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blockchain] 1.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in kr •  6 years ago  (edited)

1.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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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뭐야?”
“한마디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거.”

요즘 나의 근황토크는 저렇게 시작한다. 주변에선 다들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내가 신기한 듯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보긴 했는데,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으니 쉽게 설명해달라”는 말과 함께, 의심의 눈초리는 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 몇 문장 정도의 짧은 설명만으로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은 단 하나의 경직된 기술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기술들의 정교한 상호작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블록체인을 단번에 이해하기 위해선 상당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물론 한마디로 설명할 수도 있다. 나는 블록체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장부를 운영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커뮤니티.’

복잡하게 들릴 것이다. 혹은 그런게 있다고 치고, 그래서 갑자기 이게 왜 필요한 건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문들에 대한 답은 마지막 단어에 있다. 바로 ‘탈중앙화 네트워크 커뮤니티.’ 이것이 블록체인의 핵심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다. 블록체인을 알고 싶다면 이 개념부터 이해하는 편이 좋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네트워크 커뮤니티다.

네트워크 커뮤니티란, 공동 목표나 이념을 가진 시민들이 자주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네트워크상 집단을 말한다.

다시 말해, 가장 넓은 의미로서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실현하기 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행동 문화를 뜻한다. 시중엔 블록체인을 단순히 새로운 산업 분야의 일환으로 소개하는 책들이 많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그건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는 사례들에 불과할 뿐이다. 블록체인의 정체성은 ‘탈중앙화’에 있다. 그렇다면 탈중앙화(decentralized)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반대로 중앙화가 무엇인지 떠올리면 이해가 한결 수월해진다. 여기서 ‘중앙화’는 국가의 법률이나 제도를 따르기 위해, 혹은 각종 기업의 상품/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특정 기관 및 기업에 ‘개인의 정보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야만 하는 기존 시스템의 양상을 뜻한다.

중앙화는 효율성을 취하되, 개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특성 탓에 중앙화 시스템의 맹점이 종종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3월에 폭로된 ‘페이스북의 사용자 정보 유출 사건’은 중앙화 시스템의 잠재적인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난 최신 사례다. 또 작년 상반기부터 꾸준히 이슈를 일으키고 있는 ‘랜섬웨어’의 주요 타겟도 국가 기관과 대기업의 중앙화 시스템이었다. 이처럼 중앙화 시스템은 각종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빌미로 사용자의 신상이나 거래 정보를 악용할 소지를 갖고 있다. 또한 해킹을 당했을 때 피해 규모나 파급력이 크고, 분산 네트워크에 비해 신속한 복원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네트워크 운영과 보안 유지를 위해 기업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며, 이는 곧 소비자가 지불하는 수수료로 전가된다.

탈중앙화는 이렇듯 중앙화의 오류가 대두되는 맥락에서 점진적으로 지지를 얻게 된 운동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를 요약하면, 내 정보를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기존의 중앙화 시스템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각 개인이 주체적으로 경제 활동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중앙화에서 비롯된 비효율성과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등장했다. 이런 까닭에 기본적으로 중앙의 통제 없이 오직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동작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기존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에 더 의존적이다. 모든 블록체인들이 ‘사람의 보상심리를 이용하는 합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구성되는 이유도 그와 같다. 한편, 현존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구성원의 신용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는 신용을 보장하는 중개 기관도 없고, 통신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슈퍼컴퓨터도 없다. 게다가 이 세상에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이런 ‘부재 요소’들이 기존 중앙화 시스템과의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별성에만 치우치면 시스템이 더욱 복잡하게 돼버린다.

사람이 많아지면 잡음이 생기는 것처럼 시스템도 복잡해질 수록 상충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은 구조적 특성상 ‘분산성, ‘확장성, ‘보안’ 등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보완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당착해있다. 이는 블록체인의 상용화를 더디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수십 개의 관련 솔루션과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나는 그 중에도 특히 ‘합의 알고리즘’과 관련된 연구가 블록체인의 전망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궁극적으로 본인의 이익뿐 아니라 전체 네트워크의 생존을 위하는 ‘구성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그 공백을 복잡한 기술들로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또 탈중앙화라는 목적은 지워지고 블록체인의 필요성을 증명할 수 없게되면, 대중들에게 점차 외면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에 대한 바른 인식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운영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차별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블록체인을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집단적인 행동이나 문화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그럼 블록체인은 산업혁명 같은 거랑 비슷한 거야?”
“그건 역사가 쓰여진 후에 알 수 있겠지?”

기술은 사람의 손에서 태어나 사람의 손으로 옮겨다니는 것이다. 도중에 사라질지, 다른 형태로 변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블록체인도 훗날 원리 따위는 몰라도 누구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마치 오늘날의 인터넷처럼 말이다. 사실 초기의 인터넷도 블록체인과 비슷한 가치를 추구했었다. ‘정보의 평등화’, ‘개인의 익명성’을 위한 인터넷 모델들이 제안되었지만,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서 일부 프로토콜과 IT기업에 의해 장악되고 말았다. 최근 블록체인 산업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확장되자 블록체인의 성패를 점치는 다양한 견해들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내 의견은 이렇다. 무엇보다도 ‘블알못(블록체인이 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배제하고는 블록체인 산업이 절대 크게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IT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중의 대다수는 ‘블알못’일 확률이 크고, 그들이 곧 잠재적인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은 소비자가 블록체인의 실체를 몰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서 팔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는 결국 절대적인 인력과 자본을 가진 대기업에 의해 중앙화된 블록체인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이 무수한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대중성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다.

나는 블록체인이 또다른 민주적인 역사로 쓰여지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다. 혹여 훗날 블록체인이 초기 목적과 다르게 변형되더라도, 기술이 발전되는 과정을 함께 감시하고 능동적인 소비를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지금보다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고, 정보가 권력으로 남용되는 사태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하나의 새로운 문화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끝으로 이 글이 블록체인을 그저 ‘사행성 또는 투기성의 무언가’로 인식하던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환기가 되길 바라며, 국내에서 블록체인을 위해 힘쓰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빈다.


p.s 드디어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저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며, 잘못된 사실이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퇴고를 하며 제 나름대로 검열을 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블록체인'에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일입니다. 물론 저도 아직 배워가는 단계이지만, 정보나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것보다 좋은 공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엔 블록체인의 정의에 대해서 알아보았으니 다음 글부터는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기술 요소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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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셨네용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원피스도 좋아합니다^^

나는 그 중에도 특히 ‘합의 알고리즘’과 관련된 연구가 블록체인의 전망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궁극적으로 본인의 이익뿐 아니라 전체 네트워크의 생존을 위하는 ‘구성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그 공백을 복잡한 기술들로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또 탈중앙화라는 목적은 지워지고 블록체인의 필요성을 증명할 수 없게되면, 대중들에게 점차 외면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에 대한 바른 인식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운영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차별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블록체인을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집단적인 행동이나 문화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특히 좋은 부분이에요. 스팀잇과도 연관성 크고, 이오스가 종교화 되는 것과도 ㅎㅎ 합의라는게 사실 여론재판처럼 일부 무서운 잠재성도 내포할 수 있고 역설적으로 블록체인의 연속성 기반 투명성과 보안을 해칠 요소도 가지고 있으므로 문화와 연대그리고 원칙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지만요. DPoS 합의알고리즘 가운데 3년 tx없을 시 몰수 재분배, 5~70%정도의 합의로 계정 몰수 이런 건 아주 신중히 접근되야 한다고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최근 들어 EOS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는 건 느꼈는데, 종교만큼이나 신뢰하는 분들도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DPoS에 대해서도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신 덕분에 부족한 부분을 알고 갑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새로운 글을 올리게 되면 그때도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헤헤.. 오늘 하지라던데, 남은 하루도 더위에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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