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믿음의 리더십 : 페리클레스 (1)

in kr •  6 years ago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인내와 믿음의 리더십 : 페리클레스 (1)


페리클레스는 머리에 맞는 투구를 찾기 힘든 대두였지만
머릿속에 든 생각의 크기도 머리 크기만큼이나 위대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을 서술하는 목적이 옛 사람들이 남긴 탁월함으로 충만한 업적을 후세의 젊은이들이 본받고 모방하도록 이끄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가 비교열전의 열 번째 편의 주인공으로 페리클레스(BC 495년~BC 429년)와 파비우스 막시무스(BC 275년경~BC 203년)를 선택한 이유는 두 사람이 비슷한 삶의 궤적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신중하고 온화한 품성과, 동료와 부하들의 과오를 끈질기게 견뎌낸 인내심을 양자를 잇는 두드러진 공통분모로 제시하였다.

플루타르코스에게 로마는 현재진행형이었다. 반면에 필자에게 로마는 고대사의 중요한 한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비교의 대상을 고르는 일에서 보다 풍부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 필자는 키케로를 페리클레스와 짝짓기로 결정했다. 페리클레스가 아테네의 민주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키케로는 제정으로 넘어가기 이전의 로마 공화정의 본질과 장단점을 체현하고 있는 사람인 까닭에서다.

더욱이 거함 한니발을 끈질긴 지구전으로 침몰시켰던 전쟁영웅 막시무스와 달리 키케로는 페리클레스와 마찬가지로 문민 정치인으로서의 색채가 강했다. 키케로도, 페리클레스도 권력의 원천과 권위의 토대를 칼끝이 아닌 혀끝에 두었다.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의 내로라하는 명문가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그의 아버지 크산팁포스는 미칼레 곶의 전투에서 페르시아 제국의 군대를 대파하고서 아테네군을 승리로 이끈 유명한 애국자였다. 어머니 아가리스테는 클레이스테네스의 손녀였다. 클레이스테네스는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아들인 히피아스를 권좌에서 끌어내림으로써 아테네의 참주정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이었다. 즉 페리클레스는 아테네 민주정의 창사지의 외손자였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엄친아였음에도 불구하고 페리클레스에게는 한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는 머리가 매우 컸다. 한마디로 대두(大頭)였다. 조각가들은 페리클레스의 신체적 약점을 감춰주기 위해 그를 거의 항상 투구를 쓴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페리클레스에게 가장 크고 깊은 영향을 미친 인물은 소아시아 출신 자연철학자 아낙사고라스였다. 아낙사고라스는 신을 모독했다는 죄명으로 사형선고를 받고는 소아시아로 도망가 그곳에서 생을 마친 일이 웅변하듯이 철두철미한 유물론자였다. 친구이자 멘토였던 아낙사고라스 덕분에 페리클레스는 초자연적 현상들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신을 믿지 않는 선에 머물렀을 뿐, 그의 스승처럼 신을 부정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페리클레스는 아낙사고라스부터 과학적 세계관과 함께 신중한 언행과 위엄 있는 태도 또한 배웠다. 그가 동시대를 주름 잡은 허다한 대중선동가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품격과 무게감을 갖춘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페리클레스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일화 하나가 전해지고 있다. 그가 급한 용무를 처리하려고 시장에 갔는데 어느 성질 고약한 젊은이 한 명이 그를 종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고 한다. 볼일을 모두 마무리한 그가 귀가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뒤였다. 페리클레스는 이 귀찮은 스토커가 집 앞까지 따라온 것을 보고는 자신이 들고 있던 등불을 하인에게 건네주면서 “바깥이 어둡구나. 저 녀석을 집까지 바래다주어라”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의 페리클레스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렸다. 그가 내성적 성격이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치적 이유에서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외모는 물론이고 빠르고 유창한 언변까지도 하필이면 페이시스트라토스를 닮았다.

게다가 스스로가 부유하고 명문인 데다가, 영향력이 큰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도편추방을 당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도편추방 제도는 참주가 될 위험성이 있는 자들을 추방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는데 이를 도입한 사람이 하필이면 페리클레스의 외할아버지인 클레이스테네스였다. 참으로 기묘한 운명의 반전이 아닐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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