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마진거래의 도박죄 성립 여부와 거래소 폐쇄
- 들어가며
지난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우리나라 암호화폐(Cryptocurrency) 거래 자체가 도박과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어 불법이 인정되는 거래소는 폐쇄 조치를 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마진거래 등에 관하여 일부 거래소에 대해서는 박 장관의 발언 이전부터 사법당국의 고강도의 수사가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안에 각종 신문 기사는 그 발언 자체만을 전달하고 있어 일부 전문적이지 못한 자극적인 기사문구 등의 왜곡된 해석으로 인하여 암호화폐 거래관계에 잘못된 영향이 미치는 점이 안타깝다.
이에 본 글에서는 마진거래의 법률적으로 쟁점은 무엇인지, 그래서 도대체 암호화폐 마진거래에서 도박죄 등이 성립할 지, 이에 의하여 범죄수익의 몰수 규정에 의하여 암호화폐 거래 수익이 몰수 될 수 있는지 전문적인 법률의견을 개진해보고자 한다.
필자의 첫번째 글로 본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법무부를 필두로 한 정부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입법절차 없이, 현행 형법상 도박죄 적용으로 거래소 폐쇄까지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 대해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거래소 폐쇄라는 정부의 행위는 국민의 재산권이라는 기본권의 제한이 있을 수 있는 행위로서 헌법상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위헌적 행위로써 무효가 된다. (해당 부분은 후속 글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그런데 현행 형법에 근거하여 마진거래를 도박으로 보고, 해당 거래소에 대하여 도박개장죄를 적용시에는 즉각적인 폐쇄 조치가 가능하다는 논리에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있지 않았을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에 본 법률검토를 통해 거래 투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여 본 주제를 정하게 되었다.
아울러, 이 글을 시작으로 암호화폐와 거래소 등과 관련된 법률적 쟁점, 기사 등에 대해서 적어도 법률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참조할 수 있을 만한 전문적인 의견을 개진 드려보도록 하겠다.
- 암호화폐 마진거래의 의의
마진거래란 자신의 자산(금전, 암호화폐)의 보다 더 많은 거래를 미래의 시점을 예상하여 그 차익(마진)에 따른 수익을 얻는 거래이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각 거래소는 수수료를 암호화폐로 수령하는 데, 이러한 수수료로 수령한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는 거래소와 마진 거래 투자자는 해당 거래를 하게 된다.
크게 이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공매수와 공매도가 있다. 이중 공매도를 들어 마진거래의 성격을 정의해보면, 투자자가 장래 일정시점에 암호화폐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고 현재시점에 증거금(자기 자산)의 몇 배가 되는 암호화폐를 거래소로부터 빌려서 매도주문을 한다. 추후 해당 거래대금이 장래의 일정시점에 하락한 경우 공매도 투자자는 과거의 매도주문시 가격과 하락한 장래의 일정시점의 가격의 차액만큼의 이익을 보고, 거래소부터 빌린 암호화폐를 상환하는 거래이다.
- 형법상 도박죄
제246조(도박, 상습도박)
①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47조(도박장소 등 개설)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48조(몰수의 대상과 추징)
① 범인 이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범죄 후 범인 이외의 자가 정을 알면서 취득한 다음 기재의 물건은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하였거나 이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 전 2호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
② 전항에 기재한 물건을 몰수하기 불능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③ 문서, 도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유가증권의 일부가 몰수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부분을 폐기한다.
우리나라 형법은 도박죄에 대해서 벌금형에 처하고 있으며, 상습에 이른 경우에는 징역형까지, 도박의 장소를 제공한 자는 도박개장죄로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으며, 몰수 규정에 따라 도박으로 얻은 수익은 몰수가 된다.
이러한 도박에 대해서 법률적으로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서 ‘우연’이란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을 요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의 사정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라고 대법원 판례가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2008.10.23, 선고, 2006도736, 판결)
- 마진거래의 도박죄 성립 여부
그러면 마진거래에 대해서 도박죄가 성립할 것인가, 마진거래를 할 수 있게 한 거래소는 도박개장죄가 성립할 것인가, 이로 인한 수익이나 투자금은 모두 몰수 될 수 있는가의 쟁점이 문제가 되며 이는 결국 마진거래의 위 대법원 판례의 “우연성”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그 결과가 결정되게 된다.
(1) 마진거래의 우연성
위 2006도736 판결의 법리에 기하여 마진거래에 적용하여 보면, 증거금 등을 걸고 장래에 암호화폐 시세의 등락에 따라 (주관적으로 확실히 예견할 수 없는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 재물의 득실을 정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결국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이라는 “우연”, 즉 암호화폐 시세에 대하여 증거금의 몇 배가 되는 금액을 가지고 거래를 할 수 있고 추후 수익 및 손실로 승패가 가려지는 것으로 도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도박의 우연성 성립여부에 대해서 시세의 등락에 관한 투자자의 분석 및 예측에 기하여 주관적으로 확실히 예견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해 볼 수 있지만, 위 판례의 우연성이 반드시 객관적인 불확실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점을 유의하여야 하겠다.
아울러 아래 후술하는 형법 제20조상의 사회적 정당성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해당 행위가 이른바 바다이야기나 사설 스크린 경마처럼 단순히 투기나 사행성 목적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보상으로써 암호화폐의 일반 사인간의 일반적인 정당한 매매행위에 의함을 주장하여 방어해 볼 수 있겠다. 이는 농수산물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에 미리 생산자와 장래에 공급 계약을 미리 체결하는 행위가 추후 시세 차익 발생하더라고 도박이라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 점과 같은 논리의 방어주장이 될 수 있겠다.
(2) 기타 보험 및 선물∙옵션 거래의 경우
한편, 우리가 흔하게 드는 반론으로는 다른 장래의 우연적 사실에 기해 재물의 득실이 정해지는 수 많은 거래, 예를 들어 사고 등의 발생을 예상하여 드는 보험계약, 금 또는 구리 등 원자재의 등락을 기준으로 복잡한 구조로 설계된 선물, 옵션 거래 등은 왜 도박죄가 되지 않으며, 이러한 거래들은 처벌 받지 않는데 왜 가상화폐 마진거래 만을 문제 삼는가가 문제될 수 있다.
일반적으론 정당한 위험을 담보하기 위한 금융거래는 형법 제20조의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에 의해 사회상규에 해당하여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항에 의하여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도박죄(형법 제246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금융상품 등은 도박죄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시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3) 소 결
결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겠다.
마진거래는 도박죄이다 아니다라고 바로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정부가 거래소 폐쇄로 정책을 결정한 이후 해당 거래에 대해서 충분히 처벌 및 폐쇄 등의 행정조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주의를 요한다. 현재(2018년 1월) 필자가 인지하는 바로는 마진거래를 진행하던 국내 거래소는 해당 거래를 중단하였다. 결국은 검찰의 수사 후 처분과 상당한 법적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의 판결로 이를 확인해야겠다.
이 점에서 시원스럽게 사견으로라도 성립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싶지만, 필자는 일전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법률검토 의뢰를 받아 의견 작성시 법리에 의하여 무죄를 예상하였다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어 보기 좋게 의견이 빗나갔던 단상이 떠오른다. 결국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서 필자의 의견대로 무죄가 선고 되었지만, 이미 사건은 많이 잊혀진 뒤였다. 이에 해당 경험으로 인하여 섣부른 법률적 예측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교훈을 얻게 되어 사견을 밝힐 수 없음에 양해를 구해본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해외 거래소를 통해 마진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원정 해외 도박이 처벌이 되는 것처럼 해외 거래소를 통한 마진거래도 도박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끝.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사견이며,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상이한 이견을 모두 수렴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