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태백발, 청량리역 열차에서

in kr •  2 years ago  (edited)

어머니가 아팠을 때
아버지가 또 사고를 쳤을 때
아들이 태어났을 때

간절함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새벽열차를 탔었다
볼품없는 청춘은 긴 터널을 지나
고한역에 잠시 정차할 때마다
버림받은 유배당한 희망에 목졸리곤 했다
열차는 민둥산역을지나간다
발신 불명의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리움을 이체하고 스팸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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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열차에 갇힌 욕망
마이너스 대출로 살아 버티던 청춘역
끝없이 달려가기 바빴던 시간에
애간장을 졸였던 청춘을 잠시 블러들여
빈 옆자리에 앉히고
괜찮아 괜찮아 다독거리며
잘 살아냈어, 앞으로도 잘 살거야
영윌역을 지나며 유배를 푼다
어라, 열차는 하늘을 날고 있다
지상은 온통 울긋불긋
구름 한 점 불러 노는 파란 가을 하늘속으로
열차는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