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남아있는 한 영화같은 장면이 있다. 대학교 학부생때 알던 굉장히 차갑고 날카로운 선배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선배가 아픈 이별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멀리서 앉아있는 선배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선배는 그 자리에서 헤어진 그녀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는데, 화면을 뚫어져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미동도 없이.
그 뒷모습과 시선에서 미련이 뚝 뚝 떨어졌다. 마치 그 공간과 시간엔 선배만 존재하는 듯, 그를 둘러싼 공기와 분위기는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 내가 알던 선배의 이미지와는 단연코 다른 모습이였기에 그 뒷모습을 몇발자국 떨어져 가만히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떠올리곤 하는 이 영화같은 장면에 그때 선배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선배의 마음을 이해가 된다. 참 미련스런 짓이지만, 난 지난 사람들의 사진을 하루에도 몇번이나 꺼내본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그 사람들의 머리카락, 손가락, 감촉 등을 떠올리며 그들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그때 그 선배의 떨리던 어깨와 떨리는 마음에 겹쳐 포개진다.
안그런 척 하지만 모두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얼굴에 가면을 쓰고 몸을 가린다. 그 어렵고 복잡한 사람관계 속에서 가장 순수하게 나를 알아봐주는 누군에게 결국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고마운 누군가에게 내 모든걸 기꺼이 내놓게 되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인연과는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온다. 아니, 올 수도 있다. 사진 한장에 미처 건네지 못한 많은 말들을 묻고있던 그 선배의 가녀린 뒷모습에 이제서야 공감이 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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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보고 갑니다. 사진 색감도 그렇고 차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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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깊은 곳에서 끌어온 주저리 글인데,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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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란 단어를 이렇게 손에 잡힐 듯 표현해주시다니...
특별하단 말도 사랑한단 말도 어쩌면 나를 알아준다는 말의 변주일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만큼 감동적이고 위안이 되는 게 있을지요.
간만에 읽는 레일라님 글- 역시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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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 자체가 미련이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네요. 아니겠쥬? 아니겠쥬... 흑흑.
시간이 갈수록 순수하게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이젠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마음에서 솔직히 쓴 글입니다. 마음의 문을 두드려 주기라도 하는 사람은 아예 없는 것인지...그래서 자꾸 과거를 뒤돌아 보는지, 미련을 갖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상황이 그리고 모두가 변했는데 말이죠. 가끔은 제가 참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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