인 메세지를 기억하세요. "우리에겐 대안을 생각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입니다. 우려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일상으로 돌아가, 일년에 한 번씩 만나 맥주를 마시며, "우리가 여기서 즐겼던 멋진 시간"을 향수에 젖어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해주십시오. 사람들은 흔히 무언가를 꿈꾸지만, 진정으로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십시오[2].
분노는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분노를 일상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냉철한 힘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사그라듭니다.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은 처음에는 많은 지지와 호응을 얻으며 시작했지만,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구심점과 동력을 잃은 채 그렇게 소멸되고 맙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공화당을 대신해 선택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내각을 친 월 스트리트 인사로 채우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일으켰던 인물 중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건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4. 조용히 시작된 비트코인의 움직임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Image from http://coinherald.co/nine-years-ago-bitcoin-block-zero-born/
제네시스 블록에 숨겨진 메세지.
Image from https://www.blockchain.com/ko/btc/tx/4a5e1e4baab89f3a32518a88c31bc87f618f76673e2cc77ab2127b7afdeda33b?show_adv=true
"더 타임즈 2009년 1월 3일자, 재무부 장관, 은행을 위한 두번째 구제 금융 임박". 2009년 1월 3일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을 발행하며 암호화된 메세지를 덧붙입니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시점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3일이란 점, 제네시스 블록에 숨겨놓은 메시지, 그리고 사토시가 bitcointalk.org에 남긴 의견을 참고할 때,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중앙은행에 의해 통제되는 화폐에 대한 불신이 문제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 화폐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가 화폐의 역사는 이 믿음을 저버리는 사례들로 충만하다. 은행 또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맡긴 돈을 잘 보관하고 전자적으로 잘 전달할 것이라는 신뢰. 하지만 은행들은 그 돈을 신용 버블이라는 흐름 속에서 (함부로) 대출했다[3].
사토시는 2010년을 끝으로 온라인 상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사토시가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지는 더이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토시가 중앙은행에 의해 발행되는 화폐를 비판적으로 생각했다는 점, 그리고 비트코인을 신뢰할 수 있는 화폐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이 다음 세대의 금융 시스템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을 가졌을 거라 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중앙화된 권력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가치가 소수의 권력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Image from https://www.barrons.com/articles/bitcoin-storms-wall-street-1512188427
2011년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이 한창 진행중이던 때,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온라인 포럼에 'breaknock'이란 참가자가 "The Answer: Bitcoin"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매우 복잡하고 착취적이고, 우리가 이미 이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기존의 시스템 안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는 진정한 답은 시스템 바깥에 있고, 그 시스템을 비주권 화폐이자 전자 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상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금융 시스템을 바꾸는 힘으로 이용하자고 주장합니다[4].
만약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이 비트코인에 10달러씩 투입한다면, 환율이 1비트코인당 4.3달러에서 50달러로 오를 것이다. 이는 비주권 화폐가 화제가 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며 이러한 쇄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주장에 동의를 표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비판적인 사람도 많았기에 이 주장이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 참가자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에서 비트코인을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자고 주장한 것은 흥미롭습니다.
물리적∙정치적으로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자던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 운동은 끝나버렸습니다. 허나 금융적∙기술적으로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려는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움직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이 진정한 오큐파이 월 스트리트다'란 어산지의 말처럼 정말 비트코인을 위시한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월가를 점령하고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요? 2017년의 비트코인의 행보는 정말 월가를 점령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기에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월가를 신경쓰기 보다는 암호화폐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는 새로운 화폐가 필요합니다. 그 때가 되면 구시대의 유물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줄 압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월 스트리트를 점거하지 않고, 우리만의 거리를 창조하는 것"[5]일 겁니다.
위의 내용은 아래의 오디오클립으로 소리로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11/clips/29
각주
[1] Phillip Swagel. "the Cost of the Financial Criss: The Impact of the September 2008 Economic Collapse", http://www.pewtrusts.org/-/media/assets/2010/04/28/costofthecrisisfinal.pdf
[2] Sarahana, "SLAVOJ ŽIŽEK SPEAKS at OCCUPY WALL STREET: TRANSCRIPT", Impose, September 17, 2013, http://www.imposemagazine.com/bytes/slavoj-zizek-at-occupy-wall-street-transcript"
[3] https://bitcointalk.org/index.php?topic=96077.20;wap2: 김진화, "NEXT MONEY 비트코인", 부키, 2013
[4] https://occupywallst.org/forum/the-answer-bitcoin/
[5] 돈 탭스콧∙알렉스 탭스콧, "블록체인 혁명", 을유문화사, 2017, 171p
참고 문헌
김진화, "NEXT MONEY 비트코인", 부키, 2013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4%9C%EB%B8%8C%ED%94%84%EB%9D%BC%EC%9E%84%20%EB%AA%A8%EA%B8%B0%EC%A7%80%20%EC%82%AC%ED%83%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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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네요.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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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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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역시 keepit 분들의 글은 대단한 걸 느낍니다
마지막 문구에 새로운 디지털 경제란 말이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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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phuzion7님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화폐와, 스마트 계약, 그리고 스마트 자산으로 이루어진 경제를 저는 디지털 경제로 보는데, 암호화폐의 출현으로 디지털 경제가 성큼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디지털 경제에 대해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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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걸 어떻게 아나 싶을정도로 예리하시네요요.
리스팀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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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sangwoa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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