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 이야기] 괜찮을꺼야...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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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dabok

보름쯤 전에 [간호사 이야기] 복직 (덧글 有)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재정상 빠른 복귀를 하려 간호부를 오호를 들쳐 안고 찾아갔으나 지금은 일할 사람들이 많으니 집에서 연락할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러곤 구인광고를 버젓이 하고 있던 병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고 나선 며칠뒤 4/15일부터 일을 해 줄 수 있냐는 총무팀의 전화를 받았다. 오호를 16일부터 어린이집 적응을 시켜야한다고 했더니 넘 갑작스럽게 이야기 해서 미안하다며 복직준빌 잘하라며 전활 마무리 지었었다. 우리 병원 총무팀 과장님은 참 상냥한 분이다. 상냥하게 전활받으니 뜬금 없는 전화라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괜히 총무팀에 있는게 아닌가보다.

젖을 떼고 젖병으로 분유를 줬어야 하나, 젖병을 잘근잘근 물기만 하지 전혀 빨지를 않고, 먹이려고 들이밀면 엉엉 우는 오호를 보니 맘이 약해져서 모유 수유를 계속 하다가 이번주 월요일 부터 맘 독하게 먹고 시작을 했다. 지가 배고프면 먹겠지.. 그리고 위에 누나들이 다 무리 없이 모유수유를 그만 둬서 괜찮겠지... 했던게 오산이었다. (아. 갑자기 경기도 오산이지... 란 이상한 개그가... )
고집이 센건지.. 내가 타이밍을 못 맞춘건지.. 세끼 이유식을 하고 젖병을 물리려고 해도 전혀 먹질 않았다. 그래서 숟가락으로 겨우겨우 조금씩 물과 분유를 먹였다. 그래도 원래 먹어야 하는 양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길 3일 정도했다. 아. 복직을 그냥 다시 미룰까? 고민이 됐다.
그런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상냥한 총무과 과장님이셨다.
5/1일에 복직하라고.... 내가 아이들 때문에 상근직을 원했는데 병동으로 가야해서 나이트는 두달 동안은 빼주겠다. 하지만 그 뒤엔 장담할 수 없다. 뭐 그런 말이었다.
상냥하게 말하는 과장님에게

싫어요! 외래로 보내주세요! 안그럼 그만두겠습니다!

라고 말할 순 없었다.
아니 못했다.
내 주장을 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병이 있는지라... 몹쓸병.. 난치병이다.
그러면서 부지불식간에 주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했다.

두 달 뒤엔 수쌤이랑 이야기 해서 최대한 나이트 적게 하면 괜찮을거야... 상황 봐가면서 나이트 안할 수도 있을것 같애.. 외래에 자리 나면 바로 로테이션 시켜달라 해야지.. 데이/이브닝해도 이래 저래 괜찮을거야..

으이구... 난 이렇게 사는 걸 긍정적으로 산다고 포장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생긴지 얼마 안되는 중소병원치고는 잘 해주는 편이다. 예전에 다니던 대학병원에 아직까지 다니는 친구들의 말 들어보니 육아 휴직하면 눈치도 많이 주고 이래저래 변경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육아 휴직을 하면 그 해에는 진급에서도 누락된다고 한다.

어쨌든 내가 원하던대로 5월 1일부로 복직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 어느 병동으로 갈지는 간호부에서 따로 전화가 갈꺼라며 전화를 끊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간호부의 전화를 기다리던 중...

오호가 오늘 새벽에 열이 났다. 아마 수분섭취가 잘 안되서 약간의 탈수 증상으로 열이 난 듯 하다. 고열은 아니라 그냥 얼른 젖을 물리고, 아침에도 컨디션이 별로길래, 이유식을 준 뒤 젖을 먹이고 오전잠을 재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맘이 짠해져 그냥 복직을 미룰까? 그럼 생활빈 어떻게 하지? 아.. 돈이라도 빌려야하나? 고민을 했다.
이놈의 비트코인은 왜 가격이 떨어져가지고!!! 그렇다고 스팀잇으로 돈을 벌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좀 가즈아~

다행히 오호는 오전잠을 자고 나서 생글생글 웃는다. 이유식을 먹이고 있는데, 간호부장님의 전화가 왔다. 반가우면서도 받기 싫은? 뭐 그런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 전활 받았다.
원래 있던 병동으로 복직하게 될 것이고, 두달은 데이/이브만, 그 뒤엔 장담 못 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유니폼 가지고 있던게 맞냐고... 물으신다. 뭐 안맞으면 임부복 입고 다니죠. 그랬더니.. 복직하기 전에 미리 나와서 유니폼 맞는지 보고 안맞으면 새로 맞추라고 하신다. 유니폼이 그리 중헌가? 관리자가 보기엔 보이는게 중요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우리병원 유니폼을 생각하니... 보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닌거 같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맞췄던 유니폼이 사호 6개월때쯤 맞춘거라.. 뭐 안 맞을 것도 없을 것 같다. 요즘엔 수영도 했으니.. 좀 낫지 않을까? 란 헛된 생각을 해 본다.

복직을 일찍 안 시켜준다고 했을 땐 서운하더니.. 시켜준다고 오라고 하니 하기 싫은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사실 좀 무섭다. 그래.. 그래서 그런가 보다. 무서워서...
지금이야 아이들 보내고 나면 내 시간이 있고 (비록 오호가 있지만 워낙 순해서 혼자 잘 논다.) 스팀잇에서 글쓰고, 댓글놀이하는 시간이 있지만.. 일을 하게 되면 지금만큼의 시간은 없겠지? 이제 사람들이랑 좀 면(?)을 트고 적응도 좀 하고 해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일하면서 육아에 스팀잇까지 하려면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데... 무섭다. 게으름을 사랑하는 나로썬 부지런해야하는게 제 무섭다. 막상 하면 다 할 것이지만 하기 전까지가 가장 무섭다.

신랑이 군복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훈련소를 가서 오호를 뱃속에 넣고 나 혼자(물론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주로 혼자) 일하며 네 아이를 볼 생각에 두려움에 떨었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하게 되더라. 괜찮더라...
수영도 시작하기 전엔 무서웠지..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는게 귀찮은것만 빼면 괜찮다.

그래... 이번에도 괜찮을꺼야..
뭐든 시작하기 전까지가 무섭고 두렵지..
늘 그래 왔듯이 시작하면 괜찮을꺼야.. 괜찮을꺼야..라고 계속 나를 달래며 불닭발을 시킨다.
낼 아니 이젠 오늘 아침에 수영가야하는데.. 왠지 가긴 틀린 것 같다.

덧.
늘 신세지고 있는 @hyokhyok 님이 러브 스토리는 끝난거냐고 물으시길래...
사실.. 1일 하고 슬쩍 끝내려고 했는데.. 뭔가 기다려 주시는것 같아...
연애 시즌을 시작해볼까한다. 복직하기 전에 써야지...
횩횩님 혹시 기다리신 게 아니라면 말해 주십시오. 안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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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되신거 축하드려요^^ 지금은 무섭지만 잘 해낼수 있을꺼에요^^
저는 전에 직업이 복직할수 없는 직업이서 ㅠㅠ 리자님이 마냥 부럽습니다
화이팅@!!!!

무용???
그래도 리안님에겐 넘나 멋진 재능이 있잖아요. 전 그게 더 부럽부럽...
화이팅~!!!

아구 5호가 분유라도 잘 먹어주면 좋을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다 잘될거에요. 힘내시구 홧팅하세요 !!

그러게요. 콧물줄줄 흘리며 히잉~ 히잉 거려 못이기고 젖물리거 있어요. ㅠㅠ

아구... 정말... 아이가 있는데 일하기는 정말.... 나이트번 뛰게 되면 힘드실 텐데. 진짜로 외래에 자리 없대요? ㅠ.ㅠ

아.. 아이가 있어 일해야하는데...
나이트는 아이랑 상관없이 제 체력이 안따라줘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복직하면 외래 자리나면 꼭 보내달라고 하려구용.

  ·  6 years ago (edited)

기다리고있었는데요 ㅋㅋㅋㅋㅋ어서 써주세요 ㅋㅋㅋ빨리써달란의미로 82%보팅하고갑니닼ㅋ

ㅋㅋ 보팅 센스~!!!
18과 비슷한 맥락이군요?
예고편을 말씀드리자면...
연애기간이 짧습니다. ㅎㅎ

아이고 제가 다 맘이 무겁네요. 육아, 수영 해내신 것처럼 복직도 멋지게 해내실 거예요. 응원합니다.

아.. 무거운 글은 아니고....
게으름뱅이가 투정 부리는 글입니다.
부지런해져야 하는 것이 무서워.. 무서워...

이중적인 마음이 드는건 두려움 때문이란 말 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적이 많았어서..ㅠ(그렇다고 제가 육아휴직을 한건 아닙니다만.. 아직 결혼도 못한 총각이라)

아.... 굳이... 총각이라고 커밍아웃을 하실 것 까지야... ㅎㅎㅎㅎ
결혼도 하기전엔 두려움이지만 하고나면 할 만 합니다. ㅎㅎㅎ

이벤트 당첨두번째 방문입니다.
모닝 풀보팅 드립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모닝풀보팅 좋아용~

우아.... 아이가 있는데 다시 일까지 나가신다고 하니... 화이팅입니다!

아... 아이가 있어서 다시 일을 나가야합니다. ㅠㅠ
응원 감사드립니다. ^^

5명 키우시면서 복직까지? 혹시 원더우먼이신가요? 진심 존경존경...오호의 단유 잘하시길~~ 젖말릴때 힘든뎅. 몸 관리도 잘하시구요

ㅎㅎ 원더우먼이... 되고 싶네요.
단유... 넘 힘들어요. 이놈은 왜이렇게 저한테 집착하는건지...
누나들은 다 쿨하게 떨어졌었는데 말이죠..

복직되신 거 축하드려요. 리자님은 씩씩하게 잘 해내실 겁니다. 파이팅! :)

불이님~~~
불이님이 그렇게 말해주시니...
정말 씩씩하게 잘 해낼 수 있을것 같아요. ^^

두려움이야 닥치면 없어질 거에요.
복직 축하드립니다.
5호도 잘 적응할테고요~^^

그냥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괜한걱정인걸 알지만... 하고 있네요.
응원 감사해요

리자님~~^^
우선 복직 축하드려요~ 리자님은 진정 훌륭하고, 멋진 엄마입니다. ^^
이제 겨우 인사 나누고, 리자님 글 올라오면 반갑고, 오남매 이야기에 푹 빠져있는 저라...
리자님이 바빠지셔서 스팀잇에 글이 뜸해진다면 많이 궁금하고, 기다려질 것 같은데요.
그만큼 리자님이 업무에 열중하고, 육아에 힘쓰고 계신거라 생각할게요.
어느 한쪽에 조금 소홀해졌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간간히 휴식도 취하시고, 무엇보다도 리자님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래요.
다 잘될거예요!!!기쁜 마음으로 활기차게 시작하시길 응원합니다. ^^

^^ 응원감사드립니다.
글을 자주 쓸진 잘 모르겠지만 자주 놀러올거 같아요. ^^
코코네네님도 자주 글 써주셔요~ 놀러가겡~

ㅠㅠ복직 축하드려요~~~전 차가 있어야 복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돈이 문제네요. 스팀스달이 쭉쭉 달려주길 ㅠㅠㅋㅋ뭐든 하기 전이 힘들고 두렵고 무섭고 걱정되고 그러는 것 같아요. 막상 닥치면 어찌어찌 하게 되는데. 오호가 분유수유에 정착해주길 ㅠㅠ어흐. 시간이 천천히 가주길 ㅠㅠ

오호 분유를 먹을 수 있을까요?? ㅎㄷㄷㄷ
스팀 스달 뭐 등등의 암호화폐들이 쭉쭉 올라가주길 바래봅니다.

복직하시게 되었군요 >.<
마음이 많이 심란하시겠지만....
리자님이라면 잘 해내실 수 있을거에요!!
불닭발이 리자님께 잠시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ㅡ_ㅡ....흐읏...
우리 순둥순둥 왼발동동 꽃미소 오호를 보며 힘내요!!

불닭발인줄 알았는데....
불닭이었습니다.
매워서 밤에 계속 속쓰려 하며 잤다는...
역시 매운건 별 도움이 안되는 음식인것 같네요.
그나저나.. 5월 복직이면 나... 페어 못갑니다. 으앙~

복직 축하드려요!! 일과육아의 병행..스팀잇과가사일까지!!! 대단하십니다

감사드려요.
효리님도 이제 곧 저와 비슷한 처지가...
힘내셔요. ^^

리자님 올만에 댓글다는것 같네요^^;;
7월에 복직하신다더니 5월에 가시는군요ㅠㅠ
얼마 안남았자나요
왠지 아쉬운데요~. 복직 전까지 글 마니 써주세요~
매일 방문드릴게요ㅋㅋ 약속~꾹^^
복직하고도 자주봬면 좋겠어요~
저는 아직 몇달 남았는데 시간은 왜케 빨리가는지요..
가기시르네요 ㅎㅎ 가서 적응은 잘 할런지...

약속꾹~!!!
홀릭님을 위해 열심히 매일 글을 써야겠습니다. ^^
복직하고도 자주 올수 있겠죠~ 그럴꺼라 생각해요 ^^

홀릭님도 곧 복직이시군요. 저도 제가 신청해놓고 가기 싫어요. ㅠㅠ

전 네달 남았는데.
그때 스팀이 많이 오르면 생각을 다시 해봐야겠어요ㅋㅋ 생각만으론 참 싫으네요
애한테 치이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ㅎ

네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네요.

저도 스팀이 많이 오르면....
일하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렵니다. ㅎㅎ
일호 방학이 벌써부터 걱정되는지라... 자칫하다간 방학내내 컴퓨터와 게임만 할거 같다는 생각에...

짧지 않은시간이에요...1년도 후딱 갔으니까요 ㅠㅠ
스팀 많이 오르면 다시 휴직하는 걸로? ㅋㅋ
글게요 방학이 문제네요...그렇다고 학원을 보낼 수도 없고 말이죠..
컴퓨터와 게임만 해도 잘 커줄거에요...
저희는 매일 핸폰만 해도 잘 지내고 있잖아요 ㅎㅎ

그 복잡한 심경~ㅠ
엄마는 몸이 2개면 좋겠어요
그래도 엄마는 강하니깐요~!!
불닭발이 힘이 되었을거라 생각해요^^

전... 한... 8개면.... ㅋㅋㅋ
불닭발인줄 알았는데...
불닭이였어요.. ㅋㅋㅋ

저도 한없는 늘어짐을선호하는 사람이라
어떤 기분이신지 알 것 같아요
아이들 돌보면서 복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어쩐지 저는 이제 일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만큼 어려운 복직...
리자님 무엇보다 건강 꼭 행기시고 아이들 생각하며 힘내세요!! 우울하고 무거운 글 아니지만 토닥토닥해드리고 싶어요:-)

도담랄라맘님의 토닥토닥 좋아요. ㅠㅠ

아 가시게 되었군여. 기쁘다가 오라고 하니 겁나고 부담스럽다는 마음 200프로 공감해요. 저도 최근에 병원일 기다리다가 합격했다는 소리듣고 딱 그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아기 때놓고 가야하는 리자님은 더하겠지요. 준비 잘하시고 아이도 어린이집 적응 잘하고.. 5월부터 또 멋지게
일하시길 빌어요!!

낼부터 오호의 어린이집 적응 시작이예요. 아직 젖병을 잘근잘근 물곤 빨 생각을 안하는데..
시간이 해결해주겠죵?

그 병원 안가시기로 하신거맞죠? 언젠가 글에 쓰신것 같은데....

네ㅜㅜㅜ 엄청난 고민 끝에 안가기로 했어요. 한국이면 도와줄 사람도 있고 어린이집이라도 있어서 방법을 간구해 보겠는데, 이래저래 노예계약을 해야 할거 같아서 안갔어요 그냥 ㅜ

아니 리자님이 이렇게 잘해내시니 저같은 한량은 우찌 살라고ㅜㅜ
근데.. 우린 언제 보나요 흑흑

어?? 프사가 바뀌었군요? 이쁩니다~ ^^
저도 투럽맘님을 만날땐 이쁘게 하고 나가야징~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복잡다단한 심경,, 제 아내도 겪었기에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황이 리자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딱 맞아떨어지길 바랍니다. 나이트는 노노! ^^

나이트는 노노.. 근데 나이트를 해야 돈이 된다는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