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담당자가 별도로 있는 조직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은 조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누구나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만 하지 딱히 그 부분을 수련하진 않습니다.
일전에 들었던 세미나 내용이 생각나서 올려 봅니다.
1. HR 어낼리틱스란?
HR(인적 자원) + 데이터 분석의 개념입니다. 기업 안에서 선발, 보상, 교육 훈련, 승진, 퇴직 관리 등에 사용됩니다.
전통적인 HR과 다른 점은, 인사권자의 재량/직관/경험 등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어떻게 인간의 경험/직관 등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만으로 가능한지가 중요한 데, 일반적으로 직무를 ‘전문가가 되기 쉬운 직무’와 ‘전문가가 되기 어려운 직무’로 구분했을 때(Competence in Experts: The Role of Task Characteristics 논문), 전문가가 되기 쉬운 직무는 일기예보관, 물리학자, 회계사와 같이 숫자 또는 과학을 다루는 도메인이고, 전문가가 되기 어려운 직무는 임상심리학자, 정신과의사, 행동연구자,인사선발 담당자 같이 사람을 다루는 도메인입니다.
즉, 어떤 영역은 시간이 지나면 전문성이 올라가지만(예측 가능, 반복적, 피드백이 있고 문제를 쪼갤 수 있는 영역), 어떤 영역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전문성이 크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대표적인 직무가 HR입니다.
예를 들어 면접관의 전문성을 생각해 보면 연차가 높아지면 면접과 관련된 프로세스에는 전문가가 될 수 있어도, 사람 뽑는 것은 시간/횟수와 비례해서 느는 스킬이 아니란 거죠. (실제로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에 있어 전문가의 임상적 예측과 단순 통계적 예측을 비교했을 때 특정 시점 이후의 성적 예측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2. HR 어낼리틱스가 어려운 이유와 설문
일단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측정을 하지 않기도 하고 평가 과정에서도 기록을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조사, 평가 절차가 자주 변경되며, 일부 기업의 경우는 고과 나누기 같은 일도 비일비재하죠.
자료도 제대로 없고, 있다 한들 오염된 자료거나, 잘못 설계된 데이터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당장 써먹기 좋은 것은 ‘잘’ 설계된 설문입니다.
단, 설문의 경우 설문 후 액션이 가능한가가 가장 중요한데, 대부분은 설문 결과를 기업에서 반영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설문 했다는 것에 만족) 실패로 끝난다고 하네요.
우리가 흔히 쓰는 리커트 척도보다는 BARS(Behaviorally Anchored Rating Scale)가 좋다고 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나는 고객과 통화할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이라는 설문 항목에 대해
-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 대충 상황을 수습해서 넘긴다
- 업무 절차에 따라 잘 처리할 수 있다
- 업무 절차에 없는 상황도 잘 처리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수준별로 나누어 질문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질문자나, 응답자나 모두 비슷한 기준에서 생각이 가능하며, 설문결과에 있어서도 해석의 용이성이 생기니깐요.
BARS 응용법과 설문항목을 어떻게 잘 뽑을 수 있는지는 아래 항목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3. HR 머시깽이 어떻게 써먹나?
일단 가장 중요한 채용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을 다루는 일은 시간이 지난다고, 횟수가 많아진다고 전문성이 획득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면접은 예측력(이 사람을 채용했을 때, 이 사람이 얼마나 퍼포먼스를 낼지, 조직에 맞을지 등등)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면접관에 따라 서로 다르게 평가를 하고, 더 심한 건 면접관의 심리상태 등에 따라도 동일 인물에 대한 평가가 계속 달라진다는 거죠.
‘채용 시 가장 효과적인 예측변수’를 연구한 게 있습니다.
85년 동안의 심리학 연구를 메타연구한 것이어서 꽤나 믿을만한 연구인데, 이 연구에 따르면 각 지표별 상관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채용 시 가장 효과적인 예측변수’
Schmidt, F. L., & Hunter, J. E. (1998). 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 Practical > and theoretical implications of 85 years of researchfind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4, 262-274.
- 경력 연차의 상관성 : 0.18
- 학력의 상관성 0.10
- 직업 샘플 테스트 0.54
- 구조화된 인터뷰 0.51
- 레퍼런스 체크 0.26
- 필체 0.02
- 나이 -0.01
저 중에서 구조화된 인터뷰는 바로 써먹을 수 있으며, HR 애널리틱스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영역입니다.
즉, 면접과 설문의 중간 형태를 통해 우리에게 맞는 인재를 채용하자는 거지요.
구글링을 통해 구조화된 면접(Structured Interview)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사례 등이 나오긴 합니다만, 예시들이 효과적인 질문도 아니고, 평가하기도 애매합니다.
'잘 설계된 구조화된 인터뷰'는 평가자가 누군지와 상관없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어떤 항목을 기준으로 채용했을 때 가장 예측력이 좋을 지 핵심변수를 알아야 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항목이긴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이런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KSAO(Knowledge, Skill, Ability, Other Characteristics)관점으로 변수를 그냥 막 쪼개 봅니다.
예를 들어 지식 수준에서는 수학, 논리적 사고, 기획력, 최신 트렌드 등등, 스킬 측면은 다루는 도구, 빠르기 등등등
X 축에다 여러 변수들을 그냥 입력해 놓고요.
그리고 Y축에는 사람의 이름을 적고, 일단 마지막 열의 이 사람과 얼마나 일하고 싶은지를 적어 놓고, x축의 각 항목별로 수치화해서 값을 잘 넣습니다. 마지막 열에는 이 사람과 난 얼마나 일하고 싶은지를 수치화해서 적습니다.
그런 다음에 회귀식을 돌리면, 어떤 변수가 이 사람과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 높은 상관성을 지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력이 중요한 변수로 나왔고 기획력을 평가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설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최악은 “당신의 기획력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1) ~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5)” 이렇게 묻는 겁니다.(Ipsative 방식)
일단 기획력은 너무 모호한 기준이기 때문에, 내가 정말로 평가하고자하는 기획력에 대해 정의하고, 이를 행동 수준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실존 인물 3명을 선정해서, 한 명을 기준으로 다른 두 명과의 차이점을 찾는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획력이 매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안 좋은 사람 실제 3명을 상상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그들은 어떻게 행동할지를 평소의 경험을 기반으로 적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는 기획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변하는 세상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하는데요.
즉,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언제나 요구사항도 변한다는 전제입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나 만듭니다.
"Q. 요구사항이 자주 변경되는 상황,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위에 얘기했던 실존인물 3명이 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상상해봅니다.
이팀장 : 원래 세상은 변하므로 요구사항도 변하는 법.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요구사항이 변경되더라도 낭비되는 리소스를 최소화 한다.
김차장 : 요구사항을 우선순위로 구분하여 반영할 수 있는 요구사항만 수용한다.
박대리 : 요구사항이 변경되면 패닉에 빠진다.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급하게 생각난 거라서 엄밀하지 않습니다. 행동 수준으로 분류하기에 너무 성기고, 레벨도 조금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 이제 측정항목(기획력)에 대해 질문과 답의 쌍이 준비되었습니다.
저런식으로 구조화된 면접 질문 항목을 준비했다면, 면접자에게는 질문만 합니다. 그리고 면접자의 질문과 가장 유사한 행동 항목에 체크를 하는 거지요.
이렇게되면 어떤 인물이 채용되었을 때 수치화된 자료가 남습니다.
그리고 이게 반복되면 어떤 지표들이 특히 더 중요한지, 덜 중요한지, 설명력이 떨어지는지 등을 알 수 있겠죠.
이걸 채용이 아니라 퇴사 관점에서 응용해보면, 어떤 변수를 관리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테고요.
4. 결론
어차피 대기업이나 우리같은 스타트업이나 데이터가 없는 것은 똑같습니다. 본 HR어낼리틱스 세미나도 데이터가 없을 때 이렇게 활용하라는 게 더 컸고요.
구조화된 인터뷰 하나만 보더라도 하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설문 항목 설계도 어렵지만, 그 이후에 계속해서 추적관리를 통해 우리에게 맞는 변수들을 더 강화하고 찾아야 하는 숙제가 생기니깐요.
생산성 높은 조직일수록 데이터 분석 문화가 강하다고 합니다. 분명 HR도 데이터로 관리되는 영역이며, 어떻게 보면 회사생활에 있어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퇴사/승진/채용/복지 등)
일단은 교양차원에서라도 이런 분야가 있다라는 것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저와 일할 사람을 채용할 때를 위해 구조화된 면접 질문지를 천천히 만들어 볼 생각이긴 한데, 다른 분들도 개인 또는 팀 단위에서 써먹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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