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의 리더십 : 카밀루스 (12)

in kr •  6 years ago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위기 극복의 리더십 : 카밀루스 (12)


카밀루스는 마크롱 같은 젊고 유능한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을
자신이 은퇴하기 전에 조국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책무로 여겼다.

카밀루스는 늙고 지친 몸을 쉴 새가 없었다. 로마는 그를 생애 여섯 번째로 군사 호민관에 임명했다. 프라이네스티 족과 볼스키 족의 연합군이 로마의 동맹국들의 영토를 유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탓인지, 그는 속전속결을 불사하던 예전과는 달리 장기전을 선호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군사 호민관인 루키우스는 빨리 승부를 내고 싶어 안달이었다. 카밀루스는 젊은 동료의 성급한 군사행동을 제지했다가 혹시 나올지도 모를 뒷말이 두려워 루키우스의 작전계획에 마지못해 동의한 다음 자신은 진영에 남기로 결정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루키우스가 참패했다는 소식을 듣자 카밀루스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갑옷과 투구를 챙겼다. 역전의 노장이 전선에 모습을 드러내자 서전에서의 패배로 풀이 잔뜩 죽어 있던 로마 병사들은 단번에 용기백배해 적의 추격을 막아냈다. 카밀루스의 지휘로 이튿날 속개된 전투에서 로마군은 적의 연합군을 대파했다.

그는 곧바로 로마로 귀환하지 못했다. 에트루리아인들이 로마의 식민도시인 사트리쿰을 점령하고선 여기에 거주하는 로마인들을 모두 학살한 이유에서였다. 카밀루스는 로마군의 주력이라고 할 대부분의 중장보병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는 소수의 젊고 패기 있는 병사들만을 데리고 사트리쿰으로 달려가 그곳에 주둔 중인 에트루리아 군대를 기습해 섬멸시켰다. 살아남은 적군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카밀루스가 전리품을 듬뿍 안고 로마로 개선하자 시민들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요소에서 경험과 용기를 젊음과 건강의 우위에 둔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기뻐했다.

카밀루스가 여섯 번째 호민관 임기 동안 거둔 최고의 성과는 칼이 아닌 말로 일궈낸 결과물이었다. 로마에 복속해 있던 투스쿨라니 족이 반란을 일으킬 기미가 보인다는 급보가 전해지자 그는 신속히 진압군을 조직해 로마를 떠났다. 시민들을 놀라게 한 사실은 그가 군대의 부사령관으로 이전의 전투에서 졸렬한 지휘력을 보여줬던 루키우스를 지명한 일이었다. 그가 루키우스를 낙점한 것은 로마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에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카밀루스의 시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뒤이어 로마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데 가 있었다.

로마 인근의 나라와 도시들에게 카밀루스는 호환과 마마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카밀루스가 직접 대군을 인솔해 진격해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투스쿨라니 족을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들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그것은 모든 주민들이 그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각자의 생업에 평화롭게 종사하고 있는 광경을 로마인들에게 보여주자는 계책이었다. 사나운 매에게 쫓기고 있는 꿩이 다급한 마음에 땅에 머리만 처박고 숨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얄팍한 기만전술을 카밀루스가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살육과 파괴 대신 화해와 공존을 선택했다. 그는 투스쿨라니인들에게 로마 원로원으로 찾아가 간곡히 용서를 빌라고 자상하게 충고했다. 카밀루스의 의도를 알아차린 원로원은 반란 시도를 관대히 용서하는 것에 더해 투스쿨라니 족의 도시들에게 로마 시민권까지 내주는 통 큰 선심을 발휘했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믿기 어려운 해피엔딩이었다.

이민족과는 기꺼이 손을 잡은 로마인들은 정작 자기들끼리는 불화와 갈등에 휩싸였다. 반목을 부추긴 자는 리키니우스 스톨로였다. 그는 두 명의 집정관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평민들 중에서 뽑아야 한다고 선동했는데 이는 평민계급의 오래된 숙원사항이기도 했다. 카밀루스는 국민통합의 사명을 띠고서 생애 네 번째로 독재관에 임명되었다. 그의 말발은 로마 안에서는 잘 통하지 않아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민들은 카밀루스가 업적을 쌓기에 알맞은 장소는 정치판이 아니라 전쟁터라고 비판하며 그의 말을 좀체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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