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연결감을 느끼는가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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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혼자 지내던 시간이 많았던 환경 탓인지,
아님 조용한 천성 탓인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는

사람들과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친근감을 느끼고 우리가 연결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궁금해졌다.

물론 나도 남편과 사랑을 키워 나가며, 또 친구와 우정을 쌓아가며 친근감과 우리가 연결되었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곤 하지만,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우리가 자연스레 교류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관계의 충만함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레 이루어졌기에 아리송하다.

나의 소수의 친구들과 가끔은 전생의 원수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남편과 같은 연결감을 다른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과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점점 궁금해졌다.

그러다보니 나는 나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은 어떻게 나에게 행동하는지 자세히 관찰해보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23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데 현재 시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많은 크고 작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내 부모도 다 크고 나면 같이 하루종일 있는 것이 불편해지는데 남의 부모는 어떻겠는가.
모든 것을 서로 처음부터 맞춰가야 하고 서로를 알아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트러블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직설적인 시어머니와는 여러 차례 트러블이 있었으나 단 한번도 트러블이 없었던 정말 온화하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우리 시아버지.

친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많은 나는
세상에 정말 이런 아버지가 존재하는구나,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나도 지금쯤은 다른 모습이었을까 종종 상상해보곤 한다.

그런데 희안하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신랑의 성격도 그닥........
(참으로 미스테리 합니다)

암튼 원체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어색해하고 특히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나는 시아버지에게 싹싹하게 대하지도 못하고 이유없이 종종 뚱하게(나는 이유없이 종종 고뇌에 빠지곤 한다)있는데 그런 나를 항상 온화하게 배려해 주시는 시아버지를 보며 나는 시아버지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 시아버지를 보며 시아버지의 무엇이,
이런 꽁꽁 닫힌 나의 마음을 열게 했는가.
무엇이 나에게 시아버지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했는가.
그것이 궁금해 시아버지의 평소 생활 태도를 주의깊게 관찰(나도 참 희안한 며느리다ㅋㅋ)해보곤 하는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큰 소리로 사람에게 압박을 줄만한 소지가 있는 말투로 얘길 한다거나, 상대방이 오해할 소지가 있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얘길한다거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분명 책임이 있는 것도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를 하는 경우가 꽤 많은 듯 하다)

아무튼 위의 이러한 시아버지의 특성은 나로 하여금
내가 시아버지에게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며,
이러한 것이 친근감과 연결감을 느끼게 만드는 주된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시아버지의 특성을 발견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별로 중요하거나 재밌지 않은(시아버지와 나는 세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고 또한 살아온 환경도 다르기에 서로 기호가 다를 것이다)일상 얘기를 하실 때 종종 웃음을 띠며 혹은 살짝 소리 내어 웃으시며 그 얘기를 하신다는 것이다.

쇼프로나 개그 프로를 볼 때도 아주 재밌지 않으면 웃음에 인색한 나는 사실 시아버지가 하는 얘기가 나에게는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었지만 내용의 중요성에 상관없이 시아버지가 웃으며 하시는 얘기는 나도 왠지 모르게 귀 기울여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귀 기울여 듣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얘기를 듣고 있는 나도 어느새 같이 미소 짓고 있다.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다고 한다.
상대방이 어떠한 표정을 지으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그 표정을 똑같이 짓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와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라 누군가 내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누군가 내 앞에서 인상을 짓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우울해지고 예민해진다.

우리는 대인관계를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여러가지 대화법 책도 훑어보기도 하고 여러 기술을 익히려 하지만 그런 책들을 아무리 훑어봐도 뭐 딱히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은

대인관계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굉장히 이성적이라고 종종 착각을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문제들 대부분은 감정에 더 많이 치우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직감은 무시 못 한다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느낌이 안 좋은 사람이 있고 느낌이 좋은 사람이 있고 그런 일이 있다. 이성과 함께 자신의 그런 직감도 잘 고려를 하여 인생을 살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충만한 연결감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는 꼭 조리 있는 말투와 번지르르한 겉모습을 갖추거나 꼭 나의 기호에만 맞는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같은 말이라도
비호감인 사람이 말하면 귓등으로 들으나,
호감인 사람이 말하면 귀 기울이게 되므로
우리가 그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고 호감을 주는 것이
오히려 말의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나도 요즘에는 시부모님과 얘기할 때
내가 생각하기에 전혀 재밌는 내용도 흥미있는 내용도 아니나 살짝 소리내 웃으면서 혹은 웃음을 띠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마다 대화의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해지고 나의 얘기를 듣는 시부모님도 같이 미소 짓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거울 뉴런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람과 대화할 때 그저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욱 그 사람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음을,

나도, 상대방도 관계에서 충만한 연결감을 느껴
서로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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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에 있어서 어렵고 문제가 느껴진다고 저에게 토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제가 조언 해 줄 수 있던 말들은 그저 기술적인 이야기 밖에없었습니다.
저도 그게 다인줄 알았는데. 아차 싶네요.
마음의 문제에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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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내가 대접하는 것에 비해 훨씬 부족한 대접을 돌려주기도 하고, 나에게 호감을 표하는 이에게 나도 모르게 푸대접 하기도 합니다. 정말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 없습니다.

kmlee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많이 베풀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에 비해 터무니없는 대접을 받기도 하고 우리의 선의가 악의로 오해받는 경우도 종종 생겨 진짜 그럴 땐 억울하지요...ㅜㅡㅜ

그리고 나에게 정말 잘 해주는 좋은 사람에게 저는 괜한 성질을 부리기도 하고 저도 kmlee님처럼 제 감정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감정 조절하는 것이 제 마음처럼 안 되듯이
타인도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잘 안 돼
우리는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받나 봅니다...

세상은 우리 마음같지 않고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상대방의 표정을 따라할 때 자신의 감정을 되살리는 작업이 수반되는데 얼굴 근육이 손실되면 해당되는 감정도 같이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소요님~
너무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ㅜㅜ

어떤 책에서 봤는데 뇌에 수술을 받고 감정을 인식하는 부분이 손상되어 사람들의 표정을 보아도 어떤 감정인지 느낄 수 없게된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육체적으로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에게 다가가야 할지..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 참으로 축복받은 일인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은..
심리적 상처가 극심한 사람들은 사실 그 회복의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밖에 치유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하구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가정 환경의 영향으로 감정이 많이 무딘 편이었어요.. 아마도 자기 보호의 일환이었나봐요..
어릴 때부터 나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 다가올때마다 그것이 별거 아니라는듯이 그저 무디게.. 그렇게 지냈고 나름 그렇게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삼았던 듯 해요..

그러다보니 어릴 때 반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울거나 대항할줄 몰랐고 또 부모님이 이혼하시던 때도 저는 울지 않았어요.. 감정을 무디게 하면서 고통도 무디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땅히 울며 슬퍼해야 할 상황에서도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울 줄 몰랐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받고 나서부터는 제 감정도 살아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도 슬퍼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분노의 감정도 표출하기 시작했고 감동의 눈물도 흘릴 줄 알게 되었어요..

감정을 잃어버린 로보트에서 드디어 감정을 느끼게 된거에요.. 지금은 웃기도 잘 하고 울기도 잘 하고 또 감동도 잘 받는 그런 사람같은 사람이 되가고 있습니다..

역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 받을 수 밖에 없고 그 치유의 유일한 약은 '사랑'인가봅니다..

양철 나무꾼에게 심장이 생겼군요.
오즈의 마법사같은 아름다운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제가 스크랩해서 간직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megaspore님, 요즘 megaspore님의 글을 보는것도 스팀잇
생활중에 하나가 되었네요.. 진솔한 말씀을 많이 보고 가고 있습니다.
어링아이과 시부모님을 모시면서의 그 마음은 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주변 동생들 얘기를 가끔 들으면, 남편들이 와이프 걱정을 많이들
하더라구요. 거울 뉴런이라는 말은 처음 듣지만 정말 그런 것 같긴
하네요.. 저도 모르게 누구를 만났을때의 표전은 한결같았다는 느낌이
있네요.. 미소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상대방을 편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많이 웃는 주말이 되시길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저랑 같아지셨군요 성민님 ^^

네 ㅎㅎ 감사합니다~~

  ·  7 years ago (edited)

오웃. 한 편의 글보다 글을 쓰신 분에 대해 더 궁금증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사실 천성적으로 사람과 친해지고 사람과의 대화를 풀어가는데 매우 능숙한 천성을 타고난데다가 어머니께서 사람을 대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megaspore 님과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고민해 본적이 많습니다. 사람에게 친근함을 주고 쉬 가깝게 지내는것도 종종 인간관계에서 매우 힘든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니까요.

jack8831님 안녕하세요!

오 이런 고민은 처음 들어보네요~~
사람에게 친근감을 주고 쉬 가깝게 지내는 것이 왜 인간관계에서 종종 매우 힘든 결과를 불러오는지요?

사람과 잘 친해지지 못 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분은 처음 보는 거 같아요~~

어머니께서 사람을 대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 자랐다는 것은 정말로 큰 복입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대기만 하면 금덩이로 변하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요 ^^;;

흑흑

순간 행복할 거 같아요 라고 바로 대답이 나올 뻔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은 참 모순의 동물이지요....

그런데 저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저는 친구가 많은 친구 중의 한 친구가 되는 것보다
친구가 많지 않은 친구의 한 친구가 되는 것이 더 내 스스로가 가치있는 사람이라 느껴지기도 하긴 하더라구요..

왠지 내 친구가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고 나는 그저 그 중의 한 사람이라면 무언가 내가 그 친구에게 소중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친구가 많은 그 친구가 정말 나를 소중히 생각하더라도 말이에요.. 난 그저 one of them일뿐이니...

그런 관점에서 jack8831님도 정반대의 입장에서 고민을 하신 것인지..

어쨌든 이런 고민은 굉장히 신선하네요.. 처음 듣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jack8831님처럼 되기를 바랄텐데 말이에요..><

사람도 참 모순 덩어리이고 인생도 참 모순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만 되면 아무 고민 없이 행복할 것 같은데 막상 그런 사람들은 또 그런 사람들대로 고충이 있으니 말이에요..><

요즘 스달깡 문제땜에 스팀파워 지분 개념 설명할일이 많다보니.. 적어주신 글을 읽다가..'그래.. 친구가 별로 없는 친구에게 나란 존재는 지분이 많은거겠군..' 이란 생각이 ㅋ. 이게 다 스팀잇 중독증인가 봅니다.

맞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는 친구에게 더더욱 님의 존재는 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 친구를 소중히 해야 합니다 ㅎㅎ

옴마야. 뭔 댓글에 그리 큰 보팅을 하셨대요? ㅋㅋㅋ 사람과 관계 맺는 노하우를 다 깨우치셨구만요 ㅋ 곶간에서 인심나는 법이죠 ㅎ

ㅋㅋㅋ 여기서 사람과 관계 맺는 노하우를 연습해봅니다 ㅋㅋ

This is exactly what I needed.

우리는 몸의 많은 근육들을 단련하는데...
정작 표정근을 활용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 같아요~ ( 아에이오우 좀 해야겠습니다. ㅎㅎ)

웃는 모습만 모아 놓은 책이 있엇는데..제목은 기억이 안나고...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들도 그 모습들을 좋아한다고 봤어요...

웃음 미소는 정말 가치있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남편분도 시아버지 닮아가실거예요 차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