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 바이칼에서의 액티비티

in kr •  7 years ago 

하바롭스크에서 만난 러시아 사람에게 바이칼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 언제냐고 물어보니 바로 지금이란다. 그리고 그 사람 말대로 6월의 바이칼은 아주 춥지도 않고 물이 녹아 맑은 물을 볼 수 있고 바람은 쌀쌀하지만 햇살은 따뜻한 청명한 날이다. 날이 좋아서 여름의 바이칼은 러시아 사람들도 휴양을 하는 시기다. 물이 매우 차기때문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고 선탠을 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여름날의 휴가는 아니다. 그래도 각 계절에 따라 액티비티도 다른 사계절 구경이 가능한 휴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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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온 김에 액티비티는 하나 해보자하여 선택한 것이 배를 타고 바이칼 호수를 가로질러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철로와 터널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투어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기로 한 여행 일정이 아직 한참 남았기에 하루에 쓸 돈을 굉장히 빡빡하게 잡았다. 그래서 가장 싼 투어를 선택한 것인데 이것도 비싸서 좀만 깎아 달라고 쭈삣쭈삣거리니 몇 번 안된다고 하다가 웃으며 깎아줘서 겨우 예산에 맞췄다. 정확히 깎았다기보다 정원이 다 채워지면 우리가 부른 가격으로 해준다고 했는데 다행히 정원이 꽉 찼다. 밖에서 호객행위 할 뻔

우리 외에는 전부 러시아 사람들로 구성된 바이칼 탐험대는 코발트색으로 푸르른 호수를 시원하게 가르며 도착지로 향했다. 저 멀리 만년설을 보며 고속으로 향해가니 꼭 산을 오르러 가는 느낌이 든다.

배를 타고 가면서 영어가 유창한 가이드가 러시아 사람들에게 먼저 러시아어로 설명을 한 뒤 우리에게 영어로 호수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말이 잘 안통하니 대충할 법도 한데 정말 열심히 설명을 한다. 러시아 내전때 호수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유일하게 바이칼로 유입되는 강에 대한 전설, 우리가 도착할 곳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 배를 타고 가면서 이렇게 유익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을 지는 생각도 못했다. 근데 그러고 보니 다 죽은 사람 이야기네

철도가 놓인 땅에 도착하면 이 넓은 곳에 우리만 있는 것처럼 고요하다. 소련시대에 강제노역을 하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그 때 제대로 장례를 치뤄주지 못하고 터널 안에 묻었다는 이야기는 고요함에 등골이 싸해지는 공포를 선사한다. 그나마 대낮에 와서 다행이지 밤에 이 투어를 하면 극기훈련 따로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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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든 한국이든 아빠가 귀신 소리내며 애기 놀려먹는건 어디든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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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구경한 다음날에 들린 체르스키 전망대는 산책을 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공기는 말 할 것도 없고 산도 가파르지 않아 딱 좋다. 초보자 코스의 스키장이 있는 곳이라 여름에는 리프트만 운행한다. 다리가 아프면 3천원 정도 내고 리프트 타고 다녀도 된다. 이 전망대의 킬링 포인트는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바이칼 호수 풍경이다.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장면이 눈 앞에 펼쳐져서 인생 사진을 구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작품을 찍고 싶다면 체르스키 전망대도 옵션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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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잡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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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폼잡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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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은 아직까지도 샤머니즘을 믿는다

막상 바이칼에서 한 일들을 적어보니 긴박감이 느껴지거나 편안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지루함이 느껴진다. 내가 글을 잘썼으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사실, 바이칼 호수에서 서핑처럼 숨이 벅차 오르는 액티비티나 스카이다이빙처럼 짜릿한 액티비티는 없다. 여기서는 모든 행위들이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정적이다. 방에서 책과 음악 그리고 곰 세마리 맥주와 맛있는 음식들을 펼쳐놓고 음악에 맞춰 냠냠거리다가 기지개를 피면서 햇살 받은 푸른 바이칼 호수를 한참보며 멍 때릴 수 있는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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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마리 맥주. 읽을 수는 없어서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불렀다. 맛은 소주 타먹으면 아주 딱 맞을 맛이다.

이런 잔잔함만을 줄 것 같은 바이칼 호수도 저녁이 되면 완벽하게 변신을 한다. 5분만에 갑자기 물안개가 끼면서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또 갑자기 개면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돌변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 멀리 아무것도 없는 호수에 갑자기 빛이 하나 반짝하거나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우르릉~' 소리에 도시 촌놈은 입을 벌리고 떨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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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알고보면 다양한 면을 가진 바이칼 호수를 뒤로 하고 공산당의 심장이었던 모스크바로 출발하기 위해 이크쿠츠크 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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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지역이라 꽃을 생화가 아닌 조화로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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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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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루츠크의 마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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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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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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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바이칼 호수군요.
하늘과 호수가 정말 맑습니다.^^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으로나마 좋은 구경 하고 가요 !!
좋은 글들이 많아서 팔로워 하고 가요 !
괜찮으시면 맞팔 부탁드려요 ㅎ
행복한 저녁 되세요 :)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습니다 :)

멋지네요~~ 바이칼 호수!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기회가 되셔서 방문하시길 빌게요 :)

이게 그 유명한 바이칼 호수군요?? 그림같은 광경이 펼쳐지네요ㅎㅎ 러시아쪽은 포스팅에서 처음보는거같은데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역시나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들이네요.ㅎ
직접 저도 가보고 싶군요.ㅎ

꼭 한 번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