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중독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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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상에는 칭찬이면 다 괜찮다고 먹어치우는 사람이 있다. 그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아첨을 하는 것인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채.

  2. 아니다, 사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걸 수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물처럼, 공기처럼, 음식처럼 칭찬이 필요하다. 칭찬 없이 사는 우리는 껍질 없이 사는 나무와 같아서, 세상의 삭풍에 금세 말라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칭찬을 찾아 헤맨다.

  3.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는 칭찬에 인색하다. 나와 정말 가까운 사람은 3개월에 한 번 칭찬을 한다. 말의 대부분은 비난이다. 그 사람에게 '비난 대신 칭찬을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에 질렸다. 이제 더 이상 지적하지 않는다. '나는 아첨이 싫다'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아첨과 칭찬을 구분하지 못한다. 모든 칭찬에도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자기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만 한다.

  4. 나는 자주 칭찬하려고 한다.

  5. 그러나- 칭찬과 아첨은 다르다. 칭찬하기 전에 10초만이라도 생각한다면 아첨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잠깐이라도 생각해 보면 수많은 장점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아첨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첨은 이빨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오, 칭찬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아첨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이며, 칭찬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6. 최근 관계에 너무 집착해서 몇 번 아첨을 하고 나니 내 안의 인간애 게이지가 바닥에 가까워졌다. 진실을 말하는 건 피곤하지 않다 - 거짓말을 말하려니 피곤한 것이지. 그래서 나홀로 산다를 보며 깔깔 웃었다. 재충전의 시간을 좀 가지고, 솔직하게 사람들과 이야기하니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7. 어떤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따뜻한 돌을 품은 기분이다. 희고 넓은 돌. 계곡에서 햇살을 받아 따뜻해진 돌들에 내가 쏙 끼어들어가 있는 기분. 애정을 가지고 사람을 보며, 상냥하게 말한다. 사람의 장점을 잘 찾아준다. 말을 걸기 전 오래 망설이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8. 꿈에서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연히 제주도에 같이 갔는데, 나는 매 끼니 때마다 혹시 우리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나랑 같이 차를 한 잔 마셔줄까, 어디에 가고 싶은데 나랑 같이 가줄 마음이 있을까, 그의 눈치를 보고 또 봤다. 거기에 나는 하나도 없었다. 너만 있고, 나는 그냥 그 주변을 돌고 돌고 돌고. 그냥 나는 자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았어. 네가 배고프다니 없던 공복감이 밀려오고, 네가 밥생각이 없다니 있던 공복감이 사라지고. 그냥 네가 먹고싶은 게 다 내가 먹고 싶은 거야. 어차피 너랑 같이 있으면 나는 밥이 코로 들어오는지 입으로 들어오는 지도 잘 몰라.

  9. 내가 좋아하는 칼럼니스트의 글이다. 정말 화로가 식을 정도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어떻게 사랑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잘 풀어낼 수 있을까?

  10. 봄이고 밤이다. 목련이 피어오르는 봄밤이다. 마음이 비상착륙하는 봄밤이다. 한번뿐인 삶을 거짓말로 채우지는 말자. 솔직하게 쓰자. 젊음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촐한 감정들을 한시라도 빨리 묘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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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우리는 칭찬에 인색하다. 이건 정말 실생활에서 오금저리게 느끼는 바입니다. 사람에게 치이는 업종을 부업으로 둔 덕에 1차 완독시 가장 먼저 눈에 띈 구절이네요. 문장들이 내재한 느낌이 쫀득하니 부럽습니다. 저는 뭐랄까, 이런 쫀득한 직관에는 소질이 없는건지도 모르겠어요.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은 쓸데없이 칭찬에 인색해요 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데...

쑥스러운데 아닌척 해서 저 역시 새침떼기 소릴 많이 들어요. . .해도 워낙 뻐덩거리고 까랑까랑한 어투덕에 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자여 처음 봤을때 되게 새침한 분위기였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주변 사람들이 티가든님을 되게 잘 아시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앜. . .ㅋㅋ 내숭을 떤다곤 했는데 가릴수가 없나봐요.ㅜ

8번 글은 개인적으로 소름이군요. 판단하는거라기보단 너무 신기해서요...

저런 사랑을 이해하지 못해서? 아니면 너무 닮아 있어서? '나에게 그런 일은 단 한번도 없을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을 그만뒀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내 마음인데 나도 모르는 부분이 많았었거든요.

일단 상상하기 힘들어서요. 물론 앞으로도 절대라는 얘긴 안 하는 게 현명하겠지만, 저도 안티로맨틱이란 수기를 가끔 쓰면서 왜 남들이 말하는 그런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지 생각해보고는 있습니다. ㅎㅎ

안티로맨틱 수기... 안티로맨틱 3편 보는데 글 솜씨가 빼어나시네요. 일기 쓰기 이벤트때 트렌딩 훑어보면서 대충 누가 수상할 지 점쳐 봤는데 제이미님과 리자님이 1등 자리를 두고 다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이미님도 제이미님만의 세계가 있었고 그래서 시니컬하게 느끼시는 이유가 있겠죠. 궁금하네요. 좀 더 글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오...그러고보니 트렌딩 볼 생각도 못해봤네요!ㅎㅎ 그분은 얘기를 최근에서야 조금 해봤는데 완전히 다른 환경이실텐데...실제 어떻게 되든 점쳐보신 내용이 흥미롭네요. 감사해요. ㅎㅎ

엇?! 제이미님 발견! 나는 8번 그냥 내 얘긴줄 알았네요.ㅠ 흑흑

아 ㅋㅋ 8번 글 한 세번은 읽었네요.. 그래서 답댓글 다 달고 나니깐 반말이어서... 다시 씁니다 ㅋㅋ

칭찬과 아첨은 그 두개의 단어를 같이 두고 비교하기가 애매할 만큼 '격'이 다른 단어인것 같아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아첨은 잘못된 춤을 추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거기에 나는 하나도 없었다. 너만 있고, 나는 그냥 그 주변을 돌고돌고돌고.

달달하게 만드는 감정이 전해지는군요! 전에 남겨주신 르캉님 댓글이 급 떠오르네요 ㅋㅋ

글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8번 글 진짜 너무 좋아해서 탈이에요.. 아첨은 참 별로. 달달한 글 좋아요!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합니다 우산챙기세요

감사합니다

르캉 저도 사람을 많이 칭찬하려고 해요. 좋은 모습과 배울 점을 찾는 걸 참 잘해요.
어떤 이들은 뭐그렇게 인생 힘들게 사냐 하지만 인생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까 최대한 좋은 면만 보려고 하죠 룰루
그러나 저는 저에게 하는 칭찬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듣고있으면 재미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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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바한테 하는 칭찬 보고 네온비 프로포즈 짤 생각났음 ㅋㅋㅋㅋㅋㅋ 사람들 거짓말 하는 것보다 차라리 좋은 부분 찾아서 이야기해주면 좋겠어요!!! 근데 또 좋은 점 보는 사람 옆에 있고싶어하지 흠잡는 사람 곁에 있기는 싫어~ 히바의 좋은 점 잘 찾는 모습 참 칭찬해요!

아!!!!! 참 좋은 글입니다! ㅎㅎㅎㅎㅎ 칭찬! ㅎㅎㅎㅎ인간애 게이지 상승을 위하여 칭찬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또 막상 하려면 생각보다는 어렵다는게 함정ㅋㅋㅋㅋㅋㅋ

늘 마음의 환기는 필요한 법인 것 같아요. 사람을 대하는 순간 속에서도 말이죠.
오랜만이예요. 르캉님.

칭찬도 능력인것 같아요, 스팀잇에서 프로댓글러분들을 보면서 스스로 많이 반성하게 되더군요 ㅎㅎ; 글을 써서 상대방에게 배려하듯이 말할때도 상대방에 장점을 찾아서 칭찬해주시면 인간관계가 훨씬 좋아질텐데 말이지요 ^^

7번. "따뜻한 돌을 품은 기분이다. 희고 넓은 돌. 계곡에서 햇살을 받아 따뜻해진 돌들에 내가 쏙 끼어들어가 있는 기분"

각 단어와 전체 문구의 느낌이 너무 따뜻하고 이쁜 거 아닙니까....?!

Light, warm, lovely ^^

칭찬과 아부ㆍ아첨은 완전히 다르죠?^^
진실이 담긴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고 하잖아요~~

건전한 스팀잇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김삿갓 @yungonkim@lekang님의 글 잘 읽고 갑니다.

제 글에 보팅도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님의 글 열심히 읽고 보팅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팀잇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