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보는 아버지

in kr •  7 years ago  (edited)


정리를 위해 번호일기를 적용합니다.

1

아이가 의사소통이 될만큼 커서인지 아이의 말 하나하나가 부모님께 애교로 다가오는 듯 하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부모님의 근심어린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적적했던 집안의 공기가 아이의 웃음소리, 울음소리, 시끌벅적한 가족의 이야기로 꽉 채워지고있다.
한참 손주의 재롱을 본 부모님께서 한마디 하신다.

시끌벅적 하니깐 사람사는집 같네.


2

내가 처음으로 술을 접했을때는 참 독특한 술맛을 경험했는데 특이하게도 맥주에 하드를 넣어서 먹는 아버지의 레시피 덕분이었다. 그때 당시가 고 2때였는데 여름에 이렇게 마시면 술이 아닌 음료수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벌컥 들이켰던 생각이 난다. 그때당시엔 역시 술은 술이었... 그렇게 술을 배웠다. 30대가 된 지금은 아버지의 맥주+하드의 조합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3

특수기술자이신 아버지는 주로 객지생활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어릴때 아버지 얼굴을 한달에 두번남짓 볼 만큼 많이 바쁘신 삶을 사셨다. 집안살림과 아이들 교육은 오로지 엄마 몫이었고, 아버지는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서 두분의 어깨는 언제나 무거웠다.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집에 오래 머무를때면 반가움도 잠시 부모님의 마찰은 끊이질 않았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서로 떨어져있었던 만큼 부딪치지 못해 쌓인 감정들이 섞이지 못한채 언제나 층을 이루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부모님은 주말부부로서의 삶이 더 편한듯 보였다.
지금은? 신혼부부보다 알콩달콩하시다.

4

아버지는 상당히 남성성이 강한 분이셨다. 언제나 강하시고 목소리도 크신,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하신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께서 변하신건 약 10여년 전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때부터였다.
아버지와 전화통화 했을때 딸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셨는지 전화 사이로 들려온 아버지 목소리의 떨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야 자식이 둥지를 벗어나 혼자 날개를 펴고 제삶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하신듯 하다.
그리고 엄마를 대하는 태도와 사랑은 더욱 깊어지신듯 보였다. 아마도 마음만큼 표현을 못하셨는데 지금은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시는 로맨티스트가 되셨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상대도 변하지 않아. 아빠가 노력하니까 엄마도 변하더라.

나도 남편과 지내면서 부딪힐 일이 많아지겠지. 그때마다 아버지의 말을 새기고 남편과 아이에게 좋은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5

며칠전 아버지와 저녁겸 반주를 했는데 그간 있었던 일, 일에서의 스트레스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60세를 넘어서인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계신듯 했다.
아버지는 평생을 쉬지 않고 일하신 분이셔서인지 일에대한 집념이 강하시다. 지금까지 일에대한 자부심이 강하셨고 아직 일하고 싶으시지만 문제는 아버지의 나이였다. 작년부터 아버지의 나이는 일을 하시는데 제한이 걸려왔고 지금은 미국으로 시집간 딸이 오랜만에 손주와 함께 집으로 방문한 탓과 나이제한 때문에 일을 안하고계신다.
사실 동생의 예기치 못한 취업난이 아버지의 일에대한 집념을 더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모습은 예전보다 강하진 않지만 아버지의 집념은 어느때보다 강하시다. 그런분이 은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건 생각보다 힘드실것이다.

아버지는 평소 자식들에게 내색한번 안하셨던 분이시다. 그런 강하신 분이 딸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으신다. 나의 역할은 그저 아버지의 말씀을 끝까지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것뿐 할수 있는게 없다.
이게 가족이 사는 법 아닐까?

6

며칠전 엄마 잇몸에 염증이 생겨 신경치료를 하셨다. 생각보다 심한 진통에 많이 괴로워하셔서 가족 모두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엄마는 아침일찍 치료를 하러 가시는데 진료를 잘하는 치과인건지 언제나 환자들이 붐빈다. 그래서 번호표까지 뽑으시고 몇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치료를 받으신다.
언제한번 아버지께서 일찍 밖에 나가셨다. 알고보니 엄마 치과 진료를 위해 번호표를 뽑고 오신것이다. 조금씩 통증이 가신다는 엄마의 말씀에 아버지가 뒤에서 한말씀 하신다.

아 ...이제좀 살것같네.

엄마가 많이 아파하셔서 지금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셨다고 한다.
피곤해하시는 엄마를 위해 몰래 약국에서 피로회복제를 사다주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많이 자상해지셨음을 느꼈다.
아버지가 엄마의 모든것을 신경쓰게 된때는 엄마에게 갱년기가 찾아오면서였다고 하셨다. 그때 엄마의 예민함은 최고조에 달했고 그때 정말 잘해야지 다짐하셨다고 한다.

7

길지도 않은 글을 쓰는데 하루가 다 지났다;;;
활기 넘치는 부모님의 모습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1525906639327.jpg

0510181441c_HDR.jpg

1525906649784.jpg


여전히 두서없는 글이지만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아요:)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x 마나마인! 색연필과학만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4cmrbc
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사랑이 뿜뿜 묻어나오는 글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서로를 더 생각하는 부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아버님 너무 멋지세요 라나님 >.< !! 마지막 두분 모습 너무 보기좋으세요 ㅠㅠ....

저렇게 멋진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웃고 계신 사진이 너무 멋지세요..!!! 오랜만에 부모님을 보고 오신건가요?:) 사진속에서도 활기가 넘쳐 흐르는것 같습니다.

(╹◡╹)라나님 부모님과 좋은시간 보내시고 계시네요.. 좋은 추억 마니마니 만들다가 오세요~ ㅎ

아이가 귀여워서 어쩔쭐 모르시네요 ㅎㅎ

아이는 존재만으로 웃을 수있고
행복할 수 있고 빛이 될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아버님의 기준과 님의 기준에 이런 차이가..

과거에는 주말부부
지금에는 잉꼬부부인가요

사랑하는 이를 상대로
자신의 허심탄회를 드러내는 모습..
쉽지 않으실텐데 내뱉는 모습을 보니..
님 말대로 가족이 사는 법이 맞지 않을까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  7 years ago (edited)

마지막의 두분 모습이 너무 좋네요:>두분이 함께 지내오신 세월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lanaboe님의 애정도 느껴지네요~

사랑과 존경심과 애뜻함과 따뜻함... 이런저런 많은 감정들이 넘치는 글이네요. 저까지 마음 따뜻해져 갑니다~~~ㅎ 그리고 글로만 봐도 충분히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그리고 잘생긴 손주도 안겨 드렸잖아요~~~ㅎㅎ

달달하고 보기좋아용♥

이상적인 가족이네요. 가까이 못 지내셔서 더 마음이 짠하시겠어요. 그래도 두분 건강하고 알콩달콩 사시는 모습봐서 뿌듯하시죠! ㅎㅎ

아이가 할머니 많이 닮아 이뻐요~~~ 아이의 한마디에 가족 모두가 웃을수 있다는게 얼마나 즐거운지요^^ 가족의 행복이 사진에 너무 잘 담겨있네요 ^^ 행복하세요~~

마지막 사진 참 흐뭇하네요. :)

아버님이 정말 좋으신분이세요. 가장 가까히 있는 어머님을 살뜰히 챙겨주시는 모습이 감동이 되네요 ^^

아버님 웃는 모습이 멋지시네요! 이렇게 진솔한 일기 넘넘 좋아요.

저희 가족은 불과 1시간이면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도. 부모님이 종종 "이산 가족이 따로 없네. 가까이 살면 할아버지가 손주 맛난거 사줄텐데" 라고 하시면서 섭섭해하신답니다.

저희 아버지도 작년에 은퇴하시고 이것저것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려고 노력하시는데 세상일이 쉽지 않으시다고 말씀하실때 저도 울컥했어요.

여러가지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

아버님이 너무 자상하시네요. 내가 변해야 상대방도 변한다... 다 알면서도 끊임없이 상대가 변하기만 바라는 제 모습이 부끄럽게
다가옵니다. 멀리 계시니 마음이 더 안타까우실거 같아요. 저는 살가운 딸이 못되서 집에가도 틱틱거리기만 하지 엄마아버지 속얘기를 한 번 못들었네요ㅜ 남은시간 더 알차게
보내시기를요. 아이가 너무 이쁩니다 ㅎㅎ

두 분 다정하게 걸으시는 게 연애 하시는 거 같아요.. 저도 저렇게 살고 싶습니다..

어머 두분 함께 걸어가시는 모습 넘 좋네요^^
저희도 손주들이 생기니까 집이 활기가 생기더라구요. 제가 한 가장 큰 효도 같아요ㅎ

화목하고 보기 좋네요 ㅎㅎㅎ :D

  1. 그러게요. 아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전 참 불효자인 것 같습니다. ㅜㅠ

  2. 맥주와 하드라.. 미묘한 조합인데요? ^^

  3. 부럽네요.
    저희 아버지도 좀 알콩달콩 지내시면 좋을텐데..ㅜㅜ

  4. 그럼에도~ 두분은 함께 잘 걸어갈 것 같아요.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자라죠.
    그런 부모님이시니, 라나님도 잘 할 겁니다.

  5. 저희 아버지도 아직 현역이십니다.
    일을 손에서 놓지를 못하세요. 내일 모레가 일흔이 되실텐데.

  6. 달달하신 아버님~^^

  7. 부모님이 오랜만에 호야를 보셔서 더 즐거우셨을 것 같아요~ ^^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라나님도 즐거우셨을 것 같구요~ ^^/

어쩜 엄마랑 그렇게 닮으셨데요?? 누가 봐도 모녀지간이네요.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평생을 일하시다 노년에서야 겨우 인생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저도 아빠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고 하니 언제나 일하느라 바빴던 모습만 기억이 나네요.

손주가 모든 가족의 활력소가 되네요^^ 너무 귀여워요~

마지막 어머니 아버지 사진 보면서 울컥 했어요
두분 사랑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 그리고 라나님께서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요
좋은 하루 되셔요 라나님 ^^

아버님의 사랑이 글에서 뿜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남성성이 강하셨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거- 사람의 생각이 변하는거 참 쉽지 않을텐데, 정말 좋은 아버님을 두셨네요. :)

ㅎㅎ 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가 분위기 메이커고 대화의 중심을 차지하죠.^_^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정말 멋진 아버지시네요 -0-
한 가정의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도 그리고 아이들 모두 키운 후
애교있는 사랑꾼으로 ㅎㅎ

아버님 모습이 아주 활기가 넘치시는 군요. 그래도 라나님 부모님은 세월이 갈수록 더더욱 애정이 깊어지시는 경우군요. 젊을때에 비해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거든요.

글을 읽으면서 괜히 목이 막히고,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저희 아버지도 참 무뚝뚝하기 그지 없던 분인데 엄마 갱년기를 기점으로 많이 변하셨어요. 얼마나 다급하셨는지 생전 연락도 안 하시던 제게 문자를 해서 엄마 좀 같이 신경써야겠다고 부탁하시더라구요.. 그 때가 떠오르네요..

제가 요즘 감정이 사투리로 좀 거시기 합니다.
그냥 감동먹었어요.
ㅎㅎ 많이 많이 사랑하시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길 기도 합니다.
아버님의웃는 모습에 울컥 눈물이 났네요.

번호따라 하나하나 읽다보니 아버님께 입덕....♥
할머니 할아버지 되어서도 늘 손잡고 다니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게 제 로망인데 아버님 어머님 너무 멋지셔요 > <ㅎㅎㅎ

아버님 정말 멋있네요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어서 좋으셨겠어요!

화목하고 참 좋은 것 같습니다ㅎㅎㅎ

온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번호를 쭉 따라 읽다보니 아버님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맥주에 하드를 함께 넣어 드셨던 것도 센스 만점! (요즘으로 치면 망고링고 같은 칵테일 맥주 느낌이려나요?) 마지막 두분 사진 넘 따뜻하고 좋아요.

저희 어머니도 이번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어요. 그동안 집에만 계시는게 안쓰러워 붠가 정기적인 활동을 하시길 빌었는데 막상 24시간 꼬박 세야하는 일을 하러 가시니 자식으로서 참 못된 놈 된 것 같고 막 그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