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어

in kr •  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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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가 슈가맨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원년 멤버들이 함께 몇 곡을 메들리로 불렀다. 내 마음 깊이 가라앉아 있던 멜로디들이 되살아났다. ‘옛 친구에게’, ‘운명’, ‘초등학교 동창회 가는 날’을 듣는 동안 코끝이 시큰해졌다. 옛 노래를 듣고 감정이 북받치는 건 처음이었다.

1997년에 나왔던 여행스케치 6집 앨범 <처음 타본 타임머신>을 카세트테이프로 질리도록 들었었다. 그 앨범은 여행스케치의 지난 명곡들을 모은 베스트 앨범 격이었다. 그 노래들은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고, 어떤 ‘그리움’의 색 하나를 내 마음의 담벼락에 칠했던 것 같다. 마음의 담벼락에 칠해진 감정의 색들은, ‘누군가를 어떻게 그리워할지’, ‘추억을 어떻게 돌아봐야할지’를 배울 때, 안내판 구실을 해왔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노래들은 ‘상실’과 ‘그리움’, ‘추억’들을 얘기하고 있었고, 그 진정한 의미를 갓 대학생이 되었던 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공기 중에서 알 수 없는 향기를 들이마시고 눈을 감고 그저 좋다며 고개를 끄덕이듯, 상실과 그리움을 노래하는 그 음악도, 내 귀에 그렇게 온전히 알 수는 없는 상태로 들어와 가라앉았던 것 같다.

이제 돌아볼 추억이라는 게 숲처럼 형성되고,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아진 나이가 되었다. 마음 아래에 가라 앉아 있던 멜로디와 마음의 담벼락에 빛바랜 색으로 남아있던 감정은, 이제 그게 뭔지 알 것 같은 것이 되어 마음에 닿는다. 그때 코끝과 눈시울이 반응한다.

여행스케치의 노래 제목 중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어.’라는 게 있다. 나직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일, 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보는 일, 그게 잦아질수록 우린 잃어버린 것들로부터 더 멀리 떠밀려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스케치의 데뷔곡, <별이 진다네>의 가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의 꿈은 사라져가고 슬픔만이 깊어 가는데.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만이 짙어 가는데.” 결국 남은 건 어둠이다. 이 가사만 봐서는 허무하다. 누군가는 힘없이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는 게 그렇군. 꿈도 별도 사라지고, 결국 슬픔, 어둠이 짙어 가는 거야.”라고.

하지만, 이 가사를 보고 난 오히려 위안을 얻는다. 삶이란 그렇게 사위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꿈과 별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꿈과 별이 사라졌다고 삶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삶은 그 이상의 것이다. 꿈과 별이 사라지고, 슬픔과 어둠이 짙어지고, 그 후엔 또 다시 다른 의미의 빛들이, 다른 가치들이 삶을 비출 거라고 믿는다.

여행스케치 노래들을 반복해서 듣는다. 노래들이 말한다.
“보이지? 잃어버린 것들로부터 얼마나 멀리 떠밀려왔는지. 자 봐, 내가 비춰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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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의 오랜만의 소식에 반가웠던 사람들이 꽤 많았죠. ^^ 예전 추억들을 한아름 갖고와 마법처럼 풀었던 그 순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을거에요. 전 솔메님의 근황이 더 반갑네요!

여행스케치는 많은 옛 가수 중에서도 특별했던 거 같아요. 레일라님도 음악으로 많은 이들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해오셨겠지요. 음악이 힘든 순간에도 그런 마법때문에 힘을 얻으실 거 같네요.
음악도, 글도, 해오시던 대로 올해도 멋지게 이어가시길요^^

저는 자주 듣지는 못했지만, 글 읽고 생각나서 여행스케치 음악을 찾아 들었어요. 예전 음악을 틀면 신기하게도 시공간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ㅎㅎ 지금을 나중에 추억할 좋은 노래를 나중에 글로 써볼테니, 종종 놀러오셔요.

전 여행스케치의 '운명'과 '초등학교 동창회 가는 길'을 특히 좋아했어요^^ 들으면 추억의 테이프가 머릿속에서 돌아가지요ㅎ 레일라님이 푸는 좋은 노래 글, 기대합니다. 종종 놀러갈게요~~ㅎㅎ

제 대학생활을 관통한 노래들이에요.
노래만으로 그 시절이 그대로 소환된다는 게 참 신기해요. 노래를 듣던 장소, 상황이 고스란히 떠오르니까요.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는데..

지나고 나면 특별할 것도 없었던 일들이, 아련한 추억이 되기도 하고 몹시 그립기도 하고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현재를 충실하게 잘 사는 게 중요한 건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