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부터 친구가 된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들을 만났다. 십여년이 지나는 동안 변한 게 하나 없어 보였다. 우리 나이에 맞는 책임감과 삶의 무게(?)가 더해졌다면 우습게 들릴까?
각자의 연애, 결혼, 직업에 대한 관점을 들었다. 물론 재밌는 친구들이라 진지한 얘기로 전개될라치면 빵 터지기 일쑤였다. 진지하지만 매사 진지한 걸 싫어하는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친구들이다. 우리세대 청년들 답게 열심히 살고 있었고 돈도 잘 벌고 있었다. 물론 급여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므로, 또 우리는 서로를 '까는' 게 괜찮은 사이임으로, 한명이 주구장창 돈이 많다고 놀림(?)을 받기도, 스스로를 장난스레 비관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똑똑하고 세상 돌아가는 데 밝은 친구들이라 내 생각의 균형을 맞춰주기도, 내가 모르는 꼭 필요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성격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우리를 보며 그래도 한 가지는 공통됨을 느꼈다. 진부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이별의 아픔을 겪었고, 기본급의 300%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과거 이별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마음이 아팠지만 친구의 말에 동의하지 않기는 또 어려웠다.) 건강과 여러 이유로 애인과 아이를 갖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 했고, 창업에 성공한 다른 동창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모두 어느 부분에서 빈곤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큰 하자 없는 멋진 사람들이나, 각자 결핍을 느끼는 지점에서 빈곤했다. 그래도 스스로가 불쌍하지는 않았던 건 우리는 아직 젊고(?) 놓인 상황에 맞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놀았냐고, 이제 일해야겠다고 얘기해주는 친구들 덕에 좋은 자극이 됐던 하루. (오랜만에 밤에 잠이 안 왔다 이놈들... 아낀다)
아끼는 마음이 잘 표현이 안 돼 혼자 몰래 미안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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