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고향집에 내려갔다 다시 일터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보니, 한 주 사이에 여기저기 초록잎들이 많이 올라와있네요.
날마다 스쳐지날 땐 눈치채지 못했던 주위의 작은 변화들이 오랜만에 마주하니 눈에 확 띕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면서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시간, 그리고 장소들을 마주하다 보니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드네요.
내려가있던 날들 중 어느날엔가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다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나이가 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변함없이 내 뒤에서 나를 받쳐주는 부모님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그저 한 명의 '사람'으로서 부모님의 모습이 갈수록 커져갑니다.
그렇게 커다랗고 완벽해보였던 부모님의 모습이 흩어진 자리에
수시로 잔병치레를 하고 짧은 산책에도 숨을 몰아쉬는 부모님의 모습이 들어와 앉았습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아오던 아줌마, 아저씨의 모습을 우리 부모님에게서 봅니다.
이제 그들의 둥지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기쁜 나머지
내가 떠나버린 빈 둥지에 앉아계신 그 분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해왔어요.
몇 달에 한 번씩 고향에 내려가다보니
만날 때마다 오랜만인 우리 엄마, 아빠를 보고 있자면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원한 건 없지만, 남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었으면 좋겠어요.
싫은 소리 하고 싶을 때 꾹 눌러참고,
생각날 때마다 바로바로 전화하고,
몇 번이 더 남았을 지 모를 기념일에 조금 더 신경써드리고,
생각할 때마다 짠한 이 마음 잘 눌러담고 살아가야겠어요.
이 모든 것들이 예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었어요
고향에는 내 친구들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에 우리는 만나면 항상 다가올 날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날들은 갖가지 희망들로 가득했습니다.
학업, 취업, 연애, 돈, 그 외에 우리가 그 나이때 꿈꿀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희망섞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어느새부턴가 우리는 만나면 지난 날들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우리의 오늘은 그저 피곤합니다. 다가올 날들도 마찬가지로 피곤할 거라는 게 뻔히 보여요.
삶의 반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인 만큼 지난날들 속에 이야기할거리는 수없이 많습니다.
한 해에 한두번 만날 때마다 같은 추억들을 끄집어내 똑같이 웃고 떠들며 즐깁니다.
어렵사리 만든 하룻밤의 술자리, 혹은 일박이일의 여행은 너무 짧아요.
정신없이 놀고 먹다 헤어질 때가 되면 다들 무언가 아쉽고 억울한 표정으로 억지로 인사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외롭게 살아가다
한 자리에 모여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밥벌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일을 시작한 이후로 삶의 단위가 '한 주'가 되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곱날을 단위로 하여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요일이 바뀔 때마다 해당 요일에 느껴야 할 감정들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냅니다.
한 주를 네 번 보내고 나면
한 달이 지나갑니다.
한 달이 지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옵니다.
조금 풀린 마음으로 기분좋게 살다보면
또 한두주가 지나갑니다.
한두주만 더 버티면 또 한달이 갑니다.
지칠 때쯤 찍히는 숫자를 보며 또 힘을 냅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한 계절이 가고,
한 해가 갑니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보내다보니
나이도 한 살, 두 살 먹어갑니다.
가끔 멍하니 앉아
산다는 게 무언지, 밥벌이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또한 예전에는 해본 적 없는 생각입니다.
어렸을 적 친척집에서 만난 어른들은
항상 어딘가 피곤하고 지쳐보였는데,
지금 나를 보게 될 어린 동생들의 눈에
내가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날 때마다 크게 달라지는 점도 없이
그저 조금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드네요.
요 며칠 쉬다보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내일부터 정신없는 밥벌이를 다시 시작하면
그러려니 하며 또 살아갈 수 있겠죠.
정말 눈을 뜨고 열심이 살아야 하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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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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