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아기 엉덩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어요!

in kr •  7 years ago 

아기 엉덩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어요!



육아를 하면서 가장 아찔한 순간은 아기가 아플 때다.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병원에 가봤자 큰 병이 아니고서야 별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큼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 일이었다. 눈곱이 잔뜩 끼는 바람에 제대로 눈을 못 뜨는 큼이를 들쳐 업고 산후조리원에서 안과까지 뛰어갔다 온 적이 있었다. 아빠는 작은 아기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던 때였는데, 의사 선생님은 "아기 꽉 붙잡으세요." 한마디 하고선 눈에 있는 작은 종기를 뾰족한 바늘로 째주셨다. 얼마나 아찔하던지.


큼이가 밤늦은 시간에 갑자기 열이 오를 때는 동네방네 문 연 약국을 찾아 헤매다 간신히 해열제를 먹인 적도 있었다. 한번은 주말에 큼이 온 몸에 빨간 열꽃이 피어서 인터넷으로 주말 진료하는 소아과를 온통 뒤져서 다녀온 적도 있다. 의사 선생님은 아기 몸을 보시더니 웃으시면서 "열꽃 피면 이제 열 내려간다는 의미예요. 그냥 돌아가셔도 돼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름 아기를 강하게 키우겠다고 다짐한 아빠임에도 아기가 조금만 아파도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어마무시한 시련이 찾아왔다. 평소대로 아기를 씻기고 몸에 분을 발라주던 때 엉덩이에서 뭔가 이상한 골을 발견한 것이다.

나: 여보, 아기 엉덩이에 구멍 같은 게 있어요.
아내: 아, 그거 예전부터 있었는데. 나중에 없어지는 거 아닐까요?
나: 그런가? 너무 깊은데. 여보도 알고 있었구나.



그렇게 아내와의 대화는 간단히 종료됐지만 왠지 불안해진 나는 인터넷으로 ‘아기 엉덩이 골’, ‘아기 엉덩이 구멍’ 등등 갖가지 단어를 조합하면서 검색을 시작했다. 그것은 일명 ‘엉덩이 보조개’ 또는 ‘엉덩이 딤플’이라 불리는 증상이었다. 꽤 많은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엉덩이에서 항문으로 내려가는 중간에 움푹 들어간 구멍이었다. 아내도 처음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는데,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자 점차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자라면서 없어진다' VS '신경에 닿으면 큰일 나니 MRI를 찍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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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큼이 엉덩이에서 발견한 커다란 구멍


큼이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아기들이 많다는 글을 보는데도 전혀 안심이 되질 않고 오히려 불안감만 커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국 사이트에 ‘DIMPLE’을 검색해보니 [괜찮을 수도 있는데, 혹시 모르니까 MRI 찍어보세요.] 같은 내용의 글들이 주르륵 나왔다. 역시 자식 걱정은 만국 공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네 소아과에서 진찰을 받았더니,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결국 대학병원까지 가서 초음파 사진을 찍고, 아무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고 나서야 걱정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너무 유난을 떨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빠가 되고 나니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해진다.


아기를 키우면서 문득 학교에서 기초의학을 배웠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기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아기의 증상을 보고 지금 어떤 몸 상태인지 알 수 있는 간단한 의학상식도 몰라서 허둥지둥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왜 학교에서는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건강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걸까. 아기가 태어나고 아빠는 책을 더 많이 읽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지켜주기 위해서.


덧. 아가야, 아빠는 정말 아무것도 안 바란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해맑게 웃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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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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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을 떤 것이 아닙니다^^; 잘 대처하신 겁니다.
이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초등 교육에서 응급시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정말 깜짝 놀라셨었겠어요;;;
말씀하신대로 대학교양 수업에서라도
육아에 대해 배운다면 참 좋을것 같네요.

저희 아들도 약간 딤플이 있었는데 자연적으로 없어지더라구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자연스레 없어지는지 경과만 잘 봐주면 될듯 싶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크길바라요^^

기초의학을 배워도 막상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다 까먹더라구요.
일단 찝찝하면 병원에 가서 검사 받는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니겠지 아니겠지하다가 병을 더키우는 경우도 있어서...

저런거 처음 보는데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ㅠㅠ

처음에는 별 걱정 없다가 인터넷에 이런저런 정보 찾아보곤 많이 걱정했어요. ㅠㅠ 연세세브란스병원까지 가서 검사받고 왔답니다. 다행히 문제 없다는 판정받았어요.

좋은 파파입니다 !! 그게 맞아요 ㅠ 저희 엄마는 저 어릴 때 안짱 다리라고 그렇게 병원 다녔는데 지금도 그렇게 걷고 .. ㅋㅋ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아마도 .. ?ㅋㅋㅋ

저도 안짱?(오다리)라서 걸음걸이가 이상하단 소리 많이 들어요. 그래도 달리기도 잘하고 운동도 좋아한답니다. ㅎㅎ

저희 아이도...
정말 건강하기만 바라는데 너무 건강해도... 피곤하긴 합니다.
그래도 맘졸이는거보다 그게 더 낫겠지요;

아.. .그 심정 너무 공감합니다. ㅎㅎㅎ 그래도 건강이 최고지요. 저희는 항상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생각해요.

깜짝놀랐겠군요.

네, 많이 놀랐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