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략선은 국가의 면허(Letter of Marque)를 받은 해적선입니다. 해적행위를 반사회적인 범죄로 보는 지금 시각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왕이나 국가가 해적행위를 허가하고 이득을 취하는 전통은 대단히 유서깊은 것입니다.
왜 해적행위에 면허까지 내 준 것일까요? 어떤 국가도 넓은 바다에서 적국과 잠재적인 적국의 해상활동을 위축시킬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해군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한 나라의 자원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것이니까요.
한마디로국가의 해군이 수행해야 할 군사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가가 단독으로 이런 역할을 할 힘이 없었으니까요. 이익을 미끼로 민간의 자원을 유인한 것입니다.
이런 민간군사업자들은 프랜시스 드레이크처럼 한 나라의 해군을 이끌고 귀족이 되기까지 합니다.
약간의 행동의 차이가 있었지만 사략선은 사실 해적선과 뚜렷이 구분이 가는것은 아닙니다. 찰스 베인같은 전설적인 카리브해의 해적도 사략선의 선장이었습니다. 결국 국가의 면허를 받냐 안받냐에 따라 약탈행위라는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면허를 받은 사략선도 면허가 종료되면 해적선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사략행위는 한 국가의 해상장악을 돕고 상대국가를 위축시킨다는 이익외에 항상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일부 사략선이 중립국이나 면허발행국의 배도 약탈하는 것 같은것이죠. 짭짤한 이익에 사략선 사업은 점점 거대해졌습니다.
결국 사략행위는 1856년 파리 선언으로 금지되었습니다. 갑자기 국가의 도덕성이 높아져서 약탈이 참을 수 없는 부도덕한 행동으로 느껴져서였을까요? 그건 아니겠죠.
19세기 중반에 서구 열강은 산업혁명을 통해 큰 힘을 키웠죠. 이제 이들은 해상 군사활동을 위해 해적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어쩔수 없이 의존했던 해적은 없에버리고 싶은 애물단지가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근대화 이후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인 정부는 우선 여러가지 특권으로 민간의 자원을 유인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게 합니다 . 중앙정부의 힘이 충분히 강해지면 문제가 해결된 영역에서 민간부분을 억압해서 쫒아내고 국가가 그 영역을 차지합니다.
이런 국가주도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근대화 이후 곳곳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이 해군의 업무부터 은행, 의료, 교육... 말 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항상 이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일으킬때 국가가 하는 말은 공공성입니다. 민간분야는 탐욕적이고 부패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결과는 더욱 비대해진 국가권력과 위축된 민간분야입니다.
이를 일으키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여러분이 돈을 원하듯 권력과 권한을 원합니다. 자신들은 생산적인 활동을 거의 안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힘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권력에서 특권을 찾아내서 누립니다.
탐욕스러운 사장 밑에 있으면 적지만 콩고물이라도 떨어집니다. 탐욕스러운 정치인과 공무원 밑에서는 아무것도 안떨어집니다. 정치인과 공무원은 실질적으로 뭔가를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세상 비평) 정부가 민간분야를 억압하는 방식 ; 최근의 유치원 사태
다시 말씀드리지만 본분을 잃어버리고 부패한 일부 유치원을 두둔하는 것도 아니고 사립 유치원을 사략선의 해적에 비유하는 것도 아닙니다.
1980년대 초반, 우리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하고 조금씩 부유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초중고 교육의 수요뿐 아니라 학령기 이전 아이들에 대한 교육수요도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맞벌이라는 개념도 조금씩 생기던 시절이라 아이를 돌보는 서비스 수요는 어떻게 해서든 채워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이외에 급증하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교육수요를 채웠던 것은 분명히 민간분야입니다. 유치원도 그런식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사실상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유치원을 열 수 있게 해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무리수가 생겼는데 초중고와 대학의 사립학교제도와는 다르게 법인이 아니라 개인이 유치원을 열 수 있게 해 줬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비영리법인에 적용되는 사립학교법을 이들 유치원에 적용해 버렸습니다.
1980년대 우후죽순 생겼던 유치원이 "비영리"목적으로 생겼을리 없습니다. 국가 자체가 자신이 채울 수 없는 서비스를 민간업자를 유인해 떠넘긴 것입니다. 민간업자를 "비영리 사립학교 정신"에 유인될리 없죠. 결국 유치원은 법인도 아닌 개인이 자신의 엄청난 자산을 투자해서 만들었지만 "비영리"에 맞춰 운영해야 하는 이상한 입장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잡음은 비영리 교육재단에 적용해야할 회계를 개인사업자에게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1980년도에 사립유치원을 설립했을 때, 처음부터 엄격하게 비영리법인만 허용했으면 지금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안했을까요? 그런 식으로는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옳고 그름에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입니다. 이런 원죄를 알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도 사립유치원의 모순을 알지만 손대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제 와서 사립유치원을 비영리법인처럼 운영하라고 강요하면 실질적으로 사유재산을 압수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고 학령기 이전 아이들을 국가의 통제가 잘 안먹히는 상황에 두기도 싫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모든 정부의 딜레마였습니다.
딜레마는 조심스럽고 천천히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강압적이고 일방적으로 풀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신의 권한을 키워서 특권을 누리려는 것은 정치인과 공무원의 본성입니다.
국가가 학령기 이전 아동에 대한 교육도 통제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저는 이런 방식이 나라의 다양성을 없에고 경직된 사회를 만들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공무원과 정치인의 본성이 그런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건 그렇다 쳐도 이번 정부가 목적을 추구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교활하고 사악합니다. 마치 국민을 이간하고 그 일부를 파괴해야할 적으로 보는듯한 행동은 섬찟하기까지 합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 드렸듯이 비위사실로 수사를 의뢰한 유치원, 즉 경찰과 검찰에게 위법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의뢰한 유치원은 18건에 불과합니다. 3년간 18건이면 1년에 6건입니다. 전국 유치원수는 9000개가 넘습니다.
이걸 엄청난 불법이 판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친여권 언론이 달려들어 사악한 집단으로 매도해야만 할 정도의 일일까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많은 유치원이 국고를 횡령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유치원이 비용을 부풀려 세금을 탈루한 것입니다. 법원의 일관된 판단도 누리과정 지원금을 엄밀하게 유치원의 특정 분야에만 사용해야 하는 국고보조금으로 보지 않습니다.
어린이집 지원금 유용해도 무죄라니…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국민을 설득하려는게 아닙니다. 어용화된 언론을 한번에 몰아쳐서 일부 사회집단을 악으로 규정하고 해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민심을 잃어 일을 자초한 것이기도 하지만 유치원을 만든 사람들은 최소 10억 이상의 자기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투자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미 거의 무료로 운영되는 국공립 유치원에 비해 열세인 상황에서 운영해야 합니다. 유치원은 실질적으로 국가주도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중인 곳입니다.
여러분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김밥집을 열었는데 옆에 국가가 무료로 나눠주는 김밥집을 열었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사립유치원의 감정이 이렇습니다. 물론 어린이를 돌보는 일과 음식을 만드는 일이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립유치원 문제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전 정부에서 하던대로 하면 됩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국공립 유치원을 확충하면 됩니다. 어차피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유치원과 가격으로 경쟁이 안됩니다.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수요는 전국적으로 엄청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경쟁에 밀린 사립유치원이 조금씩 시장에서 떠나도록 유도하면 됩니다. 그래도 유지되는 유치원은 가격이 아니라 서비스로 학부모의 선택을 받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성비의 국공립유치원과 서비스의 사립유치원이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두면 됩니다.
이것이 국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이번 정부는 사립유치원을 파괴해야할 적처럼 대했음에도 사립유치원이 시장을 떠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략선 선장도 이런 대우는 받지 않았습니다.
유치원 폐업·임시휴업 하려면 학부모 2/3 이상 동의 받아야
서울시교육청, 사립유치원 임의 폐업시 경찰 고발
최소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적절한 조치만 취한다면 폐업은 할 수 있게 하는것이 정상적인 사회 아닐까요? 학부모의 2/3의 동의를 어떻게 얻겠습니까..
더 나아가 에듀파인이라는 국공립학교와 비영리사학재단에서 사용하는 국가회계프로그램 사용을 강제하기까지 한답니다.
먼저 정부와 여당은 일부 사립유치원의 부실한 회계처리 실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에듀파인을 모든 사립유치원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 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하면, 그때부터 여기에 기록한 수입 및 지출 등 모든 회계 내역은 정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엄밀하게 유치원에 투입되는 보조금은 국가가 유치원에 직접 주는것이 아닙니다.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것입니다. 학부모가 직접 내는 돈의 60%가 넘는 민간사업자에게 국가가 뭔가를 사용하라고 의무화하는 것도 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교육은 한 사회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키우는 곳입니다. 나라가 정해주는 한가지 방식만 있는 곳은 위험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가치관과 방식을 가진 사립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립유치원을 사실상 국가의 완전한 통제하에 두려는 행위는 절대 찬성할 수 없습니다.
국정교과서의 획일성을 반대하면서 민간이 주도하는 다양한 교육기회를 반대하는 것은 이상한 것입니다. 모든 정부가 그렇지만 이번 정부는 가야할 길의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혀 문제의식을 못느끼고 있습니다.
당장 사립유치원이 당하는 꼴에 관심이 없거나 고소해 한다면 당신이 그런일을 당할 때도 다른사람들이 관심이 없거나 고소해 할것이라는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사립도 법인화되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어 운영되는곳만 살아 남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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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에서 사립학교의 자율권이 보장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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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전 이게 사학비리(중고등사립학교) 나아가서는 자유한국당을 잡기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l-s-h님이 말한 부분들을 알고있지만 여론 몰이에 좋은 말잘못하는 어린 자녀들 문제를 먼저 털고 그리고나서 바로 중고등학교의 사학비리를 털게되면 모양세도 좋고 힘도 받고 자유한국당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데 아주 효과적이라서 이런 선택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l-s-h님이 말한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는게 맞고 옳은 해결책이지만 그걸로는 언제 해결이 될지 얼마나 많은 국가예산이 들어가야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언제 사회 깊숙히 자리잡은 국가돈은 열심히 해먹어야한다는 인식들이나 비리를 바로 잡을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냥 옳고 그름 정치적인 이념 이런걸 다 떠나서 자신이 이겼는데도 적대세력을 밟지 않는다면 결국 당하게 되있습니다. 요번 세력들은 노무현전 대통령을 보면서 뼈저리게 배웠을거고 똑같이 당하지는 않을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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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벌이는 일이 적대세력을 밟지 않는가면 결국 당한다는 생각으로 하는것이라면 정말 큰일입니다.
정권은 바뀌기 마련이거든요. 특히 지금처럼 세계가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미국의 중국때리기가 지속되고, 북핵문제가 답보상태가 된다면 지금 정권의 인기도 급격히 떨어질겁니다. 그 상황에서 이념과 자기생각에 몰입해서 정권이 써서는안되는 방법을 쓴다면 다음 정권때 더 크게 보복을 받을겁니다.
그렇게 10년만 보내면 한국사회는 사실상 정신적인 내전상태에 이를겁니다. 지역과 정치적성향, 자산정도에 따라 상대방을 파괴하려는 사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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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현재 세력이 지금 구세력을 제대로 쳐내지못하고 10년을 보내면 한국은 정신적인 내전상태 그 이상이 될 겁니다.
정치적인 부분이나 바라보는 미래방향을 빼고 보더라도 현 정권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네 정권은 언젠가 교체됩니다. 하지만 구세력을 다 밟아버린 후에 정권이 인기가 떨어졌을때 현세력에서 떨어져나간 세력이나 다른 세력이 정권을 잡는게 그냥 현 구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는것보다 훨씬 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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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력이라고 하면 예전 한나라당을 말씀하시나요? 구세력을 밟아버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선악으로 보는것은 위험합니다.
구세력이 했다는 짓 일년도 안되어 지금정권도 다 하고 있습니다. 무슨 도덕적 우월성이 있기에 누구를 밟아버려야 한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극단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정부에 반대하는 누구도 밟아버려야 할 적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법적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어 상대를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야 말로 한국사회에서 밟혀 없어져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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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선악으로 애기하지도 도덕적으로 애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애기한겁니다.
노무현정부 이후 이명박정부가 노무현정부세력을 어떻게 밟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다시 또 그리되면 그렇게 안할거라고 생각하는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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