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누나는 내가 한두 살 동네 형아들한테 맞을까 봐
일부러 저 멀리서부터 내 이름 크게 불러주며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달려왔다
그때마다 누나와 나의 얼굴은 뻔하나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나의 표정은 달라서
적어도 어떨 땐 행복한 얼굴 하노라고 말하고 싶다
누나는 있었다
잊을 일 없어서 굳이 쓸 필요 없는 어느 날 아침까지
어차피 잊지 못할 일을 시로 쓰고 싶지 않은데
또 시가 아니면 누나 얘기할 때도 없어서
내일 아침 열 시 나는 슬플 것인데
내일 오후 두 시에 누나 보러 가자는 어머니 연락이 와서
나는 어떻게 못가겠다고 말할 줄을 모르고 대신 누나 생각이 나서 시 같은 것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