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 군대 제대 후 첫 일자리 - "이상한 부동산"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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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imsungmin 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venti 님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1차 추억을 팔아요 이벤트에 참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기억을 잠시 꺼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감사히 참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군 제대 후 첫 일자리를 찾기 위해 친구와 있었던 재미있는
추억입니다. 벌써 오랜 시간이 시간이 지났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나 일이 잘 안풀리지 않을 때나 친구가 그리울 때
한번씩 문득 떠오르는 추억인 것 같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90년대 중반, 저는 군대를 제대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시절입니다. 제대하기 전 계획이 6개월은
아무생각없이 놀아보자 라는 마음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놀고 먹는데도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놀고 먹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안되겠구나" 주머니에 총알도 없이 놀고
먹는 일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떤 일이라도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집 근처에 사는 친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군 제대를 했기
때문에 많이 어울렸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친구네
집에 가면서 벼룩시장을 종류별로 챙겨서 놀러갔습니다.

친구에게 "일단 일을 해보자" 라고 마음을 먹고 벼룩시장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일인지는 큰 관심은 없고 일단은
고액을 주겠다는 광고를 위주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처음 느꼈지만 부동산 취업광고가 정말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화를 하나둘 하다보니 세 군데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다 서울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이었습니다.

친구와는 "일단 가보자" 라고 하고는 다음날 옷을 챙겨입고
친구와 둘이서 면접을 같이 다니기 시작을 했습니다.

첫 번째 사무실, 서울 시청 어디쯤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들어가자 마자 사무실 분위기는 엄청 시끄러웠고 20명 정도
인원이 거의 전화를 붙들고 통화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부장과의 면답을 하는데 저희들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둘 다
일을 해야겠나는 것 이었습니다. 저희는 "네~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라고 다부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면접관은 친구는 딱 보니 이런 일에 체질이 아닌것
같다고 하면서 저만 일을 하라는 것 이었습니다.

저는 "아~ 힘들지만 함께 하고 싶습니다. 혼자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채 첫 사무실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야~ 너라도 하지~" 라고 했지만 저는 친구와 함께
있는 것 이 더 좋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 사무실, 서울 어딘가인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그리 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무실 분위기 역시 첫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면접관 아저씨가 들어와서는 또 유심히 저희들을 살펴봅니다.

갑자기 노래를 하나 불러보라고 합니다. 친구와 저는 "뭐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어찌해야하나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면접관이 김현식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을
합니다. 따라하라는 말에 저는 평소 좋아했던 노래기 때문에
따라 불렀고 친구는 따라부르지 않고 쑥스러운 표정만 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여기서는 쑥스럽고 창피하면 일 못 한다" 고 하면서 다른일
알아보라고 얘기를 합니다.

저에게도 "너는 아마 친구랑 같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할 것
같다"고 하면서 혼자 할 마음 있으면 다시 찾아오라고 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사무실도 그냥 나오게 됩니다. 친구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너라도 그냥 일해라" 라고 말을 합니다.

저는 "야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아야지~" 라고 하면서 세 번째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향해서 가게 됩니다.

세 번째 사무실은 종로 탑골공원 근처에 있는 사무실 입니다.

그냥 집에 가자는 친구를 달래서 이왕 왔는데 마지막으로 한번
면접보자고 하고 꼬셔서 마지막 사무실에 올라갔습니다.

세 번째 사무실 역시 전에 갔었던 두 곳과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사무실이 훨씬 커서 일하는 분위기는 좋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 뚱뚱한 아주머니가 면접관으로 들어오셔서 친구와 저를 또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을 하셨습니다.

면접관은 이력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처음 일을 하는 건가요?"
친구와 저는 "예~" 라고 말을 하자 마자 "그럼 한번 해 봅시다"
라고 하면서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친구와 저는 그냥 "내일부터 할께요" 라고 말을 하고서는
바로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첫 출근을 합니다.


부동산 일이라고 들어간 것이 이건 부동산 실무보다는 TM 지를
받고 하나하나 전화를 하면서 매물을 확보하는 것 이었습니다.

이렇게 매물을 확보하면 선배가 되는 사람이 그 매물에 대해서
광고작업을 합니다. 4대 일간지 신문광고를 올리자고 하면서
광고비를 받고 광고를 올려주는 일이었습니다.

수 개월 있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동산 광고비 대부분이
사무실의 수익이 되었고 진짜 광고비는 받은 금액의 약 10~20%
정도만 들어갔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건 신문사에 전화를 해서 광고비를 물어보면 실제
광고비는 사무실에세 받는 비싼 광보비를 이야기 해 줍니다.
그러니 광고를 내는 사람으로써는 이게 맞는 가격이라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광고가 계속 나가고 계약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 물건들이었고 거의 사무실 수익은 광고비를 떼어 먹으면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참 이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계속
일하는 와중에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와 저는 이 사무실에서 약 두 달정도 함께 일을 했습니다.
친구가 두달 정도 일을하다가 그만두었고 저는 약 6개월 정도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일을 시작하면서 계속 이런 일을 꼭 해야하나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저도 친구와 함께 일을 일찍 그만
두었어야 했는데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좀 더 시간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소심한 친구는
세월이 지나고 결국에는 공인중계사 자격증을 따면서 부동산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사무실을 차리고 저에게 함께 일하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슬슬 침체되면서
몆 년전에 사무실을 접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다른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 기회가 오면 다시 부동산
사무실을 차릴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군 제대후 첫 일자리는 이렇게 다소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었던 부동산 텔레마케팅 업무였습니다. 아마 이런 부동산들이
몇 년이 지나고 다 없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자주 들렀던 허름한 종로 해물칼국수
집이 생각나네요. 항상 사람이 붐벼서 좁은 나무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가서 늘 자리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조개도 푸짐하고
무한리필까지~~ 지금도 식당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한번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은 장소 입니다.

오랜 추억을 꺼내다 보니 내용이 좀 길어진 것 같습니다.

저의 철없던 시절의 추억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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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면접이 그런 분위기였군요 ㅎㅎ

요즘에는 면접관이 요구하는 게 왜 이렇게 많은 지...

ㅎㅎ 전 추억 글이 좋네요 그 때 그 시절을 느낄 수 있으니

아 네 ㅎㅎ 작은 사무실에서의 면접이라서 그런것 같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성민님의 추억 잘 일겅ㅆ습니다~~ 한국 오시면 식당 한 번 들려보시는게 어떨까요 ㅎㅎ 아직 있다면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감동적일것같아요 ^^

네 ㅎㅎ 종로에 옛날 칼국수집이 아직도 있다고 하던데요 그 중 하나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주변에 부동산을 하는 사람이 많아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글이네요. 부동산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정책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사람들의 욕심도 그렇구요..

네 맞습니다. 제 친구도 가정이 있는 몸으로 1년을 포기하고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땃는데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어 너무 아쉬웠습니다. 좋은 날이 오길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전 추억이 되었지만 친구는 공인 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부동산을 차렸군요~ 추억의 종로 해물칼국수집도 들러 보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네 ㅎㅎ 감사합니다^^ 꼭 한번은 기회가 되면 들러보고 싶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옛날 추억을 꺼내보면 정말 아 내가 저때 저랬구나 느껴질 때가 많더라구요.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김동률 노래 한자락이 생각납니다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참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면 정말 저랬었나 싶기도 하네요^^ 감사합니다~~

부동산 추억 잘 봤습니다.ㅎㅎ

아 네 ㅎㅎ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두번째 면접관 아저씨는 예리한 사람 같으네요. 아니면 그냥 자기만의 기준인 건지 ㅎㅎ 마지막은 역시 추억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맛집! @kimsungmin 님의 추억 잘 읽었습니다 ㅎㅎ

네 ㅎㅎ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좋은 밤 되세요~~

정말 쉽게 돈버는일은 하나도 없는것 같아요.. 다 나름의 힘듦과 고통이 있는듯 합니다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해쳐나가는 사람들 보면 다 존경스럽고 신기해요

네 정말 지금 생각해 보면 직업도 정말 흐름따라 많이 바꿔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안녕하세요. 필리핀에서 약 10년을 지냈습니다. 정말 어제 일어난것 같은 많은 일들이 벌써 10년전 추억으로 되버렸네요. 좋은일들 안좋은일들이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길바라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지내는 1인입니다 :)

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