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특별한 만남

in kr •  7 years ago 

Image from @inhigh

군부대 내에는 한 달에 한번씩 발간되는 잡지가 있습니다. 이 잡지는 매 달 주제를 주고 글을 모집하는데, 이번 달 주제가 「만남」이어서 그 주제로 적은 글을 한번 올려보고자 합니다.

만남. 이처럼 새롭다는 말과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긴 힘들 것이다. 물론 오랜 친구와의 만남이나 은사와의 만남도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처럼 '새로움'과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만남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듯 나 또한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 때 친구가 한 가지 게임을 소개시켜 주었다. 오델로라는 게임이었는데, 누구나가 한번쯤은 봤을 법한 게임이었다. 그 당시 공부에 흥미가 없던 나는 자연스럽게 친구와 게임을 주고받게 되었고, 어느 샌가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맘에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게임에 빠져 살다보니 그럭저럭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 유명 어플리케이션 연동 게임을 통해 실제로 오델로를 하는 여러 사람과 협회 및 대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진학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델로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잘한다 하는 사람들을 만나 게임도 해 보고, 더 깊게 배워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 일은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다른 모임에 참석한 일이었던 것 같다.

모임 참석 이후, 본격적으로 이 세계에 파고들었고 2015년 9월에는 프로 기사로 입단하기도 했다. 입대를 앞둔 2016년 11월에는 한국 대표로 세계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아마 오델로라는 게임을 접하지 않고 빠지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을 살면서 한번이라도 해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나에게 있어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특기와 취미 칸을 적는 것이 아니었다 싶다. 뚜렷하게 좋아한다거나 잘하는게 없던 나는 음악 감상이나 독서, 영화 감상 등 그럴싸한 것들로 칸을 채우곤 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별 생각 없이 알려준 오델로라는 게임과의 만남은 내가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내가 스스로를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고, 나에게 늘 비어있던 빈칸을 채워준 특별한 만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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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델로 빈칸을 채워가면서
취미 특기란의 빈칸도 채워졌군요ㅎ

정말 빈칸을 채워준 특별한 만남이라 할 수 있겠죠?ㅎㅎ

우와~~우연히 만난 게임에서 세계 대회라니요!
멋지십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고딩때 쉬는 시간마다 오목배틀하던게 생각나네요
단짝이랑 맨날 붙다보니 반에서 둘이 최고수였는데 ㅎㅎ

ㅋㅋㅋ그런거 있죠 오델로 하기전엔 오목도 참 많이했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