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이미 배송이나 GPS 등과 연동한 지형 조사 등 B2C 뿐 아니라 B2B를 중심으로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아마존이나 세븐일레븐 같은 기업이 물류 혁신에 드론을 활용하려거나 에어버스 같은 기업이 드론택시를 개발해 교통 혁신을 꿈꾸는 것도 모두 조금씩 현실로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늘 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드론 혁신이 한창이다. 태양전지와 GPS 등을 탑재한 요트형 드론이 그것이다. 세일드론(Saildrone. https://www.saildrone.com)은 리처드 젠킨스(Richard Jenkins)가 설립한 드론 스타트업이다. 리처드 젠킨스는 랜드 요트(Land Yacht) 그러니까 바퀴 달린 차체에 돛대와 돛을 달아 풍력으로 육상을 달리는 세계 기록에 도전한 바 있는 인물이다. 그는 187km/h였던 당시 세계 기록을 깨려는 목표를 세웠다. 1년 정도면 기록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0년. 그는 2009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203km/h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리처드 젠킨스가 새로 도전장을 던진 분야가 바로 무인 요트다. 그는 무인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이번에 성공하면 가장 먼저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세계 일주를 목표로 지난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 항해를 할 수 있는 로봇 요트, 드론을 만들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와이까지 항해하는 데 성공한다. 덕분에 투자자로부터 9,000만 달러(한화 973억 원대)를 투자 받아 캘리포니아 항만 도시인 앨러미다에 무인 드론 스타트업인 세일드론을 설립하게 된 것.
세일드론은 원래 항공기 정비 창고로 쓰던 건물을 본사로 사용 중이다. 이곳에는 GPS와 태양전지 등 수많은 장비를 탑재한 무인 요트 20척이 있다. 세일드론은 몇 달 동안 항해할 수 있고 센서와 카메라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위성으로 전송, 실시간으로 원격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일드론은 올해 태평양 과달루페와 하와이 섬 사이에 위치한 백상어카페(White Shark Cafe)라고 불리는 지역을 조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백상아리가 모여서 몇 개월을 지내는데 왜 그런지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과학자들은 당연히 이에 대한 의문을 풀려 했고 세일드론에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세일드론은 스탠포드대학과 협력해 무인 요트를 백상어케파에 보내 백상아리의 생태계를 조사한다.
이런 임무에는 무인 요트가 이상적일 수 있다. 무인 요트는 연구에 보통 사용하는 덩치 큰 연구선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그 뿐 아니라 수소이온농도나 엽록소, 습도, 방사선량, 풍속,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탑재하고 해면 부근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상어만큼이나 관심을 가질 대상은 날씨를 조사하는 데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기후 데이터와 기상 데이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인 요트를 허리케인에 보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태풍의 강도나 상륙 지점을 더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날씨에 따라 심하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날씨 정보는 큰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일반 요트에 있는 돛은 태풍의 바람을 견질 수 없지만 세일드론이 만든 무인 요트는 랜드 요트에 쓰이는 수직 돛을 쓴다. 또 요트 추진력을 제어하기 위해 마치 비행기 자세를 바꿔주는 보조 날개처럼 작은 탭(Tab)을 달았다. 탭은 강풍이 불어 요트가 제어 불능 상태가 되는 걸 억제해줄 수 있다. 일반 요트는 자세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로봇 요트는 상태를 이보다 더 쉽게 제어하면서 정확한 항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세일드론의 무인 요트는 지금까지 4년 동안 37만km 가량을 항해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흠집 하나 없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오토마린시스템즈(Autonomous Marine Systems. http://www.automarinesys.com)라는 기업이 지난 2012년 완전 자동으로 연료 필요 없이 항해하면서 물을 연구할 수 있는 무인 선박 로봇보트 마크VI(Robotboat Mark VI)을 선보인 바 있다. 수질과 온도, 산소량, 방사선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는 물론 카메라와 GPS 등을 갖춰 원격으로 사람이 배를 타지 않은 채 전 세계 수역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로봇보트는 바다를 떠도는 위성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바다로 흐른 석유나 태평양에 얼마나 쓰레기가 있는지, 해류 움직임이나 빙산, 산호초, 바다 속 생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선체에는 태양광 패널을 달아 연료 없이 태양 에너지로 움직인다. GPS를 탑재해 항로를 알 수 있고 원격 측정을 할 수 있다.
드론을 해상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활발한 곳은 바로 고급 차량과 항공기용 엔진 등을 개발하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https://www.rolls-royce.com)다.
롤스로이스는 일찌감치 무인 드론 선박을 개발해왔다. 지난 2014년부터 드론 선박 개발을 진행해온 것. 롤스로이스는 미래에는 육지에 있는 가상 함교에서 수백 척에 이르는 수송선을 제어하는 걸 가정하고 있다. 항공 화물 운송이 많지만 아직까지 선박을 활용한 해상 운송은 전 세계 운송량 중 90%를 차지하고 있다. 3,75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해상 운송 시장에서 안전하면서도 저렴하고 환경오염까지 적은 수송 방법으로 드론 선박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선박 전체 운행 비용 중 승무원 비용은 44% 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드론 선박은 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주고 원격으로 사무실에서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드론 선박은 복잡한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 지상보다 오히려 기술적 측면에선 이미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곳에서도 규제 장애가 있고 기존 운송 선박 종사자 등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500톤 이상 선박에는 최소 인원 규정이 있는 곳이 많아 드론 선박은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만 해결된다면 상대적으로 해운업계가 도입하기는 훨씬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드론 선박에는 승무원에게 필요한 거주 공간이나 전력, 에어컨, 물 같은 설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그만큼 화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체 무게 중 5% 가량을 줄일 수 있어 운행에 필요한 연료비용도 12∼15% 가량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적에 대한 대책으로도 효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 측은 컨테이너선이나 드라이벌크선 같은 분야에서 먼저 드론 선박을 도입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석유나 액체가스 같은 위험한 운반물 운송을 드론 선박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2016년에는 무인 화물을 운송하는 드론 선박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선 드론 선박을 육지 내 가상 함교, 제어실에서 원격 관리하는 oX 개념(Operater eXperience)을 통한 미래 선박 관리 시스템을 그리고 있다. VTS(Vessel Traffic System), 해상 교통관제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제어실에서 선박을 관리하는 것이다.
원격 제어실에서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선박 정보를 보여주는 거대한 디스플레이와 홀로그램 등으로 관리를 한다. 운영자는 의자에 앉아서 눈앞에 펼쳐진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정보를 바탕으로 선박을 관리하면 된다. 선박에 이상이 발생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알려주며 대응 방안을 음성으로 운영자에게 알려주고 지시를 기다린다. 운영자가 진단을 하라고 지시하면 GPS나 통신 장치 등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알려준다. 선상에 있는 드론을 달려 선체 이상을 확인하면 부품 교환 등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롤스로이스는 미래 선박 운항 관리는 제어실에서 처리,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무인 드론 선박을 활용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군용 전자동 드론 선박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자동 군사 선박은 길이 60m, 무게는 70톤짜리 대형 선박으로 최고 속도는 46km/h, 항속거리는 6,500km이며 100일 이상 연속 항해를 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을 탑재하지만 설계 자율도가 높아 가스 터빈으로 대체하고 선내에 3,000kWh짜리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발전 가능하다.
전자동 드론 선박은 순찰이나 감시를 할 수 있다. 또 유인선 호위를 맡을 수도 있다. 승무원이 거의 불필요한 무인 운항을 할 수 있어 기존 대형 선박에선 필수적이던 승무원 구획이 없어 선박 설계 자체가 바뀔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24시간 쉬지 않고 연속 운항해 안정적인 임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롤스로이스 측은 앞으로 10년 안에 무인 드론 선박을 개발해 해군에 도입하면 유인과 무인 선박을 한데 묶은 함대 운용 개념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론 선박 역시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는 역시 하늘 위 드론과 마찬가지로 물류 혁신 쪽에 있지 않을까 싶다. 드론 선박의 발전은 해상 물류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늘과 바다에서의 드론의 활약이 시대가 되는군요
그런데 하늘과 바다에서 군사용 드론이 사용될거라는 사실에는 좀 소름이 끼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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