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새로운 경제사상의 태동 암호경제학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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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대 경제사상의 흐름은 크게 거시경제의 중요성을 알린 케인즈 학파, 그 반대급부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알린 시카고 학파, 인간의 행동에 따라 결과는 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동경제학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경제사상의 흐름에 최근 물밑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제간 연구의 정수 암호경제학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원래는 윤리를 가르치던 교수였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경제학은 융합형 학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경제학에 각종 수식이 도입되면서 경제학은 좀 더 색채가 다양한 학문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경제학은 경제학 그 자체로만 기능했기 때문에 학제간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제학에 학제간 연구가 본격적으로 활발해진 시점은 게임이론이 나오고, 행동경제학이 나오면서부터였습니다. 게임이론과 행동경제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거기에 나오는 데이터의 총집합을 다방면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블록체인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암호경제학의 경우 여기에 컴퓨터공학, 암호학, 정보보안 등의 학문까지 동원되면서 그야말로 학제간 연구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암호경제학에 다양한 학문이 필요한 이유는 암호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암호학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보상분배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 설계를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간혹 토큰을 가지고 보상구조를 설계하는 토큰 이코노미와 암호경제학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암호경제학은 토큰 이코노미처럼 보상을 ‘토큰’에 한정 짓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서 토큰 이코노미와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암호경제학은 보상에 대한 경제적 개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토큰 이코노미보다는 덜 실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더 본질적이면서도 사상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보상을 둘러싼 새로운 접근법

암호경제학이 안전하게 보상분배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학문인 이상, 보상분배를 잘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암호경제학의 첫출발은 사실상 이와 관련된 ‘룰’을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블록체인 속에서 암호경제학이 본격적인 태동을 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문명권에서 보상을 획득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한 번 결정된 합의는 위변조가 되지 않고 분산저장이 되기 때문에 신뢰성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호경제학에서 룰을 설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게임이론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A와 B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선택하는 내시균형과 그 과정이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호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보상으로 유인한다는 점이 다르고, 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보상분배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룰을 미리 설정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암호경제학은 리버스 게임이론(reverse game theory)이라고도 불립니다. 예컨대 ‘10분 내에 주어진 문제를 먼저 푸는 사람한테 보상을 주겠다’라는 룰이 보상분배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 생각한다면, 이에 맞춰서 그 메커니즘을 돌아가게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가장 기초적으로 룰에 대해 토큰이든 다른 보상품이든 어떤 보상을 주는 경제학적 정의들이 필요할 것이며, 그에 따른 합의 알고리즘을 짜는 일에는 컴퓨터공학의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시 알고리즘으로 대표되는 암호학, 정보보안 등의 학문이 필요하게 됩니다.


암호경제학이 시사하는 의미

모든 사상에는 시대에 부합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중상주의라는 당시의 구세력이 국가와 결탁하자, 국가의 비정상적인 규제 없이도 시장은 공명정대한 관찰자에 입각한 이기심으로 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이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케인즈의 거시경제론은 대공황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자, 이를 쇄신할 수 있는 극약처방을 제시한 이론이었습니다. 이후에 나타난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 현대의 행동경제학도 모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주류로 등장하게 된 사상들이었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암호경제학을 아직 역사의 주류에 등장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영향력이 적고, 투박한 면모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과거의 경제사상들도 처음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사상들도 당시에는 그 이전의 사상에 의해 배척받거나,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사상이 관심을 받게 될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이후에 사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앞으로 암호경제학이 경제사상사에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지 말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암호경제학이 아무리 보상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이 속에서 수많은 실험들이 일어나도, 시대와 대중들의 선택이 암호경제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암호경제학은 끝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지 못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신용화폐 질서에 따른 부채규모의 기하급수적 증가, 양극화의 심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문제들은 이미 심각한 것으로 모두가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호경제학은 다른 차세대 경제사상보다 더 강력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머금은 채로 태동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에는 암호경제학이 아예 인정받지 못할지, 아니면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현재의 암호경제학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바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그 가능성 자체가 격발될만한 사건이 터진다면 경제사상사에서 암호경제학의 등장은 매우 유력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사상사는 이렇듯 현재에도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경제사상사를 통해 보는 블록체인 시리즈完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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