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6 지게차 실기 시험 후기 및 코시스 후기

in kr •  6 years ago 

어린이날을 맞이하면 심장 뛸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바로 지게차 실기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약 3주간 학원 가기를 거르는 일 없이 지게차 코스를 연습하며 실력을 갈무리한 나를 평가하는 날이 우연찮게도 어린이날과 겹친 것이다.

사실 나는 며칠 전부터 남들에 비해 과하다 싶을 정로로 시험에 겁을 많이 먹었다. 몸치인지라 남들보다 배움의 결과가 덜했던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예전에 코스 이탈(이라고 보기도 힘든 사소한 실수)로 인해 운전면허시험을 2번이나 치른 트라우마까지 겹쳐 과도한 긴장으로 아드레날린 수치가 급격히 높아진 탓도 있었다. 특히 연습 시에 매일의 첫번째 주행에서 잔실수가 많았는데 시험에서도 이러한 실수들이 발생할까 걱정도 되었다.

내가 시험을 치르는 시간대는 오전 10시였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맥모닝을 사들고 상인동에서 같이 시험치러 가는 형 차를 타고 신천대로를 경유해 대구공항 근처의 시험장에 도착했다. 어린이날이라 차가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탄하여 9시 즈음에 도착하게 되어 8시에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의 주행을 보게 되었다.

지게차 실기 시험의 경우 실격으로 인한 탈락이 대부분이라 나도 그 자리에서 합격 여부를 짐작해 볼 수 있을 정도로 판단하기가 용이한데 라인터치로 실격하는 사람, 너무 완벽하게 주행하려다가 시간 초과로 실격하는 사람, 연습을 안하고 온 것 같은 사람, 포크도 안올리고 주행해서 3초만에 실격하는 사람 등 별의별 이유로 탈락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저렇게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과도한 걱정도 하고 주위 분들과 농담도 하다보니 어느덧 10시가 되었다.시험 유의사항과 감독관의 시범 운전 등을 보고 시험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순번의 경우 제비뽑기로 결정하였다. 난 10번이었기 때문에 내 차례가 오기까지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는데 몇 명이 실격으로 탈락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8번과 9번을 지나서 내 차례가 왔다.

'네가 배운대로만 하면 된다.'

같은 학원을 다니는 아저씨 한 분이 내가 너무 긴장하자 시험 전 조언해준 한마디였다. 지게차에 올라타자마자 이 말을 마음 속으로 외치고 시험 준비가 됐다는 수신수를 보내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이때까지의 긴장은 무색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게다가 이때까지 영어단어 외우듯 달달 외워버린 공식은 몸에 베여 기계적으로 나를 이끌었다. 작업 코스를 지나 주행 코스로 넘어가자마자 평소 신경 쓰던 사소한 실수들은 쳐다보지 않고 오로지 완주를 하겠다는 일념을 가졌고 그 때의 긴장감은 오히려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윽고 파레트를 드럼통 위에 놓고 후진하여 주차까지 무사히 끝마친 난 웃으며, 의외로 담담하게 시험을 마쳤다.

시험을 마치고 아양교까지 차를 얻어타고 와서 시내의 코시스에서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초밥 뷔페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초밥의 종류가 너무 작아서 처음엔 부정적이었는데 초밥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들도 맛있어서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지게차도 그렇고 뷔페도 그렇고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너무 경황이 없었던지라 찍지 못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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