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매맘 이야기] 간호사 엄마 이야기

in kr •  7 years ago 

요즘 독감이 대세긴 한가보다. 

스팀잇에도 여기저기 독감에 걸렸다는 글들이 올라오길래 빨리 낫길 바란다 등의 댓글과 함께 열심히 보팅을 하고 있었는데, 4호가 일요일부터 열이 나더니 어제 병원가서 b형 독감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 이런 유행은 안따라줘도 되는데....  스티밋 태그로 kr-flu란 태그를 만들어도 될듯... 

의사 선생님이 독감입니다.. 입원을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힘드시겠죠? 내일이라도 애가 많이 힘들어하면 입원하러 오세요~ 란 말과 함께 해열주사를 한대 맞고, 타미플루 처방 받고 집에 오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독감 걸린 아이야 약먹고 하면 나을꺼라 괜찮은데.. 나머지 1,2,3&5호는 어쩌지? 

머리속에서 이래저래 계산을 해본다. 

어짜피 비말 감염이니 손 잘씻고 따로 수건 쓰고 따로 재우고 하면 괜찮긴할건데.... 라고 하기엔 아이들끼리 너무 친해 서로 안고 싸우고 할게 뻔한지라... 외할머니 찬스를 쓰기로 했다.

문젠 외할머니한테 아픈 4호를 보내느냐, 다른 애들을 보내느냔데... 

4호는 외할머니한테 거절당했다. 엄말 너무 찾아서 본인은 못보시겠다고..  3호가 아팠음 안그랬을꺼라 생각하니 좀 짜증이 난다. (외할머닌 3호를 많이 표나게 좋아한다.그래서 3호도 외할머닐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그럼 어쩔수 없이 1,2,3호를 보낸다하니 외할머니 표정이 그닥 좋진 않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니 받아들이는 눈치다.  그러면서 2호는 자다가도 엄말 찾는데... 하면서 4세때 이야길 꺼내며(지금은 6세) 슬쩍 발을 빼려하시길래, 2호를 잡고 단단히 일렀다. 4호가 아프니 넌 할머니 집에가서 자야한다. 자다가 엄마찾아도 중간에 올수 없다. 라고.. 그러자 "엄마 보고싶은데...."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집에서 있으면 너도 아파서 주사맞을수 있으니 가고 엄마 보고싶으면 할머니 꼭 끌어안고 자라고 이르며 끝을 맺었다. 

애들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내일 유치원 어린이집갈 준비까지 해서 외할머니집에 보냈다. 오늘 외할머니는 애들 잘 자고 잘갔다는 문잘 보내 오셨다.

 오늘  4호가 계속 힘들어 해서 입원이라도 하게될까봐 상사한테 이런저런 상황을 보고한 신랑은 청원휴가를 쓰려 하였으나 그냥 연가 4일 쓰란 지실 받고 쉬게 되었다. (신랑한텐 4호의 아픔이 이래저래 호재가 된 어이없는 상황이 되고 4호가 잘 견뎌준 덕에 나가서 오늘까지 끝내야하는 다른 일 중임.)

5호는 아직 엄마 쭈쭈밖에 안먹는 때라 다른 데 보낼수가 없어 마치 병원에서 일하듯 4호 보고 손씻고 5호 만지고 하며 접촉주의에 준하여 격리중이다. 간만에 손 좀 트게 생겼다. 

지금은 4호도 5호도 자는 조용한 시간이다. 문득 첫째때가 생각난다. 소아과경험 4년이라 애 보는것쯤은 문제없을것이라고 자만했던 첫째때. 어느 부모나 그렇듯 우왕좌왕하며 첫째를 키우며 뭔가 난 좀 그래도 아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하며 혼자 자존심 상해 있던, 어느날.. 1호가 열이 났다.  자동적으로. 열이 나네? 38.5정도니 해열제 먹이고 tepid water massage하고 있으면 떨어지겠지? 얼음주머닐 좀 만들어서 대줘야겠다. 하는 모습을 보며... 

아..... 난 아픈 애들을 봤었구나... 

하며 그제서야 1호를 돌보면서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난 안 아픈 아이들을 케어한적이 없었단 사실을....  나의 진가는 아이가 아플때 발휘할수 있단 슬픈 사실을... 

아이가 아프면 엄마한테 자꾸 붙어서 안떨어지려하기때문에 힘들지 않은건 아니나 다른 부모들 보다는 좀 쉽게 볼 수 있는것 같다. 엄마 모드에서 간호사 모드로 전환되어 상황 판단을 하기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간호사이면 좋겠다~~~ 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엄마가 간호사면 웬만한병은 병으로도 안쳐주기에...

"엄마 배아파" 그러면 "일단, 똥을 싸봐"--- 80%정도면 해결이 된다. 

"똥 싸도 배 아파" 그러면 히스토리를 묻는다. 너 뭐먹었냐? 언제부터 아팠냐? 배 어디가 아프냐?  그러면 애가 대답하다가 다른데 가서 논다. 

미열 정도는 그냥 놔둔다. 요즘같이 독감 시즌이 아닌데 나는 열은  38도 이상이 되면 그냥 해열제 먹이면서 아이가 쳐지는지 지켜본다.  그럼 보통 하루정도 6시간 정도 간격으로 해열제를 먹이고 나면 멀쩡해 진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37.5이라며 어떻게 하냐고 전화해 물을때마다... 그건... 열도 아닌데... 생각하면서... 그냥 시원하게 해주시면 금방 떨어질꺼예요.. 라고 말하며 전활 끊는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나 엄마나 좀 강하게 키우는 편이라 처음에는 어린이집에서 우리의 육아 방식을 좀 의아해하며 원장님이 우리한테 잔소릴 많이 했다.  2호를 졸업시키고 3호4호를 보내고 나니 이제서야 원장님도 저렇게 키워도 괜찮구나 하시면서 별 말씀을 안하신다.

한번씩 신랑님이 아프다며 자길 봐달라고 하면 약주고 괜찮다고 안죽는다고 말할때마다 무슨 간호사가 그러냐고 항의를 한다. 그러면 간호대 교수님 이야길 해준다. 우리 교수님은 간호사고 남편은 의산데... 집은 무의촌 지역이라고.... ㅋㅋ 

모든 간호사 엄마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간호사 엄마들은 죽을병 아니니깐 괜찮아. 약먹으면 괜찮아져.. 라고 말한다고 한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와~ 간호사이셧구나^^ 멋져요!! 저도 지금 독감걸려서 신랑한테까지 옮겨서 난리도 아니었네요 ㅠㅠ 독감 정말 무섭네요 ㅠㅠ 엄마가 간호사면 왠만한 병도 안쳐주기에~ 말에 공감가지만 부럽기도해요^^

아고... 우짠대요~ 많이 힘드셨겠어요..지금은 다 나으신거죠?

부모 마음이야 어쩔 수 없다보니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병원으로 달려가기 일쑤지요. 만약 엄마가 간호사라면? ㅎㅎ
아이는 좀 고생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커서는 오히려 잔병 없이 건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저희 집은 독감으로부터 잘 피해다니고 있긴 합니다만... 우찌될지... ㅎㅎ

독감에서 끝까지 살아남으셔야합니다. ^^
그리구 우리 나라는 병원이 너무 접하기 쉬운 환경이어서 오히려 한편으로는 문제이기도 한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은 잔병은 많은데 큰병이 없을거 같아요. 잔병 정도야 커버 가능 하니깐~ ㅎㅎ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주엔 덤덤해지면서 반 의사가됩니다
지금은 애들이 다 컸지만 이 글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부럽습니다.. 아이들을 다키우셨다니... ㅠㅠ

똥싸면 열떨어진다는말은 들어봤는데
직접 아이한테 말하시는게 보이는거 같아 잼있네요;
우리나라는 항생제를 너무 난발해서
너도 왠만하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그냥 두고 있어요

요즘 독감걸린애들 정말 많던데
4호야 어서 나아라~~~

빨리 나아야죠... 정화님? 지유님? 뭐로 불러드려야하는지..??? 독감 조심하셔요~

아무렇게나 부르셔두돼용 ㅎ

안녕하세요!! 노래 작업을 포스팅 하는 뉴비입니다^^
우연히 들르게 됐습니다 ㅎㅎ
여유가 되신다면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우연이 인연이 되길 바라면서... 방문하러가겠습니다~

형제가 많은 만큼 유행성 질병으로 한명이 아프면 저런 문제사항이 있군요...
그래도 역쉬 지혜롭게 잘 처리하셨네요...ㅎㅎ
저는 전에 말씀드렸듯이..ㅋㅋ 병원 불신자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시즌에는 병원가서 병을 얻어올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옛날 어른들을 생각해봐도 콧물나는정도는 겨울에는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주위에서 콧물이 안떨어진다고 00병원은 약을 세게 지어줘서 콧물이 빨리 떨어진다며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울 뿐이네요....

그죠~ 약을 세게 지어먹는다고 다 좋은게 아닌데 말입니다.

오늘 정말 춥네요 ㅜㅜ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짱짱맨이 함께 합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할게요~^^ 독감 조심하세요~~~

간호사셨군요~ 저도 병원에서 일을 오래 하고 있는데
간호사 엄마가 더 ㅎㅎㅎㅎ...
정말 잔병은 병으로도 안쳐주기에 애들 입장에서는 서러운..ㅎㅎㅎ

아~ 반가워용~ 어느파트에서 일하시는지 여쭤봐도 될런지...^^

보팅 지원 나왔습니다~
https://steemit.com/kr/@hyoree/6x2983-15


병에 대해서 아시니깐 판단하실 수 있는 것 같아요~ㅎㅎㅎ
저 같은 사람은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약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하란대로만 하거든요ㅋㅋㅋ

그래도 집안에 의료인이 계셔서 가족 분들이 든든하시겠어요~:D

오셨군요~감사합니다. 이기회로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집안에 의료인이 있지만 다 말을 안듣고 본인 하고싶은대로하시네요. ㅎㅎ

오남매엄마님 진짜 육아 내공이 대단하셔요~~
제가 많이 배워야할거같아요:)
아이 독감이 얼른 좋아지길 바래요
팔로우하고 갑니당^^

저도 팔로우 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잘 봤어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할게요.

대단합니다. 독수리 5형제를 기르시는 과정이... 존경받아야 됩니다. 가즈앗!!! ^^

조선생님 방문해주셨군용.
감사합니다. 가즈앗~~!!!!!

가즈앗!!! ^^

오남매면 아플때가 제일 걱정이겠어요~ 그래도 근처에 친정이 있나보네요~ 다행이예요~ 저도 조카중에 특히 이쁜애(첫 조카!!!)가 있다보니~ 친정 어머니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제 자식 입장이라면 서운 할 것 같네요~ 반성!! ㅋㅋㅋ 애기 독감 얼른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도움 없인 힘든지라 이래저래 마찰이 있어도 꼭 붙어 있는 중입니다. ㅎㅎㅎ

글에서 고생이 다 드러나네요 ㅠㅠ

아.. 아이들이 아플땐 참 힘듭니다. 하나가 아프기 시작하면 나머지 네명이 다 아프니 초기 대처가 중요한데 정신 없다 보면 놓치고 진땀을 빼곤하죠.

친구들 제수씨들 보면 한명 낳고 힘들어서 둘도 안 낳으려고 하는데 대단하십니다;;;

저흰 계획과 사전 조치가 미흡해 벌어진 일인지라.... ㅎㅎㅎ 5호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생긴지라... ^^;;;;; 즐겼으면 책임을 져야죠. ㅎㅎ

아....ㅋㅋㅋ 저도 사실 어쩌다보니 알게됐지만 조치를 취했음에도 태어났더라고요 ㅎㅎ 힘내시기 바랍니다 ^^;;;;

"똥 싸도 배 아파" 그러면 히스토리를 묻는다. 너 뭐먹었냐? 언제부터 아팠냐? 배 어디가 아프냐? 그러면 애가 대답하다가 다른데 가서 논다.

여기서 빵터졌네요ㅋㅋㅋ
오남매 키우시는 거... 존경합니다 :)

ㅎㅎㅎ 의사와 간호사들이 많이 공감할수 있는 부분이죠? History taking ㅋㅋ 귀찮지만 넘 중요한 부분이라 안할수없는.... 하지만 병동 간호산 종종 의사한테 다 말했는데 왜 또 묻냐는 핀잔을 들어야하는 파트기도 합니다. ㅜㅜ
지상님 나중에 레지던트 하시게 되면 progress note 좀 잘적어주셔요~ ^^

progress note... 병원 실습돌 때 발표 준비하면서 던트 선생님들이 작성한 노트 보고 충격먹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노력하겠습니다!ㅎㅎ

간호사 엄마!! 너무 믿음직스러운데요 ^^ 어쩌면 너무 병원과 약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보시다시피 죽을병아니면 잘 케어를 안해줘서 불만이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