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인 관음증을 다룬 영화다. 짐 캐리가 열연한 주인공 트루먼은 방송사 쇼의 주인공으로서, 거대한 스튜디오 안에서 일생을 살고 그의 삶은 여과 없이 시청자들에게 방영된다. 대중들은 트루먼이 아기 때부터 성인으로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재미를 느끼고, 그는 일약 스타가 되지만 정작 주인공인 트루먼만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대중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리얼리티 쇼"라는 형식으로 미디어에 확산됐고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캐는 수많은 파파라치를 양산했다. 오늘날 대중들은 이미 연예인들의 사생활 노출이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몰카 형식의 미디어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관음의 재미를 느낀다. 또한 연인의 핸드폰을 때때로 훔쳐본다거나 헤어진 연인의 SNS를 기웃거리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점, 몰카가 포르노에서 꾸준히 잘 팔리는 장르라는 것은, 그만큼 크고 작은 수준의 관음이 일상이 됐다는 뜻이다.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관음증 환자를 뜻하는 "Peeping Tom"은 11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유래한다. 당시 영국의 코벤트리 지역에 있던 영주가 과도한 세금을 부과해 주민들이 곤궁해지자, 고다이바 부인은 영주에게 세금을 낮춰줄 것을 간청했다. 이에 영주는 기분이 상해 세금을 인하하는 조건으로, 부인이 나체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 것을 제안한다. 결국 마음씨 착한 부인은 이 제안에 승낙하는데, 이에 감동한 주민들은 부인이 나체로 마을을 배회할 동안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쳐 그녀를 보지 않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Tom만은 슬쩍 창문을 열어 부인의 알몸을 훔쳐보게 되고, 이에 하늘이 노해 Tom은 그 자리에서 눈이 멀었다는 이야기다.
왜 현대인은 점차 개별화되어 자신의 주위에 높은 담을 쌓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장 너머 타인의 삶을 엿보고 싶은 충동이 있는 걸까. 관음의 욕구는 인간의 본능인가? 원시시대 때부터 인간은 사냥을 위해 자신의 위치를 숨기고 멋익감을 관음 했어야 하기에, 관음은 대단히 원초적인 욕구라는 설은 꽤나 그럴듯하다. 당시의 원시인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킨다는 것은 맹수의 위협을 받거나 사냥감을 놓치는 것으로 이어지기게, 관음은 생존을 위한 필수 스킬이었을 것이다.
건축의 관점에서 바라본 관음에 대한 욕구도 흥미롭다. 왜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저층보다 높은 것일까? 이는 훌륭한 조망권 때문이기도 하지만, 펜트하우스의 주거자가 고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반면 저층의 주거자는 고층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선의 비대칭 속,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관음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권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대형 클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클럽의 2층, 3층 고층으로 갈수록 클럽에서 요구하는 테이블의 가격도 높아진다. 비싼 돈을 지불해 입장한 클럽의 3층에서 저층의 수많은 사람들을 관음 하는 사람은, 클럽이라는 공간 속에서 일종의 권력을 느낀다. 마치 교도소에서 파놉티콘 (Panopticon) 속 죄수들을 감시하는 교도관이 권력을 느끼는 것처럼.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관음의 확산에 기폭제가 됐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을 통해, 익명의 가면을 쓴 수많은 네티즌들은 관음을 즐긴다. 특히나 SNS의 발달 덕분에 본인과 면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등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는, 바야흐로 관음의 시대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공인이 아닐지라도, SNS 사용자는 이미 전체 공개 설정을 한 순간, 타인에게 관음을 허용하는 암묵적 동의를 한 셈이다. 하지만 관음의 주체의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관음의 객체는 이것을 의식하기에 자연스러움을 잃게 된다. SNS에 유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콘텐츠가 (자랑, 허세, 광고 등)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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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과거 본인 브런치 계정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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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정말 미묘한거같아요, 혼자서는 노래잘흥얼거리고하다가 막상 멍석깔아주면 쭈뼛대는것과 비슷한이치일까요? 팔로우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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