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캘리그라피 [산산조각, 정호승]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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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언제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당신에게...
가만히 손을 올려놓고
부서져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 힘들면 내게 말하라고
같이 죽어줄 수 있다던
그런 말에 위로를 받던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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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고 팔로우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언팔하셔도 됩니다.

아... 너무 좋은 글이네요....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밤의 수면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은 시는 마음을 치료하는 약이죠.
오늘 밤도,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맘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힘들땐 힘들다고..ㅎㅎㅎ
위로 받고갑니다 :)

제 글이 위로가 되었을까요?
조그만 촛불이라도 켜 드렸다면 좋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우주님 :)

산산조각이 난 그대로도 괜찮다니.. 존재 그 자체로도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네요. 따뜻한 글 잘 읽고 갑니다.. :)

산산조각나도 부서져도 괜찮습니다.
그대로 살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구 :)

같이 죽는건 초큼.....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럼 장례식장에 오셔서 비트박스도 하고 윈드밀도 하고 잔치국수도 드셔 주세용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근데 르캉님은 죽는다는 극한의표현을 참 좋아하십니다 ㅋ

ㅎㅎㅎㅎㅎ너무 힘들면 도망쳐도 괜찮단 말을 나에게 속삭여 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가끔 속삭이곤 해요! 이거 나만 이런가?? 대신 너무 힘들면 꼭 말하기랑. 음... 아냐 이거 나만 이런거같애;;

Nice post

t u

아 멋져요.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맞아...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 있잖아요 :)

부서진대로 살아가면 어때요. 어짜피 내삶인데.

헐. 너무 이쁩니다.
글도 내용도...

감사합니다. qkr님의 세상 여행에 잠시나마 불을 밝혀줄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

정호승 시인에게 이런 시가 있었네요.
우와.... 전 몰랐덛ㄴ 시^^;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너무 와닿는 글귀입니다....

보물같은 시들을 발굴해서 한아름 안겨드리겠습니다.
산산조각이 난 저는 ㅇ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후후

저는 부서지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고 ... 너무 흘러가는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가서 문제라능 .. 하지만 이런 제게도 시의 마지막 행은 마음에 와닿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식의 흐름대로 사셔도 요리는 멋지게 잘 하시잖아요? 오히려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냥 흘러가는 모습을 사랑하는!!!!

1일 1포스팅이 너무 힘드러여어어허헝허허헣허엏어ㅠㅠ스팀잇은 뭔가 잊혀지면 안될 것 같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매일 쓰고 있는데...저 부서져도 될까요... 왠지 위로가 되는 밤이군요.

1일1포스팅이 힘드시면 디클라인 걸고 그냥 아무거나 올리셔도 됩니다
저는 언젠가 '글 안 써도 사랑해 줄거죠? 재미없는 글 써도 사랑해 줄 거죠?' 라고 올릴 생각입니다. 너무 포스팅하기 싫을 때. 오늘은 좀 쉴래요 찾아주신 당신들에게 미안 줄 건 없구 이거라두 가져가용 <3 이런 거라던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에 읽고 좋았었는데 잊고 있었어요. 덕분에 다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보물같은 시가 많아요~ 아름 따다 한밤을 지새워볼래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