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Lee's Life Magazine 22.
Films
저수지의 개들
: 쿠엔틴 타란티노의 모든 것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1992)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보았다.
두 말 할 필요 없는 명작인데 이제서야 봤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이 영화를 방영해줬는데, 보고 싶었지만 피 튀기는 영화를 보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는 부모님의 판단 때문이었는지 보지 못했다. 초반부 등장인물이 배에 총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는 부분만 기억에 남았는데, 그 때 '배에 총을 맞으면 위험하구나' 생각했었다. 어디든 위험하지 않은 곳이야 없겠지만, 복부는 특히 치명적이라고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 동안 '피 튀는 B급 정서'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등장인물은 앤디 워홀 영화급으로 말이 매우 많으며 씬의 대부분은 창고 안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저예산 영화가 가지는 한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연출일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한계를 십분 활용하여 매우 훌륭한 구성과 연출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대화로 캐릭터와 상황 설정을 파악할 수 있으며, 주요 캐릭터들의 과거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구성도 좋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야기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정만 휘황찬란하고 스토리는 꽝인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던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모든 작품을 보지는 않았지만 데뷔작 하나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최고치를 충분히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부러운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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