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앤이 되지 못 했나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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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킴쑤입니다.

어제 그림을 그렸어요. 글에 그림을 넣고 싶은데 ...퍼오면 문제가 생길까 싶어 그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calist님이 예전에 빨강머리앤 책을 북스팀 해주신 적 있는데 그 때 <빨강머리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유치원에 다닐 때 TV에서 방영했던 것이 여전히 머릿속에 떠올라요. 그리고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빨강머리앤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치원에 갈 채비를 하는 시간에 꼭 했었거든요. 다행히 유튜브에 전편이 올라와 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영상을 틀어봤어요.익숙한 목소리와 그림체가 정말 좋았어요! 심지어 다 보고 다시 한 번 더 보고 있어요. 그냥 틀어두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게 될 정도입니다. <웨딩피치>, <세일러문>이 늘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걸 다시 보는 것보다 <빨강머리앤>이 더 좋아요.

내용은 전혀 몰랐던 어릴 때와 달리 지금 이 나이가 되어 이해하면서 보니 마음에 와닿는 내용도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제가 글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왜 더 상상하지 않았을까.'
사실 처음에 말이죠. <빨강머리앤>을 한 편, 두 편을 볼 때 앤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희안한 생각을 한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별나다.'
게다가 '어떻게 저렇게 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죠.
어째 괴짜가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정신상태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곧 제 어린 날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수학선생님이 각자 자신이 공부가 부족한 이유를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이것저것을 떠올리다가 그걸 뭐라고 좋게 말해야할까 생각하다가 제 순서가 돌아왔을 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공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수학선생님은 의아한 표정과 동시에 "그건 안하면 되잖아?"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더 어렸을 때도 그런 공상에 빠졌던 기억이 났습니다.
아빠가 주워다 준 책상을 바라보며 늘 '딸기 책상'이라고 상상했었어요.
시커먼 나무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큰 딸기 모형이 붙은 책상이라고 상상을 하면 언뜻 그렇게 보이기도 했었죠. 분홍색 딸기가요. 스티커에 '딸기 책상'이라고 적어 붙여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긴 예쁜 책상이 갖고 싶지만 아빠께 "딸기 책상"이라고 말했을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 하셨어요. 아마 저만의 상상이니 아무도 못 알아들었겠지요.
그리고 한 두살 더 먹었을 때 그 책상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고 저는 코웃음 쳤습니다.
"참 나, 딸기책상이라고 적어 붙여 놓다니. 나도 참 이상하단 말이야."

제가 했던 그런 생각이 이상한 생각이 아니라 '상상' 인 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상상'이라는 그 힘을 믿었다면, 그런 믿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누군가 '네가 하는 생각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건 너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이란다.'라고 얘기 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말이죠. 나이라는 걸 먹을 때 마다.... '상상'이라는 것은 그저 이상한 생각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책을 읽는 일은 뒷전이 되곤 했어요. '선정 도서' 말고는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되어버리더라구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일이 더 중요했어요. 허튼 생각 말구요. 교과서에 나오는 글이나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구요. 무슨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싶을.....생각을 가지고 학교를 다녔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상상하는 일이 바로 소설이 된다는 믿음이 이제서야 생긴건지...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중학생 때 했던 공상이 왜 소설을 쓰는 힘이 될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답니다. 그 때로 돌아가도 깨닫지 못 하겠지만 말이죠. 그게.... 제가 상상하는 일이나 그런 일이 어른들에게 금기시 되는 일일까봐, 혹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 하거나 이해 받지 못 할까봐 그 걱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면서 지금조차 망설이고 있는 제 자신은...... 자꾸만 <빨강머리앤>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빨강머리앤>은 1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앤의 모습이 성장하는 모습과 계절이 바뀌는 모습, 마릴라 아주머니도, 매튜 아저씨도 늙는 모습이 잘 그려져서 매우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도 점차 달라지는 것도 신기했어요. 그리고 한번도 아이를 키워본 적없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교육관이랄까, 서툴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켜 아이를 교육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튜 아저씨가 사랑으로 앤을 챙겨주는 것도 눈여겨 보게 되더라구요. 앤이 잘 성장하는데는 분명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의 조화가 잘 이룬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울 때 마릴라 아주머니의 모습과 매튜 아저씨의 모습을 잘 섞어서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런 것에 중점을 두고 보게 되네요. 앤이 끝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과 사랑하는 친구 다이아나와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순간도....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 시간쯤 쓰는 글은 쓸 수는 있으나 생각이 정리가 안 되고, 술술 써지기는 하나 앞뒤가 없네요.ㅋㅋ
윗동네는 비가 많이 와서 난리라던데 ㅠㅠ 혹시 별 일 없으신가요? 괜찮으신가요?
안부를 물을 곳이 많은데 그저 머물러만 있습니다 흑흑. 그저 마음속으로만 ㅠㅠ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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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면서 교정되어지고 합치되어지며
일치화되어지는 과정에서 틀에 박혀 있게 만들어내는
사회속에서는 사실상 어렸을 때 그대로 자라기 거의 불가능 하죠;;;

이런 말이 있다고 하죠
'잃은 뒤에 소중함을 안다.'
그말이 딱 떠올랐습니다.

잘 보고 가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킴쑤님 오랜만에 만나네요!!
저희 동네엔 비가 엄청 쏟아져서 아무래도 저지대에는 침수 피해가 있을 것 같아요
좀 전에 나가보니 물이 거의 문 앞까지 찰랑대는 곳이 있더라고요
빨강머리 앤은 어떤 내용인지만 알고 만화로 본 적은 없어요
최근 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티비에서 몇 편 서비스되고 있더라고요
시간 날 때 조금씩 봐야 겠어요^-^
둥이들 잘 지내죠?

오늘도 물폭탄인가요 ㅠ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또 이렇게 많이 내려버리니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ㅠㅠ 또 꼭 필요한 곳에 비를 내려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세상은 또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둥이들은 잘 지내요~ 외출은 잘 못하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편이에요 ㅎㅎ
안부 물어주셔서 감사해요^^ 언니네 둥이들은 잘 지내나요~~?

아주 잘 지내고 있지요!
킴쑤 궁금하고 걱정했어요.
가끔 와요. 너무 오랜만에 왔잖아요^^

킴쑤님이 머물러 계시면 제가 이리 오면 되지요^^

어머나! 정말 고마워요♥

킴쑤님 늦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헤헷.... 늦진 않았는데.... 괜찮을까요?ㅋㅋㅋㅋ 뭔가 주책이거나 나이에 맞지 않다고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아요 ㅋㅋ

오랫만인것 같아요 킴쑤^^
빨강머리앤 은 좋아 하던 만화 영화 였는데
포스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 하고는 다른 느낌이
드는것은 맞을것 같네요.
둥이들 하고 좋은시간 보내세요^^

오! 언니도 좋아하셨다니 기뻐요!!ㅎㅎ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박사건!!

깜짝 놀랬습니다.

너무 잘 그리셨네요...

그림 실력 부럽습니다. ㅜㅠ

헷....고맙습니당...헤헷헷헷^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