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in kr •  6 years ago  (edited)

너무나 말라 살 좀 찌라고 했던 그는 이제 직장인 십년차 스트레스에 내 소원대로 뱃살이 두둑한 어엿한 남자가 되었고,

특별한 목표 없이 그저 남들이 하는대로 시험을 준비하고 유학을 가고 그 여정에서 내가 남보다 부족하다고 나를 탓하고, 사랑을 알게 해준 그에게서 또 상처를 받았던,

여드름 가득하고 통통했던, 큰 귀걸이를 귀에 걸고 멜빵치마를 입었던 나는 이제 배가 부를대로 불러오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그토록 미워했던 시어머니는 이제 흰머리와 주름이 가득해지셔서 가끔은 안쓰럽게 보이기도 하고,

그 시절 그토록 외로워하고 괴로워했던 나의 엄마는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용서하고 잊어버리고 싶어하시는 듯 종종 웃음의 이모티콘을 보내신다.

시간은 우리를 변하게 했고,
그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아프기도, 슬프도록 아름답기도 했다.

다시는 그 시절로 똑같이 재연할 수는 없지만
아픈 추억이든, 슬프도록 아름다운 추억이든 모두 나의 기억 속에 남아 나를 항상 웃음 짓게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팠던 기억도, 방황했던 시간도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나의 인생이었다.

앞으로 나에게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다가오는 모든 것이 사실은 나를 한조각 한조각 맞추어가는 퍼즐 조각임을.

그것이 다 맞춰져야지만 나는 내가 어떠한 그림을 갖고 태어난 인간인지 알 수 있음을.

맞추어 가는 그 과정을 즐기길 바래본다.

우리는 희미하게 웃으며 눈을 감는 그 날,
비로소 우리가 어떤 그림을 갖고 태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조각 한조각 나를 맞추어가는 그 과정은
가끔은 고뇌로 가득 차 있으나
흥미롭고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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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다 맞춰져야지만 나는 내가 어떠한 그림을 갖고 태어난 인간인지 알 수 있음을.

'사주팔자', '운명'.... 이런 막연하거나 믿기 힘든 말보다 '퍼즐'로 풀어낸 이 한 문장이 !!!!!!!!!!!!!!!!!!!!!!!!!!!!!

사주팔자 ㅎㅎㅎㅎㅎㅎㅎㅎ

Good post sister @megaspore
I like.

@megaspore님 역시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시는군요.

시간은 확실히 사람들을 좀 더 유하게 변하게 하는 것 같아요.