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현관 앞에 택배가 와 있다고 핸드폰이 울렸다. 종종 택배로 생활품 일부를 주문하는지라 그런가보다, 하고 느지막히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후 문을 열었다. 문 앞에 놓여진 박스 위엔 귀여운 글씨체로 (레일라 선생님)이라고 적혀있었다. 최근 파리에서 귀국한 내 학생이었다. 종종 블로그 글에도 등장했던 이 학생은 귀국하기 몇 달 전부터 한국을 손 꼽아 기다렸다. 파리에서 가끔 통신을 보내오는 식구 중 하나로, 종종 카톡으로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선생님과 빙수를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였다.
받은 선물은 다름 아닌 마리아쥬 프레 두 통. 에어캡에 곱게 싸여 있었다. 파리-서울 구간 왕복을 수십 번 하며 지인들 선물 챙기는 일을 꽤나 많이 했었기에 잘 안다. 파리에서 선물을 사러 나가고, 그걸 잘 포장해서 캐리어 안에 행어 구겨지지는 않을까 잘 담고, 비행기 상공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와 풀어진 후에 또 건네주는 과정까지는 왠만한 마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받고 기뻐할 모습을 수십번 그리며 선물을 꾸리는 그 고맙고도 예쁜 마음을 받으니 지난 파리에서 내가 버틸 수 있었던 많은 이유들이 떠올랐다.
추억에 잠기고 싶은데 할 일들이 쌓여있다.
지난 밤 운전 조수석에서 세네시간 더위를 버티다 졸다가 하며 장거리 이동을 했더니 목이 좀 뻐근했는데. 오랜만에 요가소년 영상을 켠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글을 쓰거나 연습을 할때도 포모도로 기법을 사용하는데, 운전하는 사람 옆 조수석에선 자세를 바꿀 수가 없다. 운전 자체가 얼마나 피곤한 일임을 알기에 조수석에 앉아 (주리를 틀며) 네비를 고쳐주거나 물을 건네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등의 말그대로 '조수'인 역할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실했는지는 잘...
<어젯밤, 파리에서>를 읽어주신 독자분들이 대부분 요새 발행된 책엔 작가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주소가 책에 적혀있는데 왜 작가님건 없냐고 얘기하신 적이 있다. 난 독자들이 책을 읽기 전이나 후에 나에 대해 그리 궁금해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 가서 보니, 책날개에 정말 10분의 8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나 블로그 주소가 적혀있다. 소통하고 싶어해주시는 감사한 마음은 전해졌으나 뭐, 어쩔수 없다. 2쇄 찍을 것 같진 않으니 난 깨끗하게 포기. (그래도 찾을 분들은 다 찾아 연락 해주시더라 라는 안일한 생각..) 두번째 책을 집필하면서, 첫번째 책을 쓰며 겪었던 모든 과정 그리고 아쉬웠던 부분, 실수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배제하고 조금은 더 완벽하게 만들자 다짐하고 있다.
요새 읽어야 할 책은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그리고 바칼로레아 관련한 책 몇 권이다. 전부 리서치를 목적으로 리스트에 올려둔 책들이라 쉽사리 손이 안가고 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흘금흘금,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미루고 있다. 강의하는 날엔 강의 준비, 개인연습 등을 핑계로, 강의가 없는 날엔 연구를 핑계로. 막상 책을 펼치면 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여느 것과 다름없이 시작을 끊기가 힘든 것. 그냥 힐링용 또는 문장 수집용으로 산문을 읽고 싶은데 그러자니 리스트가 걸리고 그렇다. 뫼비우스의 띄인가.
이상기후로 인해, 정확히는 폭염으로 인해 일상적 활동의 폭이 현저히 제한되었다. 미팅이나 레슨 외 왠만한 약속은 잡지 않는 편이고 집필과 연습은 왠만하면 집에서. 작업이 정 안되면 집 앞에 위치한 카페나 연습실로 향한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은 현재 4단계 격상이 연장된 상태라 카페 이용시간도 1시간 이상은 불가하다. 카페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 연습실에서 마스크를 끼고 노래하는 일은 이제야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지만 이도 사실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아 사실 연습실 나가는 일도 왠만하면 미루는 중. 나에게 알맞는 작업 공간을 찾는 일엔 정말 영원히 고통 받을것 같다. 열심히 일해 번 돈 모두 작업실에 투자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섭리에 가담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제한된 일상이지만 (북토크도 취소된 마당) 함께하는 세명의 작가님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좀 트였다. 함께 힘내자고 응원도 나누고, 예상치 않았던 재밌을 프로젝트까지 도모하게 되어 기대하고 있다. 이제 일하자 일.
막 사진은 반려묘 마리. 차려준 아침 먹고 심기가 아주 편하신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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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대신 스팀잇 아이디를 남기셨어야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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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을 하는 주소를 남겼어야 했는데, 네 그러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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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하나 더 내셔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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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너무 다정하잖아요 저도 레일라님과 빙수 먹고 싶어요 ㅋㅋㅋ 요새 레일라님의 고민과 생각을 알 수 있어 잘 읽었어요. 날이 미친듯이 더워서 누구 만나자고 하기에도 민폐스러운 날씨지만... 화이팅이라는 작은 응원을 남기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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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만남은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ㅎㅎ 게다가 스텔라님과 이 고통스런 계절을 극복할 미래 플랜을 짜야하는걸요. 정말 넘나 더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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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저도 보려고 리스트엔 올려놨는데, 먼저 보시고 계시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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