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식 변호사는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법원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법앞에 평등한가?”, “법관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독자들에게 계속 던져주는 양심적 지식인이다. 그는 <찢어진 예금통장> 이전에 <고백 그리고 고발>이라는 책도 발행했는데 나는 이 두 책을 읽고 법치주의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는 안천식 변호사와 같은 사람이 우리사회에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찢어진 예금통장>의 5쪽에서 현직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이 부담스러웠다고 쓴다. 책을 쓰는 중간에 몇 번이나 마음을 접었다가 다시금 펼치기를 반복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지금의 모순된 사법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는 <찢어진 예금통장>에서 억울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는 법치주의란 권력자의 독단이나 자의를 배격하고 법에 의하여 인간 생활의 기초가 되는 자유, 평등, 정의를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판결을, 자신이 변호를 맡은 사건에서 목격하였기 때문에 책으로써 고발을 하려 한 것이다. 한국에는 수만명의 변호사들이 있지만, 안천식 변호사처럼 이렇게 억울한 사건을 책으로 만든 변호사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변호사들의 책을 모두 읽은 건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안천식 변호사처럼 적극적으로 집필 활동을 하는 변호사는 드물다. 그래서 나는 안천식 변호사의 책이 굉장히 좋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사실 법에 별로 관심이 없다. 사법부에서 하는 일이나 법관, 변호사들의 일은 나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상식에 어긋나는 것 같은 판결이 뉴스에서 보도될 땐 화가 나기도 한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법치주의가 올바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천식 변호사도 이 책에서 “법원은 어떤 곳이고 법관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는다. 221쪽에 의하면 물론 그들은 하나같이 명철한 두뇌와 극한 인내심으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다.
또한 매일같이 몰려드는 복잡한 재판 업무를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위하여 사시사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한 일상마저도 뒤로한 채 공정한 재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안천식 변호사는 쓴다. 우수한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엘리트일지라도 그들 역시 천차만별의 성정을 지닌 사람이고, 내면적인 인격의 편차도 여느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안천식 변호사의 이 같은 생각에 대해 별다른 반론을 쓰고 싶진 않지만, 법관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쓴 것은 좀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유난히 사법시험을 비롯 행정고시, 외무고시와 같은 ‘고시’ 합격이 마치 엘리트의 등용문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똑똑하고 명철한 두뇌를 가졌다 하더라도 이러한 고시에 응시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고시 합격자만이 엘리트이고 마치 그 누구보다 똑똑하다는 생각은 좀 거북하다. 사법시험은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일 뿐, 그 시험을 합격한 것이 마치 대단하고 천재적인 것처럼 추앙되는 건 좀 어색하다. 적어도 내 의견은 그렇다.
아무튼, 나는 법조인에 대한 이런 환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지만, <찢어진 예금통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건은 좀 더 파헤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천식 변호사는 222쪽에서 이렇게 쓴다. “최근 2~3년 사이 보고된 각종 통계자료와 지표에 의하면, 사법부의 신뢰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더 이상 국민들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공정한 재판부를 기대하기보다는 각종 연고를 찾아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심지어 법관의 친지나 지인 또는 브로커를 통해 청탁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고위직 법관 출신 변호사 사무실에는 돈많은 의뢰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대형 로펌들은 이들을 영입하려고 혈안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국민들은 힘 있고 돈 많은 자들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재판 절차는 단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국민 정서에 대해서 이해한다. 내 주변에 법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지만, 법에 대해 불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들은 법이 결국 돈과 권력이 있는 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 어떤 것보다도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 것이 바로 법인데, 국민 정서가 이렇다면 현 사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관이나 변호사는 법이라는 지식으로 국민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법이라는 지식으로 국민들의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본분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들이 본분을 잘 지킨다고 맹세해도 인간은 꼭 선한 존재만은 아니기 때문에 중립적인 자세를 언제나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권력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천식 변호사는 174쪽에서 미국과 독일 등 선진 사법국가에서는 사법부의 권력화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쓴다. 즉, 배심제도와 참심제도, 그리고 선거제도 등을 통하여 재판에 있어서 직업 법관이 사실확정과 양형애 대한 권한을 배제 또는 제한하거나 분점 시키는 구조를 취하면서 국민이 사법 절차에 참여하는 길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신분보장을 받는 법관일지라도 그 권한을 남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은 사전에 철저하게 방지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독립성의 남용을 방지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찢어진 예금통장>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고, 또 불편했다. 사법부가 엘리트라는 생각부터 버리고, 국민들은 그들이 공평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도록 항상 감시하고 더 똑똑해져야 할 것이다.
http://taeseong1203.blog.me/220963947896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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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 interesting your point of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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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설문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80%가량 동의한단 결과도 있었죠. 지금은 더 높아졌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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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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