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스승이란?-인공지능(#2)

스티미언 100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스파가 좀 되는 분들은 이벤트를 준비하나 봅니다. 조만간 잔치판이 제대로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근데 요즘 스승이 있나요?
‘스승’이란 말조차 점차 사라집니다. 심지어 선생이라 말보다 직업으로써 ‘교사’라는 말을 많이 쓰는 세상입니다. 스승이라고 할 때는 꽤나 공경하는 마음이 자리합니다. 저는 교사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이 많지만 제 정신 건강을 위해 되도록 잊으려고 합니다. 제게 좋은 기억의 스승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첫째는 고등학교 때 문학을 가르쳐주시던 스승입니다.

당시에 모두가 입시, 인류 대학을 목표로 수업했는데 이 선생님은 달랐어요. 심지어 교과서조차 크게 마음 쓰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런 점이 당시에는 조금 불만이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 고맙더라고요.

한번은 글쓰기 시간에 글을 써, 제출을 했는데 여러 친구들 앞에서 제 글을 칭찬해주더군요. 그 당시 제가 칭찬에 굶주렸는지 감동, 감동, 감동.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시대를 앞서도 한참을 앞섰던, 그래서 많이 외로웠던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진심 감사드립니다.

둘째는 이오덕 선생님입니다.

이 분은 워낙 유명합니다. 제게는 학창 시절 스승이 아니라 사회 스승입니다. 보통 글이라고 하면 문학 또는 상을 받는 글짓기를 많이 가르치는 데 선생님은 이런 글짓기를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글을 꾸며서는 안 된다. 글쓰기는 삶을 가꾸는 게 먼저다. 그래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책도 내면서 사람들을 많이 깨우쳤습니다. 살아생전에 여러 번 뵈었고, 삶의 고비마다 도움말을 얻고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꽤나 많은 선생을 만납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이제는 훨씬 많은 것을 인터넷을 통해 배웁니다. 자신만 열어두면 가르쳐줄 사람은 많고도 많습니다.

집단 지성(떼 스승)과 소통 지성(거울 스승)

이제 인류는 훌륭한 개인 스승을 갖기 보다는 ‘집단 지성’이라는 새로운 스승을 가집니다. ‘떼 스승’이라고 할까요. 잘못된 정보를 걸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이제는 정보나 지식뿐만이 아닙니다. 이 곳 스팀잇을 보면 ‘소통 지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네요. 아무리 좋은 정보나 지식이라도 소통하면서 삶으로 되새김질해야 자기 것이 됩니다.

이 곳 스팀잇만 해도 날마다 얼마나 많은 정보가 올라오나요? 하지만 다 알 필요도 없고, 다 알 수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소화가 가능한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요. 그러니까 모든 정보나 지식은 자신의 그릇만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됩니다. 스팀잇은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깊이 있게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소통 지성은 곧 ‘거울 지성’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정답 대신에 맞춤형으로

우리는 시험에 익숙하여 정답을 찾아 오래도록 헤맸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살다보면 정답이란 게 없습니다. 삶은 과정의 연속일 뿐이잖아요? 이래도 정답, 저래도 정답. 네 삶도 맞고, 내 삶도 맞는 거지요. 자기다운 삶이 정답이라면 정답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들은 밤잠 안자고, 지치지도 않고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학습합니다. 지식이나 정보 면에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머지않겠더라고요.

이를테면 제가 낸 책이 몇 권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낸 책이지만 제 기억은 희미하게 바뀝니다. 지금도 강의를 맡으면 준비 과정에서 제 책을 다시 뒤지곤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한테는 이 정도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제가 인터넷에 올린 모든 글을 다 알 수 있고, 심지어 카톡으로 나눈 대화들조차 알려고 하면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맞춤형까지 가능할까요? 글쎄요. 맞춤형이 되자면 우리 뇌와 생각은 물론 마음까지 다 알아야 가능할 테니 당분간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이 부분은 @armdown님 책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의 길을 다시 묻다』에 잘 나와있더군요.

이제 결론입니다. 자신을 어디에 열어두느냐. 어떻게 열어두느냐. 즉,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 거기에 따라 우리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열어두는 데로 들어오게 됩니다. 문득 Nathaniel Hawthorne이 지은 〈큰바위 얼굴>이 떠오릅니다. 다들 알다시피 자아성찰을 통해 큰 스승으로 거듭나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스승이 사라지는 시대, 어쩌면 진정한 스승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