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중년의 삶 - 법정스님

in kr •  7 years ago  (edited)

어제는 빨래도 뽀송뽀송 마를 만큼 하늘이 맑았는데
밤 12시를 조금 넘기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아침까지 비가 많이 오네요
미세먼지가 씻겨가는 비 일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아직 중년도 노년도 되보지 않았지만 생각나는 시가 있어서 옮겨 봅니다.


중년의 삶

-법정스님-

친구여!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미운소리
우는 소리,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하소
그렇게 하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 하지마소.
적당히 저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오.

친구여!
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을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붙잡아야 하오.

친구여!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 푼 줄 돈 있어야
늘그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친구여!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 체 자랑일랑 하지를 마오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가고 있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 봐도
가는 세월은 잡을 수 없으니
그대는 뜨는 해,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지
좋게 뵈는 마음씨 좋은 이로 살으시구려
멍청하면 안되오
아프면 안되오
그러면 괄시를 한다오
아무쪼록 오래 오래 살으시구려.


이제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효도라는게 정확한 기준선이 있어서 내가 했다 안했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곧 어버이 날이기도 하고 비가 오니까 마음이 차분해지는 시가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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