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argin short 입니다 ㅎㅎ
오늘 수도권은 그나마 날씨가 좀 시원하긴 한데 우중충~ 한게 별로 좋은 날씨는 아니죠? 이 우중충 하고 우울감있는 날씨, 비도 오겠다. 그간 몇몇 분들에게 약속드렸던 군복무시절 무서운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별로 무섭진 않으니 꼭 끝까지 읽어주셔요! ^^ 다들 겁쟁이 아니잖아요? 겁쟁이신가요? (도발) ㅋㅋㅋ
시작합니다 . (글의 분위기를 위해 경어체를 생략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어느 날, 오 상병님과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야간 경계초소 근무에 진입했다. 직순은 제 4직, 2시부터 4시까지 서는 근무였다.
사실 이 근무시간이 가장 어둡고 피곤할 때 서는 것이라 후임근무자들은 이 시간에 근무에 들어가면 선임 근무자를 피곤케 하지 않기위해 갖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준비해가야만 했다.
나는 이제 막 일병이 된 지 얼마안되 한참 기수높은 선임과 근무를 들어가는 것이기에 내 인생에 온갖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잔뜩 끌어모은 체 초소에 진입했다.
보통은 비가 오거나 폭설이 내리는 등의 기상 상황만 아니라면 구타저변을 방지하기 위해 지휘통제실과 연결된 cctv 가 볼 수 있는 장소로 나와 양방향 경계를 서게 된다. 그렇게 서로 다른 방향을 본 상태에서 그냥 입만 움직여 재미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다.
그 날은 아직 장마가 시작되지 않은 초여름의 한 날이었기에 우린 초소 앞 cctv가 보이는 길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나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이빨덕분에 선임과 나의 근무시간은 그리 고되지 않게 흘러갔고 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웃으며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왠만하면 울리지 않는 지통실 직통 자기전화가 울렸다.
오 상병님은 좀처럼 있지 않는 일인데 무슨일일까? 하며 자기를 들었다. 들자마자 옆에 서있던 내게까지 지통실 상황장교의 외침이 들렸다.
"이 미친새끼들아!! 니들 돌았어?!! 지금이 몇신데 근무지까지 애새끼를 끌고가고 지랄이야!! 니들 싹다 영창이야! 빨리 한새끼 들여보내! "
상황장교의 목소리는 극히 격앙되 있는 상태로 우리가 알 수 없는 말만 쏟아내고 있었다. 그때 제일 무서웠던 것은 절대로 화내는 모습을 보인적 없던 상황장교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화낸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말도안되는 소리를 하며 화를 낸다는 것...
오 상병님은 처음듣는 상황장교의 성난 목소리에 당황하여 목을 떨며 답을 해나갔다.
" 상황장교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재 근무진입 후 계속 저와 마일병만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지금 누굴 데리고 올 수 있겠습니까. 왜그러시는건지 모르겠습니다. "
이 말을 듣고 잠시 진정한 상황장교는 차분하지만 아직 분노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답을했다.
"그래? 니들이 그렇게 얘기했다 분명히, 그런데 이새끼들아 니들이 거짓말하는건 여기서 다보여. 그 체육복입은 새낀 진짜 영창갈 준비하라그래. 전화하자마자 바로 초소뒤로 내빼드만? 왜 내가 잘못보기라도 했어? 셋이 아주 웃고떠들고 잘만 이야기하더만!"
나는 저 통화내용을 들을 수 없는 입장이라 그땐 왜 오상병님 얼굴이 공포에 질려가는지 몰랐다. 그냥 오상병님은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는 마치 전쟁터에라도 나가는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잠시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아무말없이 따라오라더니 초소를 한바퀴 빙 돌고는 다시 돌아와 자기전화를 붙들었다.
"상황장교님, 죄송하지만 초소뒤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저희 놀리시려는 거 아닙니까? 처음 저희 근무진입간 cctv 다시한번 확인해보시면 아실겁니다. 무섭게 왜그러십니까~~ "
한 바퀴 둘러보고는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상황장교에게 장난이 아니냐고 묻던 오 상병님의 모습을 보며 대충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상황장교가 다시금 우리가 알던 그 차분한 목소리로 바뀌며 답을 했다.
"어.. 그래? ... 아 그래 아닌가보다, 미안하다 화를 내서. 내가 좀 피곤했는가보다. 근무잘서고 들어와서 보고해라."
그렇게 자기가 끊기고 오 상병은 정말 들릴듯 말듯한 속삭임으로 내게 상황을 대강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아뭇 소리도 안한체 남은 20여분 간의 근무시간을 보냈다. 정말 20분이 2천만년도 더 되는 것 같았다.
식은땀이 흐르고 속으로 군가 '귀신잡는 해병' 을 얼마나 되뇌이며 서있었는지 모르겠다.
언제라도 나타나면 때려잡아야지 생각하면서도 해병대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던 그 말이 사실이라면 굉장한 선임 해병 귀신일텐데 과연 우리 둘이 그를 이길수 있을까? 나타나자마자 뒤지게 맞고 대가리를 박게되는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렇데 20분 뒤 다른 직순 근무자가 들어왔고 우린 애써 담담히 초소키를 넘겨준체 지휘통제실로 죽어라 달려댔다.
들어가서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 오상병에게 상황장교는 애써 웃으며 '신경쓰지 말라' 는 말만 했다.
다음 날 오 상병님은 나와 지휘통제병을 불러놓고 대체 어제 지통실에서 무슨일이 있던거냐고 물어봤고 지통병은 이렇게 말했다.
"어제 상황장교님이 계속 일보시다가 갑자기 cctv 로 돌려보라고 하셔서 돌렸는데 근무자가 셋이나 있는 겁니다. 그 중에 한명은 체육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상황장교혼자 열이 받을대로 받아서 영창을 보내겠다고 자기연결을 시켰는데 갑자기 쭉 화내다가는 진정하더니 cctv를 다시 보래서 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디갔는지 체육복입은 대원은 없어져 있길래 오 상병님 영창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 후반야랑 다시 교대하러 가야되서 들어왔는데 어찌 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
오 상병님은 거기에 아무 대꾸없이 지통병보고 돌아가라는 손짓만 한체 나를 끌고 그대로 흡연장으로 향했다.
우린 아무 말없이 담배연기를 태워올렸지만, 그 속엔 서로의 짙은 두려움이 묻어났다. 다피고 중대 건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지, 오 상병님은 내게 어깨동무를 탁, 하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심각해지지 말자, 아무리 귀신잡는 해병이라도 선임을 잡아서 쓰겄냐? "
good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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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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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오싹한 딜레마네요.
귀신잡는 해병인데 그 귀신이 선임 해병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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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가뜩이나 못잡는데 , 절대 못잡게 되버리는 것이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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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귀신썰 하나 없는 사람이 정말 없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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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ㅋㅋ 예전에 @sochul 님께 음양론에 기반한 썰을 알려드렸는데.
군인들이 모이는 곳에 양기가 충만하다보니, 일부러 부대나 막사를 음기가 충만한 곳에 배치하다보니 귀신이 잘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은엄폐가 잘되는 산골짜기 같은 곳이나, 방어를 위해 산 사면의 가장 깊은 곳에 부대를 두다보니 그곳은 음기가 충만해 귀신이 잘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ㅋㅋ
뭐 어찌되었건 간에 군부대에 귀신이 나오는건 진짜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남성들의 그 길고 긴 군복무 기간에 맺힌 한이 귀신으로 발현되는건 아닌가도 싶네요 ..ㅋㅋㅋ
해병대 싸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청춘이 멈춰버린 한맺힌 선임의 영혼이 제가 그날 혼신의 힘을다해 털어낸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가신게 아닐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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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그 상황장교가 구신인줄...^^ 그런데 이거 진짜 실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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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상황장교가 귀신이었다면 훨씬 더 무서웠겠죠... 그건 진짜 음성이니까... ㅠㅠㅠㅠ 다행히도 저희는 귀신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에 멘탈이 뽀개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ㅋㅋ
백뿌로 실화입니다!! 겁나 무섭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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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였군요.....급 무서워지는데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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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ㅋㅋ 무서우셨다니 성공적인 군량특집이 됐군요!! 계속 무서우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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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해병이여서 더무서울것 같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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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적어도 후임은 아니었을테니 무서운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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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군대에는 한 분 씩은 다 살고 계시나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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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ㅋㅋ 전쟁이나면 우리편에 서서 수호자가 되어주실거라 믿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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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꺅!!!갸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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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야아아아아아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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