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깊어지던 그 시간 울고 있는 아이.
봄의 새벽은 한겨울의 낮과 다를바 없다.
추위를 막아줄 아무런 가림막 없는 좁은 베란다에 앉아 울고 있는 아이
붉은 빛이 짙어지고 달의 윤각이 또렷해지도록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달을 보며 하는 단 하나의 기도
"나 좀 데리고 가주세요."
이 하나의 기도를 아이는 되뇌고 또 되뇌고 되뇐다.
아이의 기도에 질릴대로 질린 달이 고층 아파트 사이로 몸을 숨겨도 아이의 기도는 멈출 줄 모른다.
쪼그리고 앉은 다리가 저릴법도 한데 아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일어나길 잊어버린 것 처럼 그자리에 망부석이 되어 굳어버린 것 처럼...
여전히 베란다에 앉아 달을 찾으며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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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얘기다.
어린시절, 누구보다 행복하지 않은 그 시절을 보냈다. 만약 나에게 과거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나 묻는다면 나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과거보다 현재, 지금이 행복하다.
나는 형제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는 늦둥이다. 늦둥이다 하면 보편적으로 사랑을 가득받고 자라 어리광이 많거나, 외동 못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나는 "늦둥이야" 말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간혹 술마시고 술버릇으로 나도 몰랐던 어리광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행복하지 않은 어린시절, 그 시절을 떠올리면 거의 기억나는 게 없지만... 항상 베란다에 앉아 있던 내가 기억난다. 베란다를 떠올리면 바로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가슴 한켠이 먹먹하게 아파오면서 슬퍼진다. 아직도 나는 어린시절 그때 그 상처를 치료받지 못했다는 걸, 이런 감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지만 그러기가 참... 힘이 든다.
기억 날 때마다 애써 떨쳐내려고 사부작사부작 글이라도 쓰련다.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가슴에 가래처럼 쌓인 씁쓸한 기억들을 퉤퉤 가래뱉듯 뱉어내버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