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고

땅고 레슨 첫 시간에 강사는 말했다.
"땅고는 걷는 것입니다. 걸으면서 상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춤이죠."
강사는 영화 '여인이 향기'의 그 유명한 땅고 장면에서 알 파치노가 했던 대사도 인용했다.
"스탭이 엉키면 엉키는대로 땅고입니다."
그때부터 다시 걸으면 되는 것이니까.
엉켜도 다시 걷는 것은, 거창하게 말해 인간의 삶과 닮았지만, 두발로 걷는다는 것 자체가 진화론적으로 말해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두 손은 남녀의 몸을 하나로 만드는 소통의 채널 역할을 한다. 손에 실린 무게로 남자(땅게로)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일지 제안을 하고 여자(땅게라)는 수락한다. 스탭이 엉킬라치면 그저 웃는다. 남녀의 웃음은 소통이다.
그러므로 걸음을 닮은 춤, 땅고는 직립 보행(공간의 이동)과 소통(언어)을 동시에 수행하되, 사피엔스의 최대 특기인 음악(예술)을 활용한 가장 찬란한 인간의 대화이자 몸짓인 것이다. 그런데 나, 땅고 초보는 음악에 맞춰 걷는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걸으면서 깨달았다. 걸음마 시절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제부터 다시, 걷는 법을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