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회귀의사 1화 - OT

in kr •  7 years ago 

법원의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른다.
“옛날 김교수님 수술장에서. 콧물 훌쩍거렸다고 쫓겨났을 때도 이렇게 싸늘하지는 않았었는데…”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어보려고 시덥 잖은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보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다.

“그럼 피고 강성찬의 재판을 시작합니다.”

현대인들은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워낙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이다 보니 늘 자신보다 위를 쳐다보게 되고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생각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30대 후반 남자, 독신, 의사, 외모준수, 병원 프렌차이즈 이사장, 성공한 사업가.
굳이 거만하게 보일 생각은 없지만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법원에서 피고인 석에 앉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모두 그 여자를 만나고 나서였다.


“강원장님 외래 시작해도 될까요? “
외래 수간호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에게 물었다.
“네 그렇게 하세요.”
나는 1주일에 한번 화요일 오전에만 외래 진료를 보곤 했다. 그 시간만큼은 사업 계획도 미팅도 잡지 않고 온전히 환자 진료에만 신경을 쓴다. 어차피 돈을 벌 생각이면 사업에 집중하는 게 더 빠르다. 일종의 취미 생활이랄까? 약간의 VIP 관리 측면도 있다. 외래 진료는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되며 방문 환자들은 대부분 정 재계에서 알아주는 인사들과 그 가족 혹은 지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도 가끔은 진료도 보면서 의사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고.

철컥

물론 VIP 아닌데도 잘못 알고 오는 환자들도 있다.
지금 이 여자처럼.

내 진료실 문의 열리며 왠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이 들어왔다.
나는 우리 몸 안에 들어온 이물질을 제거하려는 백혈구처럼 내 진료실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환자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콜록 콜록, 감기가 안 나아서요.”

감기다. 동네 병원이나 갈것이지. 적당히 짜르고 보내야겠다.

“엑스레이 찍고 기침약 3일치 드릴게요, 처방전 받아가세요.”

“아..아니 제가 기침을 좀 오래…”

“다음 환자 들어오세요!”

이정도 하면 다른 병원 가겠지.
나는 곧바로 뒤에서 들어 오고 있는 낯익은 얼굴의 사람을 반겼다.
“아! 정회장님 오셨어요?”


다시 평소의 진료실로 돌아가서 진료를 보는 중인데 밖에서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강선생님, 아까 그환자 엑스레이 나왔는데.. “
“아 정간호사, 그거 나중에 볼게. 어차피 별거 없을건데 뭐..”

그때 대충 봤던 여자가 결국 폐암에 폐렴에 결핵이었고 얼마 후 사망하였다.

가족들은 썩은 고기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고 처음엔 배상금 좀 쥐여주고 끝내려고 했던 것이 그날 찍었던 (보지도 않은) 엑스레이상의 병변으로 인해 이렇게 법정에 까지 오게 된 것이다.

“본 사건은 피고 강성찬이 자신이 지시한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제대로 확인 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명백한 의료 사고 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에게 법정…..”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다.

너무 긴장하여 안구로의 혈류가 부족한 탓일까?

조용히 눈을 감으며 지난 내 인생을 되돌아 본다.

아…여기까지인가… 몇 년 감옥에 갔다 나오면 되겠지만 사업가로서, 대형 프렌차이즈 병원 이사장으로서의 강성찬의 삶은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38년의 짧은 삶이었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야 고생 끝 행복 시작인줄 알았는데 내 인생은 망했군. 잠시나마 달콤한 꿈을 꿨으니 나쁘진 않은 인생이었던 걸까?

이대로 감옥에서 썩다가 나와야 하는 건가?

눈앞에 당면한 현실을 마주하기 위해 서서히 눈을 뜨려고 한다. 눈꺼풀이 무겁다. 옛날 인턴 때 응급실 돌던 생각이 나는군. 그때는 잘 씻지를 못해서 눈곱 때문에 눈이 잘 안 떠졌었지.

나의 눈은 마치 세상을 처음 보는 것처럼 주변 환경을 받아들인다. 상황이 잘 인해가 되지 않는다.

수정체를 통해 들어온 빛은 망막에 맺힌 후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여기까지는 순식간이다. 상이 망막에 맺히는 것은 빛의 속도이고 망막에서 뇌까지 전달되는 속도는 신경의 자극 전달 속도이니 0.001초 정도 걸릴 것이다. 시신경은 중추신경으로 다른 기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뇌로 들어간다. 지체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뇌에서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니…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환경이 나를 반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강당이었다. 앞에는 사회자로 보이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30분 드리겠습니다. 같은 조원들과 통성명 하시고 조 이름과 조 구호를 정해주세요.”

조 이름? 조 구호? 도대체 무슨 소리지?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한동건 이라고 합니다. 청운대학교 나왔습니다.”
마르진 않았지만 뚱뚱하다고 하기엔 운동으로 다져진 것으로 생각되는 체구. 몸에 비해 동글동글한 얼굴이지만 그다지 동안은 아니었던 얼굴. 약간 하이톤에 미묘하게 사투리가 섞인 말투가 인상적이면서 서글서글했던 나보다 한 살 위의 형.
틀림없이 나랑 학생 때 룸메이트도 같이 했던 동건이 형이다. 저 형 학생 땐 약간 노안이었는데 지금은 20대라고 해도 믿겠는걸? 저 형 여기엔 어쩐 일이지? 아니… 그보다 여기가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자 여자 셋에 남자 넷. 아니 나까지 하면 다섯인가. 총 아홉명이 원형 식탁에 둘러 앉아 있다. 식탁 가운데는 12조 라는 팻말이 놓여져 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진호 라고 합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한다.

차례는 돌아서 내 차례가 된다.
“안녕하세요, 강성찬 입니다 저… 근데 지금 여기가 어디죠?”
동건이 형의 두툼한 손이 내 어깨를 가볍게 쳤다.
“야 너 벌써 취했냐? 맥주 한잔 먹고 왜 그래?”
동건이 형이 웃으면서 농담하지 말라고 말했다.
“동건이형? 여긴 어디지?”
“어디긴 어디야 자식아, 지금 인턴 오티왔자나. 정신차려. 이 녀석이 첫달이 응급실 걸려서요. 며칠 전부터 선배한테 끌려가서 응급실 당직서다 지금 오티 온건데 술이 안 받나봐요.”

인턴…오티? 응급실…? 무슨 말이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중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습관적으로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냈다.
주머니에서 투박한 구시대의 유물 같은 핸드폰이 나왔다. 분명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옛날 모델인데 겉은 마치 새 핸드폰인양 반짝거리고 있는 갤럭시 노트 가 주머니에서 나왔다. 분명 내가 인턴 들어가면서 새로 샀던 폰…

버튼을 눌러 액정을 키자 낯선 날짜가 나를 반긴다. 2012년 2월 23일 7시 34분?
갑자기 보이는 12년전 날짜에 나는 사고가 멈췄다.

“자 그럼 우리 조 이름은 뭐라고 하죠?”
“12조니까 12간지 어떨까요?”
누군가가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나 나올법한 이름을 제안했다.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이 2012년 이라고? 옛날 인턴 오티 때 꿈을 꾸고 있는건가? 꿈이라면 매우 생생한 꿈이군.

잠시 인턴 때 생각을 해본다. 당시 나는 첫 스케줄로 3월에 응급실로 배정 받았었다. 당연히 오티도 하고 직무교육도 받은 후 3월 2일부터 출근해야 하는 게 맞지만 당시에는 전년도 인턴이었던 한 학년 위의 선배들이 스케줄이 배정되면 바로 부르는 것이 관습이었다. 나는 당시 응급실에서 말턴(곧 수료를 앞둔 인턴)이었던 선배가 일을 가르쳐 주겠다며 불렀었다. 내가 수련받은 병원은 응급실 규모가 작진 않은 편이라서 낮에 2명 밤에2명 그리고 점심에 1명이 추가로 근무하는 식으로 운영 되었었다. 당시 나랑 같이 밤 응급실을 배정받아야 했던 친구가 다른 학교 출신으로 전화를 안받아서 나만 불려가서 나 혼자 두명치 일을 하느라 일 끝나면 녹초가 되어 거의 3일간 응급실에서 먹고 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친구는 오티 끝나자마자 인턴을 그만두게 되어서 한달 간 죽는 줄 알았었다.

멍하니 옛 기억에 빠진 나를 뒤로 하고 주변 상황은 흘러간다. 다들 맥주 한두잔씩 걸치고 나니 서로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한듯하다. 오티는 무르익어서 저녁 식사는 끝났고 사람들은 남은 부페음식 중에 땅콩이랑 떡을 안주 삼아 먹고 있다.

잠깐. 당시 오티 때 누가 다쳤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괴로워했다.

“야 현아야 왜 그래?”
“켁 켁….켁켁…”
마치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 힘들어 했다
웅성웅성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의사가 150명이나 모였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아직 면허증에 잉크가 마르기는커녕 면허증을 받지도 못한 풋내기들이다.
다들 선뜻 나설 생각을 못하는 사이 힘들어 하던 여자애는 바닥에 쓰러진다.
그제서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나선다.

“A B C, A B C, Airway breathing circulation”
“숨쉬기 편하게 눕혀 놓고…”
“일단 누가 교수님 좀 불러!”

“뭐야 무슨 일이야?”

교육 담당으로 같이 오신 내과 교수님이 인파를 뚫고 나타났다.

“갑자기 쓰러졌다고?”
“네 교수님. 갑자기 힘들어 하면서”
교수는 쓰러진 여자애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댄다.
“망할!!!! Pulse가 없자나!!! 당장 CPR 시작해!! 거기 초록색 옷 입은 친구 당장 119 불러!!!”

하나! 둘! 셋! 넷!

아. 이제야 생각났다. 오티에서 여자애 한명이 쓰러져서 병원에 갔었다. 당시 같이 있었던 교수님이 빠른 응급처치로 다행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흉부 압박으로 인해 갈비뼈가 부러져서 입원해 있느라 인턴을 시작도 못하고 그만둔 사람이 있었다. 그 바람에 나도 첫 달 응급실을 한명 적게 도느라 고생했었던 거였다.

그 친구가 이 친구 였구나.

삐용 삐용

구급차는 금방 도착했다.

아마도 별일 없이 잘 회복되겠지.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다.

아… 이제 꿈에서 깨려나보다.

“그럼 지금부터 30분 드리겠습니다. 같은 조원들과 통성명 하시고 조 이름과 조 구호를 정해주세요.”

응?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한동건 이라고 합니다. 청운대학교 나왔습니다.”

에엥???

“안녕하세요. 저는 신진호 라고 합니다.

꿈이 반복 되는건가?

아직 12년전 꿈에서 못 깨어난거 같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본다
2012년 2월 23일 7시 27분

참 별난 일이군. 꿈에서 깼는데도 꿈이라니. 옛날에 디카프리오가 나오던 영화에 이런 소재가 있었던거 같은데…

아무튼 이렇게 생생한 꿈은 처음이다. 어차피 꿈을 꾸는거 좀더 상황을 즐겨 볼까?

오티라서 그런지 식사는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갈비랑 팔보채도 있다.

요 며칠 재판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꿈에서라도 배불리 먹어야지.

정신없이 먹고 마시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꺄악!”
주변에 있던 여자애의 비명소리와 함께 현아씨가 쓰러졌다

“A B C, A B C, Airway breathing circulation”
“숨쉬기 편하게 눕혀 놓고…”
“일단 누가 교수님 좀 불러!”

곧 교수님이 오겠지. 하지만 그전에 어차피 꿈이니까…

“저리 비켜봐”
난 주변에 모여있던 인파를 헤치고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Pulse가 안느껴져. 동건이형 119에 전화하고 옆에 신진호씨는 교수님 좀 불러 주세요!
“흉부압박 시작할거니까 다들 도와주세요! 하나! 둘! 셋! 넷!”

딱히 영웅이 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단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의대에 처음 들어 왔을 때의 로망이 생각났을 뿐이다. 처음 의사면허를 땄을 때는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런 로망 말이다. 누군가 쓰러졌을 때 바로 나서서 CPR로 살리는게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의사가 있을까?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교대! 다음사람! 흉부압박은 두 싸이클씩 하고 교대할게요!”
나는 의학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능숙하게 지시를 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교육 담당으로 같이 오신 내과 교수님이 인파를 뚫고 나타났다.

“교수님, OT 중에 갑자기 김현아 선생이 쓰러져서 pulse가 느껴지지 않아 바로 CPR을 시작했습니다.”
“오 자네, 이름이 뭔가? 갓 졸업한 의사가 이렇게 빠른 응급처치라니…. 119는 불렀고?”
“네 청운대학교 19기 강성찬입니다. 119는 곧 도착할겁니다.”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삐용 삐용

119 구급대원이 김현아씨를 싣고 떠났다. CPR 5사이클 만에 입에서 떡 조각이 나왔고 pulse도 곧 돌아왔다. 아무래도 떡으로 인해 기도가 막히고 그로 인해 쓰러진 듯 하다.

“자네 강선생? 정말 수고 많았네.”
주변에 사람들이 다 나를 칭찬했다. 동건이 형은 방금 나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것 같다.
“성찬아 너 진짜 장난 아니다... 내가 아는 강성찬 맞냐…”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다.

아… 이제 꿈에서 깨려나보다.

“그럼 지금부터 30분 드리겠습니다. 같은 조원들과 통성명 하시고 조 이름과 조 구호를 정해주세요.”

뭐야 이거!?!?


꿈에서 깨질 않는다.

사실 곧 닥칠 현실이 시궁창이니 내 무의식이 잠에서 깨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프로이트 선생이라면 슈퍼 에고와 이드 가지고 그럴듯한 썰을 풀었겠지.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한동건 이라고 합니다. 청운대학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진호 라고 합니다.

여자 셋에 남자 다섯
그 중 우리 학교 출신은 나랑 동건이형 이렇게 두명이다. 나머지는 타교 출신. 보통 대학병원의 경우 해당 학교 출신이 인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위에 교수님부터 쭈욱 선배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른 학교에서 병원을 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병원 규모에 비해 의과대학 재원 수가 훨씬 적다. 병원에서 뽑는 인턴의 숫자는 150여명인다 학생수는 40명이다 보니 대부분이 다른 학교출신들이 온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 중 하나라서 질 좋은 수련을 받기 위해 공부 잘하던 학생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국대학교 출신 김현아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려요.
방금 소개한 이 분은 앞으로 1시간 뒤 떡을 잘 못 먹고 결국 CPR 까지 할 비운의 여인이다. 아무래도 같은 꿈을 세번째 꾸다보니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다 알거 같다. 근데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짙은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 늘씬한 몸매에 쪽 뻗은 다리까지…
이 여자 꽤 예쁘다.

“안녕하세요. 강성찬 입니다. 청운대학교 나왔고 첫 달에 응급실이라서 오늘 아침까지 응급실에 잡혀 있다가 왔습니다. 김현아씨 혹시 떡 좋아하세요?”

갑자기 날라든 질문의 화살에 김현아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네… 할머니가 떡집을 하셨어서 어렸을때 부터 떡은 다 좋아하는 편이에요.”

“오올~ 성찬이 바로 작업 들어 가는 거야?”
옆에서 동건이형이 시덮잖은 얘기를 한다. 동건이형 어째 이 여자한테 관심 있는 것 같은데…
“좋아하셔도 꼭꼭 씹어 드세요. 특히 술 마시고 그럴 땐 더 조심하시고요.”
“아…네.”
김현아는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아마도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아니면 자기한테 관심 있어서 껄떡거리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어차피 꿈인데 누가 날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랴.

아까 배불리 먹었으니 이번에는 그냥 순수하게 추억에 잠겨 볼까 한다.

조 이름 짓기부터 장기자랑까지, 평소라면 빼면서 나서지 않았을 내 성격이지만 적극적으로 나섰다. 어차피 꿈이라 생각하니 부끄러울 게 없었고 평소의 나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꿈이라 생각해도 생각보다 부끄러워서 술의 힘을 좀 빌렸다. 꿈에서도 술을 마시니까 취한다니 신기하네.

OT가 한창 무르익어갈 즈음

“야 현아야 왜 그래?”
“켁 켁….켁켁…”
마치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 힘들어 했다.
웅성웅성

나는 자신있는 발걸음으로 김현아의 뒤로 다가섰다. 우선 김현아를 일으켰다. 뒤에서 두 팔로 김현아의 몸을 감싼 후 오른손은 주먹을 쥐어 명치 부근에 갖다 댄다. 왼손은 오른손을 덮은 후 강하게 명치를 압박한다.
“흡!...흡!”
“켁!... 콜록 콜록 콜록…”
기합 소리와 함께 김현아씨의 명치를 강하게 압박하자 두 번 만에 떡 조각은 김현아의 목에서 빠져 나왔다.
“현아씨 괜찮으세요?”
“허억 허억… 성찬씨 고맙습니다.”
“아까 떡 먹을 때 조심하라고 했죠?”
“네.. 고마워요…”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다.

“근데 성찬씨 이 손은 좀….”
“앗 아이고!”
나는 황급히 현아씨를 안고 있던 손을 풀었다.
“아무튼 1년간 잘 부탁합니다.”
“네 성찬씨.”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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